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칙으로 이해하는 전역군인의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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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법칙으로 이해하는 전역군인의 재취업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7.12.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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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국방전직교육원 연구개발팀 연구위원

44.2세,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하는 나이
대한민국에 그 어느 집단보다 조직원을 빠르게 내보내는 곳, 새로운 출발로 내몰리는 집단이 있다. 어느 조직에서 그렇게 매몰찬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바로 우리 군이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충성을 다한 대한민국의 직업군인들은 그 어느 조직보다 빠른 새 출발을 경험해야 한다.

전역군인의 1차적 사용자는 국가다.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 군인이 되었음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가의 존립을 위해 헌신하고 충성을 다하도록 요구한 국가는 전역군인의 완벽한 사회복귀를 위해 힘써야 할 책무가 있다.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청춘을 보낸 이들의 멋진 사회 안착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함은 마땅하다. 다수를 대신해 노력하고 양보한 결과가 사회적응의 실패로 귀결된다면 이는 향후 국가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방전직교육원은 2015년부터 이들에게 필요한 진로탐색/지도, 기본교육, 전직컨설팅 등 다양한 전직지원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2017년 현재 국방전직교육원의 전직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직업 선택에 성공한 직업군인은 약 1만 2천여 명으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약 44.2세이다. 행정안전부의 발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의 평균 나이는 41세(남성 39.8세, 여성 42.2세)이다. 인생을 절반정도 지내온 나이에 두 번째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본고(本稿)에서는 전역군인들이 사회로 나와 재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주요 현상들을 몇 가지의 경제법칙과 함께 설명해보고자 한다.
 

군중심리(Herd mentality, Mob mentality)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Gustave Le Bon(귀스타브 르 봉), Gabriel Tarde(가브리엘 타르드) 등에 의해서 처음 제기된 ‘군중심리’는 현재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정보의 부족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군중은 타당성을 고민하지 않고 다수를 따르는 행동으로 거품 경제를 발생시킨다. 최근 안정성, 필요성 등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상화폐에대한 우리들의 관심 쏠림도 이러한 시각에서 설명될 수 있다.

직업 선택에 있어서도 군중심리는 크게 작용한다. 우리는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적성, 꿈, 희망 등에 대한 관심보다는 사회적가치, 경제적 이익 등에 대한 판단이 우선한다.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정보(적성, 가치관, 희망 등)가 아닌 잘 모르는 세상의 정보를 쫓게 되며, 정보의 부족한 부분은 주변의 군중을 통해 메운다. 즉,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러한 직업을 쫓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적성, 역량과는 상관없이 말이다. 물론,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이익이 우월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적성과 역량에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서 행동하다보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샤워실의 바보’라는 경제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 room)
‘샤워실의 바보’는 경기가 과열되거나 침체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정부 대처의 역효과를 설명하는 용어이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프리드먼(M. Friedman)은 정부의 부적절한 시장 개입을‘샤워실의 바보’를 통해서 설명한다. 과열과 침체의 시장을 빠르게 바로잡기 위해 정부는 온수와 냉수 손잡이를 휙휙 돌리듯 개입하여 오히려 시장의 자연스러운 경기조절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44.2세, 재취업을 준비해야하는 시기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그 시점에 군중심리 혹은 불완전한 정보를 통한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시기에 자신의 적성과 역량에 어울리지 않는 분야의 재취업을 위해서 금전적, 시간적 투자를 감행한다면 이는 돌이키기 어려운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전직교육원 통계자료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군복무를 마친 군인들이 전역 후 재취업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대체로 6개월~1년 정도이다. 이처럼 재취업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군복무를 하는 동안 진지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며, 불안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군중의 행위를 모방하여 ‘샤워실의 바보’와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전역군인은 이제 막 사회로 발을 내딛는 취업 새내기가 아니다. 각기 다른 병과와 보직, 그리고 주특기를 갖고 사회생활을 했던 경력직 인력이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할 단계이다. 군에서 주어지는 병과와 주특기가 아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만끽하고 수도꼭지를 이리저리 돌려보기에는 주어진 시간과 이미 경험된 노하우가 낭비될 가능성이 너무나 크다. 물론, 군에서의 보직과 주특기가 나와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급격한 변화보다는 조금씩 수온을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다. 진정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보직과 병과였다면 만족스러운 군 생활을 끝까지 다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전혀 새로운 직업을 찾아내려고 고민하지 말고 익숙한 것에서부터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것을 기회비용과 경로의존성의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과 기회비용(Opportunity cost)
예부터 어른들은 첫 직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사회 초년생일 때는 이에 대한 이해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그것이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다. 이는 유식한 말로 경로의존성으로 설명되는 것 같다. 사회과학에 기반을 둔 대표적인 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의 법칙은 과거의 선택이 관성(inertia)에 의해서 새로운 선택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설명하는 것으로, 일부에서는 익숙함으로 인해 능률성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 능률성의 저하는 사회 전체적 시각에서 한정된 자원의 분배 문제로 접근하는 경우의 것으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경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직업군을 경로의존성에 의하여 선택하는 것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기본적인 경제원칙(最小費用最大效果)이라고 하겠다.

전역군인들의 재취업 선택도 이러한 최소비용 최대효과의 경제원칙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선택의 대가는 항상 따르게 되어 있다. 이를 우리는 기회비용으로 설명하는데, A라는 직업을 선택할 경우, 그 직업을 갖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과 다른 직업을 포기한 결과로 발생하는 금전적 손실의 합을 우리는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우리는 직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기회비용 (opportunity cost)이 가장 적은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자가 좋아하는 작가의「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작품이 있다. 이 제목은 우리 모두가 꿈꾸는 이상적인 생각을 설명한 것으로 그 이상의 끝은 없다. 못가본 모든 길을 가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름답지는 못할지라도 가장 안전한 선택은 잘 아는 길을 가는 것이고 낭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국방전직교육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2015년 이후 전역자의 취업통계를 살펴보면, 25% 이상(4명중 1명)이 군 관련 직업(비상계획관, 예비군지휘관, 군무원, 복지단근무원 등)으로의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많은 인원이 해당 직업에 취업하고 있다. 군 관련직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근무하던 업무분야와 유사한 산업구분으로 취업한 경우도 매우많다.

이상의 경제법칙을 통해서 확인한 전역군인의 재취업은 다음 내용에 포인트를 둔다.

첫째, 군중심리에 휘말려 전역 후 오랜 시간을 재취업 탐색에 허비하지 않으려면 군복무를 하는 기간 동안 재취업의 방향과 직업에 대한 결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둘째, 재취업에 있어서 경로의존성은 능률성을 저하시키는 무능한 행위가 아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 이상 군 생활을 통해 학습한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하여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경우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역군인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는 당연한 것이며 적극적으로 지원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군복무 중 최선을 다한 결과가 자연스럽게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 마련과 개인의 적극성이 요구된다. 또한 전역군인을 향한 국민들의 응원과 이들의 경력을 사회적으로 인정하고 군 복무를 존중하는 국민정서와 문화의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조광래 국방전직교육원 연구개발팀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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