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금女의 벽③] 이미혜 온리우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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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금女의 벽③] 이미혜 온리우드 대표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1.2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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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목수에 대한 편견, 일에 대한 ‘가치’로 깨
▲ 20년 가까이 걸어온 무용수의 길을 접고 목수의 길로 접어 든 이미혜 대표. 그녀는 현재 강동구 천충로에 '온리우드'라는 공방을 운영 중이다.[사진=월간리크루트]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무용의 길을 걸어온 이미혜 온리우드 대표. 그런 그녀가 20년 넘게 걸어온 무용의 길을 접고 목수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난 2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진다’는 뜻의 가구 공방 온리우드를 열었다. 갑작스런 진로 유턴에 주변에서 많이 놀라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녀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주변의 걱정스런 눈빛보다 여자 목수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남초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더 컸다고. 하지만 그런 편견은 오히려 ‘그들만의 리그’에서 그녀가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데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어릴 때부터 옷보다 나무에 관심이 많았다. 엄마와 언니가 의류 매장을 둘러볼 때 이 대표는 하루 종일 가구와 생활용품이 있는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예전부터 나무를 좋아했고 관심도 많았어요. 그런데 정작 가구를 구매하려고 보면 100% 제 마음에 드는 가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가구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던 것 같아요.”

나무를 좋아한 그녀가 어릴 적부터 들어선 길은 무용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돌연 목수의 길로 접어든 사연이 궁금해졌다.

“20년 가까이 해 온 무용을 앞으로 계속할 자신이 없었어요. 무용을 접고 다른 길을 찾던 중 목공 일이 떠올랐죠. 오랫동안 무용했던 친구들은 제 선택을 존중해 주고 응원도 많이 해주었습니다. ‘좋아하는 일 찾아서 좋겠다, 부럽다’고요. 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무용 이외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거의 없어요. 어릴 때부터 무용했던 친구들은 잘 알 겁니다. 초등학교 다음에는 중학교 입시가 있고, 그 다음에는 고등학교, 대학교 입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여타 진로를 고민할 시간이 거의 없죠.”

남자가 하면 ‘작업’, 여자가 하면 ‘혼수?’
주변응원에 힘입어 자신감을 얻었지만, 내심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하니 그 과정이 공포로 다가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때문에 그녀는 여자 목수에 대한 편견에 저항하는 것보다 목공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했다.

목수는 나무를 다루어 집을 짓거나 가구를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리고 목수는 대목수와 소목수로 나뉜다. 대목수는 전통한옥의 건축 기법 습득과 한옥 건축의 도면을 위한 컴퓨터 3D설계 습득 등 전통한옥을 짓는 데 필요한 기술을 배워 한옥 건축현장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 소목수의 경우 한옥 환경에 걸 맞는 창호와 전통가구 제작 기술을 습득하고 각종 수공구류 및 전동공구류의 취급 방법을 습득하여, 가구제작업체 취업 또는 목공방 창업을 많이한다. 이 대표는 소목수에 해당한다.

그녀는 목공일을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 목공 학원을 다니던 중 자신의 귀를 의심한 정도로 불쾌한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느 날 목공을 배우러 학원을 갔는데, 멀찌감치 떨어진 남성 한 분이 ‘혼수 만들러 왔냐’고 묻더라고요. 순간 제 귀 를의심했죠(웃음). ‘남자가 공방에 오면 작업하는 거고 여자가 공방에 오면 혼수를 만든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요. 지금은 이해하지만 당시에는 의아했고 내심 기분도 상했죠.”

그녀는 목공을 배우기 시작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여자 목수에 대한 편견과 싸우고 있다. 그녀는 그러한 편견을 몸으로 부딪치며 이겨냈다고 한다.

“2m가 넘는 나무가 하루에 몇 개씩 공방에 배달되는데 배달하시는 분들이 항상 ‘혼자 계세요? 남자 없어요?’라고 물으세요(웃음). ‘무거운데 혼자 옮길 수 있겠냐’고 하시고요. 저는 ‘하나 씩 옮기면 된다’고 하고 가능한 한 스스로 옮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에는 학원도 좋지만 공사 현장이 살아있는 교육장소라고 생각되어 공방 오픈 전 공사가 진행 중인 공방으로 출근해 기사님들의 일손을 거들었어요. 처음엔 모두 고개를 가로저었지요.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도와드렸더니 나중에는 손끝이 야무지다고 칭찬을 하셨습니다.”

인테리어 관심 늘어 좋지만, 인건비 인색에 아쉬움 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인테리어 및 생활소품 시장규모는 2008년 대비 70% 이상 늘어난 12조 5천억 원에 달했고 2023년에는 18조 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가구·생활용품 기업 이케아는 이러한 국내 시장을 겨냥해 2014년 경기도 광명시에 1호점을 열었다. 예정대로 2020년까지 국내에 4개 매장을 추가로 열 경우 홈퍼니싱(조명·인테리어 소품 등을 활용해 스스로 집을 꾸미는 행위)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인테리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어 소규모 공방을 비롯한 개성 있는 공방들이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공방을 오픈한 지 1년이 채 안 된 이 대표는 가구와 생활용품 수요가 많아지는 건 기쁘지만 내심 아쉬운 부분도 있다며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가구 기업이 국내에 유치되면서 가구의 전체 시장규모가 커진 것은 좋은 소식이에요. 그런데 규모가 큰 전문 가구업체와 달리 공방은 소규모로 운영되는 곳이 많습니다. 주로 주문 제작을 하고 있고요. 공방을 찾는 분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가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하기 위해 찾아오십니다. 말 그대로 주문 제작이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죠. 그런데 이에 대한 가치를 많이 인정해 주지는 않으세요. 유럽의 경우는 공예에 대한 가치를 크게 인정해 주는데 우리는 아직 그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이 많습니다.”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오래 못가 문을 닫는 공방들도 적지 않다. 글로벌 가구 전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그녀도 공방 운영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따른다고.

“경제적인 부분은 오픈 전부터 어려웠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나름 만족하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목공을 업으로 삼고자 했을 때 가장 염려했던 게 수입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고민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고민 끝에 저만의 비즈니스 플랜이 확실히 세워지자 도전해도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현재 저처럼 나무가 좋아 취미로 목공을 시작해 이후 공방 운영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자신이 정말 목공을 하고 싶은가, 경제적으로 힘들 때 감수할 수 있겠는가’를 보다 진중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무엇을 하든 그 분야에 적어도 10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만든 가구들이 시장에서 경쟁력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도전해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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