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어진 금男의 벽④] 장웅조 비아보스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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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진 금男의 벽④] 장웅조 비아보스코 대표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1.2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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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공간 채우는 일, 남자와 여자 나뉠 필요 있나요?

꽃을 의미하는 라틴어 플로스(flos)와 전문인을 뜻하는 접미사 이스트(ist)의 합성어인 플로리스트(florist)는 프랑스, 영국 등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에서 사회·문화적으로 널리 인정받는 전문직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플로리스트 직업에 대한 성 고정관념이 유독 강하다. 2000년대 초반 플로리스트가 되고자 했던 장웅조 플로리스트는 당시 꽃을 업으로 삼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남자가 무슨 꽃이냐’는 반응이 먼저 나왔다고. 하지만 영국의 유서 깊은 꽃꽂이 학교 콘스탄스 스프라이에 유학하면서 꽃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Q.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비아보스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태리어로 ‘비아(VIA)’는 골목이고‘보스코(BOSCO)’는 숲입니다. ‘숲속의 골목’이라는 뜻이죠(웃음). 플로리스트 경력은 15년이 됐습니다.

Q. 플로리스트가 된 직접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플로리스트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직접적인 계기는 없었습니다. 정말 우연찮게 꽃을 접해 플로리스트가 된 케이스이죠. 어느 날 지인과 만나기로 해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그곳이 플라워 스쿨이었어요. 꽃집과는 조금 다릅니다. 꽃 판매보다는 클래스로 운영되는 곳이었죠. 그곳에서 지인의 꽃꽂이 수업이 끝나기를 어색하게 앉아 기다리던 중 원장님이 오셔서 ‘꽃 작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여성분들이 많아 좀 멋쩍었지만 기다릴 겸 꽃을 만졌죠. 그때 처음 꽃꽂이를 접했어요. 꽃은 이전에 많이 사봤고 만져도 봤지만, 관심 있게 만졌던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어요. 어설픈 솜씨였지만 꽃을 자르고 세밀하게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권하신 원장님이 남자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만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며칠 후 그곳에 취미반을 등록해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취미반을 마치고선 플로리스트 전문가 과정도 마쳤죠. 이곳에서 플로리스트가 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꽃으로도 돈을 벌 수 있다’라는 걸 알게 됐어요.

Q. 플로리스트가 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요?
몇몇 친구들은 ‘남자가 무슨 꽃이냐, 드디어 미쳤구나’하더군요(하하). 어떤 친구는 ‘지방에 내려가 꽃을 재배하는 거냐’고 물었고요. 주변 반응은 달랐지만 남자가 플로리스트를 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는 점은 같았죠. 아버지께서도 처음엔 반대를 하셨어요. 사업을 하시던 분이라 저도 비슷한 길을 가기를 원하셨죠. 하지만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나중에는 지지해주셨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취미반 때부터 유학 가기 전까지 매일 새벽 5시에 집을 나서 자정에 들어오는 저를 보고 ‘쉽게 생각하는 건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하셨대요(웃음). 그리고 꽃꽂이도 기술이니 배워두면 신체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평생 밥벌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도 생각하셨고요. 어머니께서도 옆에서 잔잔히 응원 해주셨습니다.

Q. 어떤 면에서 플로리스트가 남자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직업 중 하나가 플로리스트에요.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남자가 좀 더 유리하지 않나 싶습니다. 꽃꽂이 데코에서는 여성이 가진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지만 남자만이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도 나름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꽃으로 공간 채우는 일에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Q.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보통 아침 7시 고속터미널 꽃시장에 도착해 당일 작업할 꽃들을 구매해 작업실로 옵니다. 돌아와서 꽃을 다듬다보면 오전 스케줄이 마무리됩니다. 오후는 꽃꽂이 수강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수업 이외에 백화점 문화센터와 기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강의를 준비합니다.

Q. ‘플로리스트’ 직업을 남자가 했을 때 경쟁력이 있을까요?
여자와 남자를 떠나 플로리스트라는 직업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꽃을 필요에 의해 구매하는 비율이 높지만 점차 생활의 일부분으로 여긴다면 꽃을 배우려는 수요는 더 커질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플로리스트 직업 전망 자체는 밝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외국의 경우 남자 플로리스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꽃집을 운영하다가 얼마 못 가 그만두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를 보면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에요. 체력이 좋고 꽃을 좋아하는 남자라면 플로리스트에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Q. 플로리스트 길을 걷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플로리스트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업입니다. 특히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리고 꽃을 시작한 사람이든 꽃집을 연 사람이든 처음에는 어느 정도 어려움이 뒤따릅니다. 아마도 2년까지는 여러 가지로 힘들 것입니다. 꽃을 배우는 입장에서는 매일 새벽 꽃시장에 나가는 일이 힘들고, 꽃집을 연 사람이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런데 묵묵히 꽃을 사랑했던 초심을 지켜 나가다보면 주위에서 알아주시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점차 늘어날 것입니다. 제가 영국에 유학 갔을 때 하루는 버버리 본사 매장 앞에 한참을 서 있었어요. 그리고는 내가 만진 꽃으로 채워진 그곳을 상상했죠.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지사 버버리 매장에서 그 꿈을 이뤘습니다(웃음).

간혹 고등학생들이 찾아와 지금 꽃을 시작해 업으로 삼아도 되는지 묻는데 저는 바로 시작하라고 말해 줍니다. 하고싶은 마음이 있다면 하루라도 먼저 꽃을 접해보는 게 좋아요.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렵다고 하잖아요. 작은 고비들을 넘다보면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꽃을 전문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플라워 아카데미’를 만드는 데 집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꽃을 만지는 수강생들의 표정이 미소로 가득한 걸 볼 때 보람이 큽니다. 그래서 저는 꽃을 만지는 이 직업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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