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사, 향에 대한 표현력이 중요한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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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사, 향에 대한 표현력이 중요한 직업”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2.26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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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순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 대표
▲ 정미순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사람의 첫인상은 3분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그렇게 한 번 입력된 첫인상을 바꾸는 데는 40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첫인상이 다르다. 어떤 이는 얼굴을, 어떤 이는 옷차림을, 어떤 이는 향기로 상대방을 기억한다. 그 중 순간 코끝을 스치는 향기는 그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향을 찾는다. 그리고 수많은 시향지를 맡는다. 시향지에 밴 향을 만든 사람을 ‘조향사’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1세대 조향사라 불리는 정미순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 대표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향수 박물관 ‘뮤제 드 파팡’에서 만났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조향 교육기관인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엠 퍼퓸 플레이버 스쿨에서는 조향의 기초부터 응용 등을 가르치고 있죠. 조향사는 크게 퍼퓨머(Perfumer)와 플래버리스트(Flavorist)로 나뉩니다. 화장품 향을 만드는 사람을 퍼퓨머라 하고, 식품에 들어가는 향을 만드는 조향사를 플래버리스트라고 합니다.
 

Q. 조향사라는 직업을 어떻게 만나셨는지 궁금합니다.
중학교 때 에스티 로더의 책을 처음 읽었습니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의 창업주인 로더가 조향사로 화장품 업계에 처음 발을 내디딘걸 보고 같은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웃음). 에스티 로더도 화학을 전공했기에 저도 화학을 선택했습니다.


Q. 대학 졸업 후 향수 공부를 위해 유학길에 오르셨다고요.

대학 졸업 후 당시 국내에선 조향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이 안 돼 있었습니다. 향수의 본고장 프랑스를 가고 싶었지만 거리가 멀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가까운 일본을 선택했죠. 일본의 조향학원인 ‘도쿄 미야 프래그런스 스쿨’에서 3년간 공부하고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수입 화장품 회사에 입사했지만 원하는 조향사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이탈리아에서 열린 화장품 박람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박람회에 참가하고 유명한 향수 산지인 프랑스 그라스에 들렀습니다. 여기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라스의 오래된 향수 기업 갈리마드가 운영하는 향수 박물관을 방문한 것입니다. 그곳에서 우연찮게 갈리마드 오너를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갈리마드 사장이 저에게 ‘한국에 향 스튜디오를 오픈해 보지 않겠냐’고 했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3개월이 지났을 때 갈리마드 사장에게 한 통의 메일이 왔습니다. ‘지금도 생각 중인가?’라는 메일 이었어요. 프랑스에서권유를 받았을 때는 용기가 나지 않아 선뜻 대답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메일을 본 순간 하늘의 계시(?)와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바로 하겠다는 회신을 보냈죠. 이후 갈리마드와 정식계약을 맺고 ‘갈리마드 스쿨’을 2002년에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갈리마드와의 계약종료 후 ‘갈리마드 스쿨’은‘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로 변경됐습니다.


Q. 조향사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기업에서는 ‘조향사’라는 명칭보다 ‘향료 연구원’이라고 표현합니다. 향료 연구원은 대부분 화학 전공자입니다.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화학을 전공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화장품 회사의 향료 연구 파트라면 더욱 더 화학 전공이 필요하고요. 하지만 향 관련 공방 창업은 화학 비전공자여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 향수의 원료가 되는 각종 향료[사진=오세은 기자]

Q. 조향사는 실제로 후각이 좋아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후각은 생리적으로 정상이어야 합니다. 코가 예민하다고 조향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조향사는 냄새를 잘 맡는 것보다 냄새를 맡고 이를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력이 더 중요합니다. 일종의 창작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작업을 잘 해야 합니다. 생리적으로 이상이 없는, 보통 코를 갖고 있는 사람이 조향 교육을 거쳐 후각이 발달하고 이어 표현력이 더해지면 훌륭한 조향사가 될 수 있습니다.
 

Q. 조향사에 대한 전망은 어떻다고 보시는지요?
조향사 직업 수요를 보면 그리 많은 인력 요청이 있지는 않습니다. 국내에 500여 개의 화장품 회사가 있는데 한 기업당향 전문가는 대략 2명 내외입니다. 결국 향 연구원은 1,000여 명이라는 거죠. 하지만 향 관련 직업은 지난 10년과 비교해 많아졌습니다. 화장품, 생활용품, 향수 등 향이 쓰이는 분야가 광범위해졌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향기 산업과 직업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Q. 수많은 향수 중에 자신과 맞는 향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요?

자신에게 맞는 향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직접 뿌려보고 관찰하면 자신에게 맞는지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뿌린 향을 끝까지 좋아하면 자신에게 맞는 향이고, 뿌린 상태에서 본인의 컨디션이 좋아지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도 자신과 잘 맞는 것입니다. 백화점에 가서 향수를 구입할 때, 바로 구입하지 말고 뿌려보고 하루가 지난 다음에도 계속 생각난다면 그때 구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조향사에게 필요한 자질과 역량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단 향을 좋아하고 지속적으로 향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향에 대한 표현력이 풍부한 사람이 조향사 일을 오래할 수 있습니다. 예술 감각도 어느 정도 필요하고요. 끈기와 인내심, 건강 유지도 중요합니다. 조향 작업은 육체적 노동이지만 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알게 모르게 조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신이 안정되도록 평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지엔 퍼퓸 플레이버 스쿨을 계속 운영하면서 향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더불어 조향 기술을 발전시켜 여러 친구들에게 지식 나눔도 할 생각이고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향 산업 시장은 유럽과 비교해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임할 생각입니다.

글·사진┃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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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 2018-04-02 14:19:07
조향사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이걸 보고 더욱더 자세히 알게된 것 같습니다. 조향사라는 직업의 매력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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