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금女의 벽①] 안지현 이스타항공 운항승무팀 부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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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금女의 벽①] 안지현 이스타항공 운항승무팀 부기장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1.25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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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승무원 출신, 남자들만의 직업 ‘조종사’ 꿈 이뤄
▲ [사진=이스타항공]

‘금녀의 벽’으로 조종사를 꼽을 만큼 여성 조종사가 아예 없는 민항사도 여전히 많다. 그만큼 조종사는 ‘남성 전용’ 꼬리표가 달린 직업으로 여겨져 왔다. 현재 이스타항공 운항승무팀에서 부기장으로 재직 중인 안지현 씨는 남자 전유물로 여겨진 조종사에 대한 꿈을 이뤘다. 꿈을 이룬 그녀는 조종실만큼 남녀 차별이 없는 곳도 없다며, 조종사는 정년(60세)을 채우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말했다.

안지현 부기장은 객실 승무원 출신이다. 타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했지만 생각과 달리 적성에 맞지 않자 다시 한번 진로를 고민했고, 이후 조종사라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녀가 조종사가 되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응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고.

“2011년 울진 비행훈련원에 들어갔을 당시 조종사를 남성들만의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도 일정 부분 그런 것 같고요. 객실 승무원에서 조종사로 진로를 변경했을 때 부모님께서 많이 걱정하셨어요. 설득하는 일도 힘들었죠. 외할머니는 체구가 작은 저를 보며 비행기는커녕 버스운전 기사도 제게 운전을 맞기지 않겠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가족을 비롯해 주변 친구들도 저를 많이 걱정했어요. 이런 걱정과 부정적인 시선에도 저는 ‘해보자’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스스로 응원하며 도전했죠(웃음).”
 

여성의 ‘특성’ 비행기 조종에 유리

▲ 안지현 부기장은 여성 조종사가 된 기쁨도 잠시, 너머야 할 능선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사진=이스타항공]

그녀는 여러 편견과 우려 속에서 도전한 끝에 꿈을 이뤘다.
하지만 꿈을 이루고 난 뒤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남성 집단에서 적잖은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힘든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힘들게 여성 조종사가 되어 기뻤지만 잠시 뿐이었어요. 남성 집단에 적응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부분은 여자 조종사로서 넘어야 하는 산이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그리 불편함은 없습니다.”

최근 이스타항공은 여성 부기장뿐만 아니라 여성 비율이 낮은 정비파트에 여성 ‘확인정비사’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 최초로 배출했다. 부기장으로 일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그녀는 조종사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간 항공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공군조종사와 조종훈련생이 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일반대학 졸업 후 조종훈련생이 되기 위해 울진 조종교육 훈련원에서 자가용 조종사, 계기 비행 방식(IFR), 사업용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죠. 이 세 가지 모두 취득해야 항공사 부기장 입사 지원이 가능합니다. 덧붙여 말씀드리면 자동차가 차선과 신호를 통해 안전 운전을 하듯 비행기도 정해진 항공규칙을 통해 안전 비행을 합니다. 비행 방식에 따라 밖을 보며 비행하는 ‘시계비행(VFR ; Visual Flight Rules)’방식과 계기판을 보고 비행하는 ‘계기비행(IFR ; Instrument Flight Rules)’ 방식으로 나눌 수 있죠. 자격증 취득 후에는 비행 조종 경력 시간을 쌓아야 합니다. 항공사별로 신입 부기장 지원 시 필수 조종 경력 시간이 다릅니다. 이스타항공 신입 부기장 지원 필수 조종 경력 시간은 250시간 이상이며, 타 LCC도 이와 비슷한 수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비행시간은 여러 방식으로 쌓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한서대학교 태안비행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쌓았죠.”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로봇 대체 비율이 가장 낮은 직업 20개 중에 ‘항공기 조종사’가 포함되었다. 조종사는 생명과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동화 대체 비율이 낮은 직업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무인항공기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동항법장치(비행기를 예정된 경로와 고도로 항행하기 위한 자동 조종 장치)가 안정화 돼도 기계는 오류의 가능성이 있어 무인항공기 대중화는 빠른 시일 안에 어려울 것입니다. 비행을 하다보면 급격하게 바뀌는 기류변화, 터뷸런스(난기류, 공기의 흐름이 불규칙한 현상)에 의해 승객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과 사고 등을 자동화 시스템이 감지하고 대응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생명을 책임지는 일을 기계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의문이 듭니다. 어떠한 것도 100%로 존재할 수 없다면 그것을 대응할 수 있는 사람과 대응책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때문에 조종사라는 직업은 미래 유망 직종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여성이 지닌 섬세함과 세밀함은 조종에 있어 유리하다고 봅니다. 고도 1피트, 방위 1도라도 좀 더 세심하게 맞추려는 부분은 비행 안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데 이런 부분은 여성이 좀 더 유리한 것 같습니다.”


다음 생에도 조종사가 되고 싶어
공항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여행을 떠난다는 설렘으로 들뜬 사람들, 출장 가는 이들의 무거운 발걸음과 표정.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 공항이다. 그녀의 하루는 이러한 공항에서 시작해 공항에서 마무리 된다.

“스케줄이 있는 날은 회사로 출근해 기상을 확인하고 비행계획서 등을 세웁니다. 목적지까지 공항과 항로의 현재 상태확인과 기타 여러 가지 점검 사항을 기장과 함께 체크합니다. 그리고 면허증, 신체검사 증명서, 항공 무선통신사 자격증, 항공영어구슬능력 자격증 유효기간이 충분한지도 미리 확인하고요. 국제선 운항이 있을 경우 여권, 승무원 등록증을 확인합니다. 이와 같은 브리핑은 기장과 함께 진행하며, 브리핑이 끝나면 객실 승무원들과 합동 브리핑을 합니다. 객실 승무원들에게는 항공기 기번, 예약된 승객 수, 비행시간, 탑승구, 비행기 객실 고장난 곳 확인, 출발지 기상, 항로 기상, 목적지 기상, 난기류가 예상 되는 구간 등등 비행이 시작되기 전 사전에 많은 것들을 반복해 점검합니다. 합동 브리핑을 마치고는 다 같이 셔틀 버스로 공항에 도착하고 이후 비행이 시작됩니다.”

▲ [사진=이스타항공]

그녀는 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고의 조종사는 실수가 없는 조종사가 아니라 작은 실수라도 놓치지 않는 조종사라고 말했다. 또한 돌발 상황 발생 시 나타난 원인을 찾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최고의 조종사라고 밝혔다.

정년까지 비행하고 싶다는 그녀에게 다음 생에도 조종사를 선택하겠느냐고 묻자 주저 없이‘그렇다’고 답한다. 이유는 매번 같은 노선일지라도 매번 다른 기상현상에 대비해야 하는 일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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