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간 남자」 진성호 “100대 명산 오르며 얻은 교훈, 후배들과 나누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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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남자」 진성호 “100대 명산 오르며 얻은 교훈, 후배들과 나누고파”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7.12.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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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만남 : 진성호 작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40대 후반 대기업 부장. 풍족하지는 않지만 평범한 삶을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을 만큼 높은 연봉을 받고 있으나, 왠지 모를 불안과 공허함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옭아매고 삶을 즐길 수 없게 만들었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조직의 리더로서 짊어진 책임감의 크기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도 된다.
 살다보면 그렇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누구나 한 번쯤 위기를 맞는다. 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일 것이다. 진성호 작가는 그 삶의 의미를 산에서 찾기로 했다. 그래서 시간만 되면 산으로 떠났고, 마침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산을 오르내리며 느낀 진실한 순간의 소회들을 틈틈이 기록했다. 전국의 100대 명산을 오르내리며 답을 찾는 과정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담은 책「산으로 간 남자」는 이렇게 시작됐다.


Q.「산으로 간 남자」의 발간을 앞두고 계십니다. 책을 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기업 부장으로 있으면서 스스로 대한민국 중산층쯤 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 한 구석에서 불안함과 쓸쓸함이 몰려왔습니다. 앞길도 캄캄하게 느껴졌고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내가 다섯 식구를 잘 책임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는데 저는 그대로 멈춰있는 듯했지요. 샌드위치 같이 ‘낀 세대’로 사회의 한 구석에 멈춰서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보이지 않는 삶의 무게에 대해 나름대로의 혜안을 찾아보기로 하고 40대 중반부터 전국의 100대 명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전국 100대 명산에서 배우는 지혜’라는 부제도 그래서 붙였고요. 계획을 한 이후에는 그야말로 ‘비가 오나 눈이오나’ 쉬는 날마다 산을 찾아 다녔습니다. 세상이 얼어붙는 영하의 새벽에도 등산 배낭을 멨지요.
 산행을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이 있을 때마다 틈틈이 기록했습니다. 숲 속에서, 바위 위에서, 계곡에서, 산 정상에서 홀로 앉아 지나간 세월과 자연을 벗 삼아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적어두었지요. 함께하는 등산객들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었습니다. 그렇게 산을 다니다보니 훌쩍 4년 반이란 시간이 지나 있었습니다. 어느덧 기록한 내용도 꽤 많이 쌓여있었고요. 이 내용을 지난 2년간 정리하며 제 삶의 방향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결과물을 책으로 남겨 인생 2막의 지침으로 삼으려고 합니다.

Q.「산으로 간 남자」는 스스로에게 가장 의미가 크시겠지만,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100대 명산을 다니며 느꼈던 많은 이야기 중, 가장 가슴에 크게 와 닿았던 것을 중심으로 답변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첫째는 ‘내가 원하는 것이 그 곳에 있기에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입니다. 무엇을 하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명확히 하고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즉, 의미를 새기고(Meaning),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Pleasure), 자신의 강점(Strength)과 일치시켜 전진하며 꾸준히 역량을 쌓는 것입니다.
 둘째, ‘산고도원(山高道遠)’입니다. 산은 높고 길은 멀다는 뜻으로, 좋은 산은 우리가 사는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며, 산은 정상을 쉽게 허락하지 않기에 정상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생도 이와 같습니다. 먼 길을 가야 비로소 성공이란 것을 만날 수 있죠. 따라서 과정 중에 단념하지 말고 한 걸음씩 꾸준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는 ‘산화주미인(山花酒美人)’입니다. 제가 2013년 황매산 산행에서 본 시(詩)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산에 취하고 꽃에 취하고 술에 취하니, 오늘은 그대가 아름답게 보이네’라는 내용으로, 산에 오르면서 꽃 한 송이, 돌 한 조각도 아름답게 느끼게 된 마음을 담은 내용입니다. 즉,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함으로써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의 아름다운 면을 보고 배우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마지막으로, ‘산을 친구삼아 오르면 근심은 바람이 되어 사라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나 다 높은 곳, 좋은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견디며 슬기롭게 난관을 헤쳐 나갔을 것입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친구처럼 여기고 어울리다보면 불편했던 것들도 어느새 몸에 맞게 편하게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시선이 높아지고 자신의 가치도 높아지지요. 저에게 이 이야기를 대입해보면, 지금은 제가 산을 찾아가지만 언젠가는 제가 산을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바람으로 아호를 ‘호산(呼山)’이라 지었습니다.

Q. 앞서 인생의 무게에 대한 혜안을 찾기 위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여러 방법이 있었을 텐데, 그 중에서도 산행을 택하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사진 한 장이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회사 부서원들과 설악산 무박 산행을 하고 대청봉 정상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동료가 찍어주었는데, 사실 오르는 동안 무척 힘들었습니다. 체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노출하고 말았지요(웃음). 한계령에서 대청봉을 거쳐 오색약수로 내려오는 코스인데, 한계령에서 시작하자마자 1시간도 채 못가 다리에 쥐가 나고 숨이 차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끝내는 대청봉에 올라 그 사진까지 찍고야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솟아났습니다.
 처음에는 집 근처나 수도권의 가까운 산을 주로 다녔는데, 똑같은 산을 반복해 오르다보니 점차 새로운 생각이나 호기심이 생겨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정상에 올라갔다가 내려와선 막걸리나 마시고 돌아오는 일상이 되어버렸지요. 당초 산행을 시작한 목적이‘나를 변화시킬 그 무언가를 찾는 것’이었는데, 이와 맞지 않게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대한민국 100대 명산’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후 엑셀로 100대 명산을 정리하고 일정을 수립하여 도전 목표로 세우고 산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Q. 산을 오르며 느낀 것을 책으로 묶어 내셨습니다. 산에서 어떤 것을 배우셨는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산행을 통하여 배운 것들이 많지만, 자세한 것은 책을 통해 소개하도록 하고 간단히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산행을 하면서 저는 ‘산에 오르지 않았으면 절대 몰랐을 것’들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내면의 소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자아성찰을 하는 데 가장 좋은 것이 산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삶을 결정하는 데에 대한 자심감도 생깁니다. 산을 오르다보면 일행과 같이 오르기도 하지만 간혹 떨어져 혼자 남겨질 때도 있습니다. 그 순간부터는 배고픔, 추위, 위험, 고독 등으로부터 자기 몸을 스스로 보호해야 하지요. 이런 경험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면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변화의 벽을 넘어 세상 밖을 바라보는 큰마음을 얻게 된 것입니다. 산에 오르면서 저는 지금껏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저는 제게 필요한 것을 배우고 익히는 활동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산에서는 서로를 배려하고 돕지 않으면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는 상황들을 만나게 됩니다. 산행 중 발목을 삐어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는데 해는 저물어 갑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여름 산행 중에 갈증과 뜨거운 햇볕으로 일사병에 걸리기 직전인데 물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변 등산객들의 도움이 절실하겠죠. 그런데 다들 모른 척 그냥 지나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이런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세상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세상 밖으로 나갈 때 내가 필요한 것보다 조금 더 준비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사람 사는 사회의 모습이라는 것을 느꼈죠.

Q. 바쁘신 와중에도 청년들의 멘토를 맡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배운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마음에 멘토링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회사에 있으면서 여러 외국계 컨설턴트들에게 교육을 받았습니다. 좋은 내용이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에는 맞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30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여전히 외국계 교재와 강의 자료로, 그들에게 컨설팅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 산업이 아직도 건재한 이유는 선배들의 장인정신과 노하우를 후대에게 전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G2로 급부상한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리더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인재 양성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저는 곧 은퇴를 할 나이인데, 지난 30년간의 노하우와 경험이 은퇴와 동시에 묻히게 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산을 다니면서 나눔의 가치를 깨달았고 내면의 그릇을 키우는 힘도 알게 되었지요. 이렇게 배운 것들을 살려 우리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와의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게 하는데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Q.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해 오셨습니다. 취업준비생들이 스펙 이외에 갖추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제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그동안 경험했던 것을 토대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어떤 회사에 입사하려면 그 회사에서 원하는 기본 조건을 갖추어야 하겠지요. 이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고, 또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하고 있는 일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과 차별화 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요? 입사 후 본인이 회사에 기여하거나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삼성전자에 입사하기 전 중소기업 몇 곳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역량을 키웠지요. 성실하게 일하며 시간이 나는 대로 공부도 하고 혁신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물론이고요.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익히되, 배운 것을 자신만의 특성으로 내재화하는 것이 차별화의 방법입니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곳이 대기업이라 쉽지 않다면,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으며 역량을 키운 뒤 다시 도전해보기를 권합니다.

Q. 향후 새로운 책을 발간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원래 이번「산으로 간 남자」는 4개 파트로 구성했었습니다. 그 중 ‘산에서 깨달은 진리’는 내용이 많아 다음에 출간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살아온 역사를 하나씩 복기하면서 정리해 나가려 합니다. 이번 출간 이후 30년 간 직장에서 배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혁신 활동의 근본을 다룰 ‘경영혁신의 진실’, 관리자들이 조직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자신과 더불어 어떻게 망치는가를 보여줄 ‘나쁜 관리자들’, 꿈을 이루어 가기 위한 실천 과제 ‘드림 경영’ 등을 차례로 출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이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와 가훈을 한데 엮어‘우리 가족이야기 Family Book’을 출간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글 | 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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