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라쉬, 직선 아닌 다양한 경로 통해 ‘진로’ 찾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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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라쉬, 직선 아닌 다양한 경로 통해 ‘진로’ 찾을 수 있어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7.12.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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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

일주일 중 이틀은 방송녹화, 3일은 스타트업 멘토링 진행, 토·일은 강의. 하루도 쉴 틈 없는 이 빡빡한 스케줄의 주인공은 미국 출신 방송인 타일러 라쉬이다. 올해로 한국생활 7년 차에 접어든 그는 미국 시카고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은 전 세계가 겪는 어려움이라며, 이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취미생활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타일러 라쉬는 얼마 전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외교학과에서 석사모를 썼다. 같이 졸업한 친구들이 취업 걱정을 하는 것을 보고 많은 위로를 건넸다는 그는 청년 취업난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내 채용시장의 문제점도 언급했다.
“취업난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에요. 그런데 한국 청년들의 취업난이 좀 더 심각한 것 같습니다. OECD 회원국 중에서 한국 청년 실업률이 1위라고 알고 있거든요. 제가 볼 때는 한국 사회가 청년 취업난을 더 어렵게 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기업들은 보통 공채로 인력을 보강하는 편입니다. 회사 규모가 클수록 상시 채용 비율이 적고요. 저는 대규모 공채보다는 상시채용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경력을 쌓고 이직이 자유롭다면 채용시장도 활발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업준비생들도 스펙에 올인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그보다는 직무관련 경험을 쌓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칸’ 채우기 바쁜 한국식 이력서
그는 한국과 미국의 이력서를 비교하면서 한국의 이력서에는 불필요한 요소들이 많다며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력서는 한국과 완전히 달라요. 한국의 경우 네모 칸을 채워야 하죠. 네모 안에 활동기간, 인턴 실습 회사 이름 등을 채워 넣어요. 이를 통해 그 사람의 경력을 평가하죠. 그런데 미국의 이력서는 다릅니다. 그 사람이 어떤 자리에 있었고, 어떤 일을 했는지를 칸이 아닌 줄로 작성합니다. 지원자가 프로젝트를 했다면 몇 번 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했는지 등 구체적으로 써야 해요. 그리고 해외사업부에서 인턴 경험이 있으면 그곳에서 무엇을 배웠고, 인턴 기간이 종료될 때 얻은 점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써야 합니다. 인사담당자가 이력서를 보고 지원자의 인턴 생활이 머릿속에 그려져야 할 정도로요.”

그는 이력서를 평가하는 기준에서도 두 나라의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저는 석사 공부를 하면서 문화 커뮤니티 웹진인 ‘서울리즘’을 만들고 2년 동안 주도적으로 운영했어요.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들이 바라보는 한국을 한글로 공유하는 온라인 사이트입니다. 그런데 서울리즘을 한국 이력서에 넣으면 기업 인사담당자는 ‘그래서 뭐?’라는 물음표를 떠올릴 거에요(하하). 반면 미국은 서울리즘 편집장의 경험과 몇 개의 글을 게시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겁니다. 그리고 저의 프로젝트 경험을 보고 자발적으로 일 하는 사람이라고 받아들이죠.”

그는 한국 취업준비생들과의 동일한 경험은 없지만, 한국에서의 스펙 쌓기로는 해외 다른 나라로의 취업이 결코 성사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에서 지칭하는 스펙 쌓기를 미국에서 사용한다면 그것은 전문 직종에 필요한 자격증 취득에 가까워요. 미국에서 는 자격증보다는 직무 경험을 중시합니다. 자격증만 쭉 나열하면 미국 인사담당자는 경력이 없는 걸로 생각하고, 뽑지 말아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할 거에요. 언제부터 한국의 이력서가 이런 틀을 갖추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한국의 이력서는 지원자의 지원직무와 상관없는 스펙쌓기에만 몰두하게 만듭니다. 그런 스펙만으로는 해외취업이 쉽지 않죠.”

현재 한국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인재이다. 정부에서도 모든 지원자들에게 편견을 갖지 말고 직무관련 경험과 능력을 중시한 블라인드 채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블라인드 채용보다 채용 트렌드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에서 모든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라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 아시겠지만 지원 직무와 관련 없는 스펙을 보지 말고 지원 직무에 대한 경험과 능력을 보라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면접장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면접처럼 알쏭달쏭한 질문을 던진다고 들었어요. 그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채용 전형도 다양화되고 있죠. 저는 이런 트렌드를 이해해야 채용시장에 적응할 수 있고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로 단어 대신 ‘일자리 찾기’
앞으로 나아갈 길, 진로(進路). 마지막 학기만을 남겨둔 채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타일러 라쉬는 진로는 되도록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저는 ‘진로’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요(하하). 진로 말고 일자리 찾기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진로는 오직 한 가지 길밖에 없다는 느낌이 강해요. 지평선에 고속도로가 있는데 그 길만을 향해 달려가야만 할 것 같죠. 주변 한국 친구들을 보면 졸업 직전에 진로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졸업을 앞둔 시점까지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졸업도 유예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자원봉사, 인턴십,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요. 그런 경험을 통해 자신이 어떤 걸 좋아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결정하죠. 한국 학생들도 진로를 미리 설정해야 보다 수월하게 사회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렸을 때 꿈을 물어보면 대개 대통령, 의사, 국회의원 등과 같은 높은(?) 직업을 말한다. 꿈과 직업을 동일어로 생각해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직업과 꿈은 다르게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꿈’이라는 질문에 대한 고정값이 있는 것 같아요. 돌잔치에서 돌잡이를 보면 ‘그때부터 결정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하하). 그런데 의사, 변호사, 판사 등은 직업이지 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직업은 꿈을 이루어가는 한 과정일 뿐이죠. 우리는 꿈과 직업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꿈에 대해 물어볼 때도 ‘정말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라고 물어야해요.”

그는 주말에 주로 강의를 한다. 강단에 설 때마다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을 듣고 또 질문도 받는다고 한다. 특히 취업준비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얼마 전 강연에서 한 학생이 취업준비 하면서 기타도 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치라고 했죠. 지금 기타를 친다고 해서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도 아니고 속된 말로 밥줄이 끊기는 것도 아니잖아요. 저는 취업준비 한다고 오로지 그것에만 매달리고 다른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취업을 준비하고 직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자신이 원하던 일이 아니어서 퇴사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온갖 에너지를 이미 다 쏟아 부었기 때문에 다른 길을 찾을 여력이 없어요. 그러면 스트레스만 쌓이고 건강만 상하게 되죠. 미국에서는 취업준비를 하면서 인턴십, 자원봉사는 물론 취미생활도 같이 합니다. 그렇게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일을 겸하는 게 좋지요.”

사소한 관심사는 나의 재산
마지막으로 그에게 취업준비생과 <월간 리크루트> 구독자에게 전하는 한 마디를 부탁했다.

“정말 사소한 거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세요. 이런 저런 이유로 포기하면 안 됩니다. 저의 경우 시카고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1년간 좋아하는 음악을 억누르면서 공부만 했어요. 학술적으로 경쟁이 치열한 곳이었기 때문에 음악 하는 시간에 공부를 더 했죠. 그런데 1학년을 마칠 때쯤 스스로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2학년 올라갈 때 기타를 사서 시간 날 때마다 쳤어요. 기타 칠 때는 학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행복해졌죠(웃음). 사소한 것 같지만 취미는 불확실한 미래에 위안을 주고 좋은 방향으로나갈 수 있도록 해요. 개인적으로 취미는 ‘본인의 재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반드시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을 겁니다. 취업이 시급한 문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취업 준비 때문에 하고 싶은 걸 접어서는 안 되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꿈은 하나일 필요도 없고 여러 개여도 상관없어요. 없어도 상관없고요. 저는 그냥 생겨나는 게 꿈이 라고 생각해요(웃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 여러 강단에 선다는 그에게 본인은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장기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 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한다. 스타트업의 성장과정은 부모가 아이를 키우는 일과 같다며, 작은 기업이 자신으로 인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을때 그만이 느끼는 희열이 있다고 한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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