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MD 꿈꾸던 25살의 평범한 대학생이 의류 브랜드를 창업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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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MD 꿈꾸던 25살의 평범한 대학생이 의류 브랜드를 창업하기까지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12.28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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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언 하플리 대표

개화기의 복식이 현재까지 이어졌다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을 상상해보고 그려내는 것은 또 다른 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지언 대표는 바로 그 상상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모던한복을 소개하고 있다. 모던한복 큐레이션 브랜드 ‘하플리(www.happly.co.kr)’를 통해서다. 올해 27살의 이지언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하플리’는 처음으로 ‘모던한복’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 브랜드다.

 이지언 대표가 말하는 ‘모던한복’이란 한복을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해 일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재탄생한 의류를 말한다. 이 대표는 하플리의 정체성을 1900년대 초·중반의 근대 개화기에서 찾았다.

 “제가 판매하는 브랜드에 대해 고객들에게 관점과 미학을 제시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복식사를 공부했어요. 그러다 하플리의 지향점과 비슷한 시기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1900년대, 근대화로 인해 한복과 서양식 의복을 함께 입던 시대였습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양말과 양산을 한복에 매치하기도 했죠. 하지만 일제강점기로 인해 고유의 복식사는 단절이 됐고, 한복 문화도 일상에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 대표는 여기에 ‘한복을 계속 일상복으로 입었다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상상력을 추가했다. 그리고 그것을 본인만의 스타일로 풀어보기로 했다. ‘Modern Korean Style Brand’라는 하플리의 정체성은 이렇게 창조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작이 참 순수했죠”
 이지언 대표가 창업을 한 것은 2015년. 이미 전부터 한복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복을 일상복으로 입을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 ‘왜 사람들이 평소에 한복을 입지 않을까’를 생각하게 됐다.

 “한복을 너무 좋아했고 그래서 창업까지 했지만 한복은 일상에서 입기에는 다른 옷과의 매치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복과 기성복을 믹스매치하는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복을 더 예쁘게 입을 수 있는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 SNS에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시는 아직 한복이 지금처럼 널리 입히기 전인 2013년이었다.

 “지금은 한복 입고 고궁을 찾는 분들이 많지만, 당시만 해도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제가 일상복으로 한복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봤죠. 불과 3~4년 전의 일입니다. 그래도 한복을 입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니 점차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늘었어요.”

 이전까지만 해도 백화점에 MD로 입사하기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모던한복을 알리고 싶은 생각에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2015년도에 유명했던 패션 한복 브랜드는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옷을 예쁘다고 생각하고 좋아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아 많이 알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제가 좋아하던 브랜드의 옷을 모아놓고 소개할 수 있는 편집매장이 떠올랐습니다. 그렇게 사업을 하게 됐어요.”

 첫 판매가 기억이 나느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단박에 ‘2015년 9월 19일’이라고 답했다. 홍대의 카페를 다른 브랜드와 함께 빌려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날이다. 이날 이 대표는 무려 1천만 원 가량 되는 매출을 올렸다.

 “고객님들은 제 남자친구나 다름 없어요”
 2015년 첫 판매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이 대표는 3달에 한 번씩 팝업스토어를 열며 고객과 만났다. 처음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했지만 직접 고객과 만나면서 더욱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하플리를 고객이 사랑하는 브랜드로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러한 그의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 건 올해 초였다. 아직은 어리다면 어린 나이인지라 계속 사업을 해 나가도 될지,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던 때였다. 우연히 한 고객의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어떤 분이 ‘하플리는 진심이 느껴져서 좋다’는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대표님도 정말 좋아서 하는 것이 느껴지고, 사람들도 여기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느껴진다’고요. 그 글을 보는데, 하플리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젠 고객님들을 남자친구처럼 여기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잘해드려야 할 존재니까요.”

 하플리는 SNS를 기반으로 시작한 브랜드다. 하플리의 SNS에 들어가면 게시물마다 고객들의 댓글로 가득하다. 팔로워 수는 2만 명 정도. 이 숫자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모두 활발하게 반응하는 진성고객이다. 단골 고객들이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그래서 매출의 대부분은 신규고객으로부터 나온다.

 “고객님들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고객 분들과 가까이 있으려고 해요. 지금도 CS를 직접 하고 있는데, 회사가 커지더라도 CS는 가능한 한 끝까지 제가 하고 싶어요. 고객님들이 무엇을 원하시는지 듣고 반영하는 과정에서 하플리는 더욱 우리만의 개성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럼 유기체처럼 살아있는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요. 소셜커머스나 다른 대형 유통 플랫폼에서 함께하자는 제의를 주시지만, 아직은 하플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님들과 더욱 긴밀하게 소통하고 싶어서 고사하고 있어요. 언젠가 우리의 개성이 단단해질 때 더 큰 시장으로 나갈 계획입니다.”

▲ 2016년 진행한 팝업스토어 ‘하플리부티크’에서…(하플리 제공)

 “창업을 꿈꾼다면 작은 일부터 시작하세요”
 일상복으로 한복을 입는 것이 유행하면서 패션 한복을 판매하는 브랜드도 늘었다. 그러나 미처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기도 전에 공급이 급증하는 데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이 대표도 아직은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모던한복을 문화로 만들고자 힘쓰고 있다.

 “한복은 다른 시장에 비하면 그 규모가 아주 작습니다. 때문에 아직은 시장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소비하는 문화가 형성되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분야에 뛰어드는 창업자들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생각보다 수익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셔야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매출을 바라고 창업을 했다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보니 그것이 자연스레 사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은 규모로 시작한 덕분에 이 대표가 들인 창업비용은 500만 원이 전부였다. 최근에야 정부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정부에서 창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면서 창업을 계획하는 분들이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뭔가를 해 보는 것은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처음부터 대단하게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하셨으면 합니다. 액세서리 쇼핑몰을 하고 싶다면 직접 만들어서 친구 열 명에게라도 판매해보세요. 무엇이든 작은 것부터 시작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글·사진┃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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