면접관이 직접 말하는 어느 면접관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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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관이 직접 말하는 어느 면접관의 하루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7.11.2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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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현태영과 함께하는 '내일부터 출근'
면접관으로 들어가 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자세와 똑같은 표정, 말투로 초조하게 자기 얘기만 하고, 심지어 면접관인 제 얘기에도 전혀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취업준비생 여러분들. 혹시 내 앞에 있는 면접관의 속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지금부터 면접관의 하루를 따라 그 생각을 들여다보겠습니다.

 꽉 찬 지하철 출근 길 
 하루 종일 진행될 면접에 마음이 무겁다. 인사팀도 아니지만 1차 면접은 인원이 많아 실무팀의 지원이 필요하다나 뭐라나.
 주말에 면접대상자 자기소개서를 미리 봤어야 하지만 다음 주 보고자료 때문에 정신이 없어 대충 몇 줄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2인 1조로 들어가는 1차 면접지원. 내 파트너는 옆 팀 차장님이다. 깐깐한 척 하지만 말이 많은 스타일이라 분명 쓸데없는 말 많이 해서 시간 지연시킬 것이 불 보듯 훤하다. 오늘은 내가 중간에서 잘 정리해야 하는데 부담이 크다.

 8시 30분
 사전 면접관 브리핑이 있다.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평가 기준, 해서는 안 되는 말, 주의사항이 산더미다. 주어지는 자료는 면접자들의 인적 사항을 포함한 평가표, 자기소개서, 그리고 면접에 활용할 질문지다. 평가표의 항목이 워낙 많은데다가 면접관 의견까지 작성하라고 하니 이걸 다 적다 보면 정작 지원자 답변은 들을 시간도 없을 것 같아 걱정이다.

 첫 면접이 시작되다
 잔뜩 긴장한 지원자들을 보니 마음 한 켠이 짠하다. 그래, 나도 저렇게 바들거리며 이 회사에 발을 디뎠던 날이 있었지, 잠시 회상에 젖어든 순간. 팀장님의 메시지가 뜬다. ‘김 과장, 목요일까지 본부장님 자료 전면 수정 바람’. 아니, 이번 주 내내 하루 종일 면접 지원 들어가는 걸 뻔히 알면서 ‘전면 수정’이라는 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깊은 한 숨을 참으며 입을 뗀다.
 “자, 그럼 왼쪽부터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1분 정도씩 시간 드릴게요.” 자기소개를 들으며 지원자를 찬찬히 살핀다. 다소 긴장하긴 했지만 정갈한 옷매무새에 웃는 표정이 호감이 간다. 다음 지원자의 자기소개가 시작된다. 무난한 인상인데 말이 길다. 미리 준비한 티가 팍팍 나는 3분여의 자기 소개. 언뜻 보니 제출한 자기소개서를 요약해서 줄줄 읽은 것 같군. 이후로도 평범한 자기소개가 이어진다. 이력을 보니 스펙은 다 비슷한 수준이다. 가장 호감 가는 사람은 첫 인상이 좋았던 첫 번째 지원자. 준비된 질문 몇 가지를 던지고 부지런히 평가 항목을 체크한다. 이 짧은 시간동안 이 많은 항목을 어떻게 알아보라는 것인지.

 오전의 마지막 조 면접
 박 차장이 쓸데없는 질문을 계속 하는 통에 원래 일정보다 세 조의 순서가 밀렸다. 1시부터 오후 면접이 시작이니 점심도 대충 샌드위치로 때워야 한다. 그 와중에 울리는 팀장님 메시점심도 못 먹습니다. 내 갑갑한 상황과는 무관하게 면접은 계속 진행된다. 오전 동안 80명 가까이 되는 면접자를 봤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은 손에 꼽힌다. 마주선 지원자들을 살핀다. 이 친구가 아까 그 말을 한 친구였나? 이쯤 되니 슬슬 혼란이 온다. 얼른 마치고 일단 밥이나 먹자, 고픈 배를 움켜쥐고 파일을 저장하려는데, 박차장이 또 시작이다. “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신 분?” 아까부터 이상한 답변만 하던 지원자가 결국 피날레를 장식한다. “네, 제가 준비한 장기자랑이 있는데 보여드려도 되겠습니까?”‘그런 건 입사해서 보여줘도 괜찮습니다’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그 지원자는 최신 유행가요를 얼토당토않게 개사한 낯 뜨거운 무대를 보여줬다. “하하. 네. 용기가 대단하네요.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마지막 코멘트를 기입한다. “X”

 잠깐의 쉬는 시간
 커피나 한 잔 마시려는데 인사팀 팀장이 휴게실로 들어온다. “아, 이번 본부장님 지시가 있어서…지원자당 코멘트를 2줄 이상 입력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실무진이 보다 통찰력 있게 평가 부탁드립니다.” 참 아이러니하다. 한 조당 면접 시간은 20분, 들어오는 면접자는 5명. 인사하고, 자기소개하고, 한 사람당 3가지 질문도 할까 말까인데 평가 항목은 30가지에 달한다. 5명의 항목을 체크하다 보면 대화도 제대로 못한 채 시간이 가는데 거기에 2줄씩 자유평가까지 입력하라니. 노동도 이런 중노동이 없다.
 면접관이 되어보니 ‘두괄식’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마음도 급하고 시간도 없는 면접관의 질문에 ‘두괄식’으로만 답변해도 호감이 확 올라간다. 묻는 말을 알아듣기나 한 건지 중언부언 구구절절 대답하는 지원자의 말은 두 세 마디 넘어가는 순간부터 들리지 않는다. 그래, 넌 대답해라. 난 평가할게. 줄줄이 늘어선 평가항목에 체크하기 바빠질 뿐.

 18시 30분
 마지막 조 면접이 끝났다. 이제 면접관 디브리핑이 남았지. 오늘 면접을 본 면접관들과 인사팀 담당자들이 모여 특이사항과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네,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다들 바쁘셔서 자기소개서 숙지가 안 되어 있으시다보니 피상적인 질문만 많이 하신 것 같은데요, 오늘은 꼭 자기소개서 사전 숙지 부탁드립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를 끝으로 다시 사무실로 복귀한다. ‘그래, 오늘은 자기소개서 좀 읽어보고 가야겠다’는 마음도 잠시, 팀장님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이 김 과장, 왜 이리 늦게 끝났나? 수정 자료는 저녁 먹고 와서 레이아웃을 한번 보자고.” 면접자의 하루는 끝이 나도, 면접관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여러분이 마주하는 면접관은 전문으로 면접만 보던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그냥 일하다가 면접 봐달라고 끌려온(?) 여러분의 선배입니다. 여러분이 열심히 준비한 ‘내 얘기’는 그들이 듣기 피곤한 그냥 피곤한 말일 수 있죠.
 상대방 기분을 생각하며 대화하는 것. 그게 여러분에게 가장 필요한 ‘면접 센스’ 아닐까요? 센스는 많이 연습하면 반드시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배려는 철저한 습관이니까요. 나를 뽐내는 면접보다는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 면접관의 질문과 감정에 공감하는 것. 이런 것들이 오히려 중요할지 모르겠네요. 왜 취준생이 면접관을 배려해야 하냐고요? 아쉽지만 그들도 사람이고, 평가표와 펜은 그들 손에 있으니까요. 면접은 배려, 배려는 습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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