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말이초’에게 뉴스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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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말이초’에게 뉴스 읽어주는 남자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1.25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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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범근 쥐픽쳐스 대표
▲ 국범근 쥐픽쳐스 대표[사진=본인 제공]

‘십말이초’(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를 이르는 말)를 대상으로 정치·사회·문화 이슈를 영상으로 보다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국범근 씨는 1인 미디어 쥐픽쳐스 운영자다. 평소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좋아한다는 그는 영상만큼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내는 도구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 현재 쥐픽쳐스의 구독자 수는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합쳐 23만 3천 명이다. 재미로 시작한 영상 제작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는 국범근 씨. 그는 자신이 만든 영상이 사회에 작게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것이 영상을 만드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21살의 국범근 씨를 만나본다.

Q. 간단한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인 미디어 쥐픽쳐스(G-picture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쥐픽쳐스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게 사회 이슈를 보다 쉽게 풀어내는 미디어입니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영상 제작에 흥미를 느꼈는지요?
평소 저 자신을 표현하는 일을 좋아했어요. 글로 그림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표현해 남들과 공유하는 게 좋았죠. 그런데 영상을 접하고 나서는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영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특히 중학교 1학년 때 UCC 과제를 하면서 재미를 붙였습니다. 그때 재미를 느껴 지금까지 이어오게 됐죠.

영상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에요. 교내 UCC 대회에 참가하면서 영상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쥐픽쳐스도 그때 만들었고요. 쥐픽쳐스의 시작은 ‘단순 재미’였어요. 지금은 정치와 같은 사회 이슈들을 소재로 삼지만 이전에는 재밌는 영상 위주였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쥐픽쳐스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영상 하나가 짧게는 6분 정도 되는데 그 시간에 내 영상이 선택 받았다면 단순 재미로 끝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짧지만 그들이 시간을 할애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되물었죠. ‘영상 만드는 데 시간과 노력이 든다면 그것에 대한 가치를 가지는 것이 맞는 게 아닐까’라고요.

Q. 영상을 주로 역사와 정치, 그리고 사회 이슈들로 다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 자신을 나타내는 일을 하고 싶었던 국범근 씨는 영상을 통해 그 일을 성취했다. 그는 영상을 만들 때 자신이 이 영상을 왜 만드는 지와 자신이 만든 영상을 통해 보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얻어갈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지를 염두하고 영상 제작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시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초등학교 때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요. 영화 보는 내내 공포감이 밀려왔죠. 이유는 영화 속 배경인 5·18 민주화 운동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집에 돌아와 영화 배경이 된 사건들을 공부하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최근 공영방송 파업 관련 영상을 만들었는데,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공영방송 파업은 저희 세대에겐 상수(常數)처럼 느껴져요. 원래부터 있었던 일인 건 알겠는데 시작점을 몰랐어요. 시작점을 모르니 이 문제가 왜 심각한지 이해할 수 없었죠. 사회 이슈임은 분명한데 사건의 배경 이해를 돕는 정보 제공처가 없어 관심에만 그치는 10대들이 많아요. 이처럼 하나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 제공처가 없었습니다. 이는 개인적으로 기성 뉴스와 기성 매체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공영방송 파업 관련 영상 제작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기성 뉴스와 기사들이 불친절하다는 걸 한 번 더 알게 됐고요.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학교에선 10대가 뉴스 보는 방법이라든지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려주지 않아요. 이런 교육 과정을 거친 10대는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사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지 못하게 되는 거죠. 아마도 학교가 정치적인 문제를 다루는 것을 아직은 꺼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이 보완되길 기대합니다.

Q. 시청자 층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입니다. 그렇게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10대 청소년들은 어른이 될 때까지 입시 외적인 것들에 소홀해요. 관심을 갖더라도 어른들은 입시에만 몰두하라는 분위기로 그들을 얽매죠. 대학에 필요하지 않은 정보와 지식은 불필요한 것들로 간주해 버려요.이런 분위기에서 자란 10대들은 사회학습 관점 형성에 필요한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하고 어른이 될 준비를 못한 채 사회에 경착륙하게 됩니다. ‘어린-어른 연착륙 플램폼’이 쥐픽쳐스의 사명인데 이런 점을 착안해 만들었죠.

Q. 영상을 만들 때 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이 영상을 왜 만드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만든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이익이 무엇인가’입니다. 지금은 다양한 콘텐츠들이 너무 방대해요. 그 무궁무진한 더미에서 제가 만든 영상을 봐야 하는 이유는 사실 없습니다. 때문에 시청자들이 내가 만든 영상을 기대하고 찾게 만들려면 그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되는 영상을 만들어야 해요. 그렇게 하려면 영상 제작 전에 영상의 목적의식을 저 스스로 뚜렷하게 잡고 가는 게 선행되어야 합니다.

Q. 영상을 만들면서 얻는 보람이 있다면?
영상을 만들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영상을 통해 제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와 그 의미를 찾았다는 점입니다. 저는 저마다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 없으니까요. 그리고 영상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공부를 하는데 이는 매번 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하하). 가장 크게 얻은 바는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Q. 앞으로의 진로가 궁금합니다.
현재 좋아하는 영상 만드는 일을 하고 있지만, 진로 고민은 끝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금 당장은 영상 만드는 일에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할 거예요. 이와 동시에 주기적으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힘 쓸 생각이고요. 장기적 목표는 사실 없습니다(웃음). 주변에서 향후 5년 뒤에도 영상 제작 일을 하고 있을 것이냐는 질문을 하시는데 전 모르겠다고 해요.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는 것에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향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Q. 2017년 기억에 남는 일과 다가오는 2018년을 어떻게 보낼 계획인지요?
2017년은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로 채워진 한 해였습니다. 기억에 남는 일을 굳이 꼽자면 지난 9월 초 제작해 올린 ‘5·18 민주화 운동 한방에 이해됨’영상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2018년 계획은 아직 세워져 있는 상태는 아니에요. 되돌아보니 1년 단위로 세운 계획 중에서 지켜진 게 별로 없더라고요(하하). 그래서 1년단위 계획이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신념 중 하나가 사회가 어떤 식으로든 지금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예요. 이를 지켜나가면서 주어진 기회와 다양한 경험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해가 됐으면 합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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