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4개월 간 군 복무를 하고 지난 2017년 6월 육군 대위로 전역한 남윤구 씨. 그는 전역을 1년여 앞둔 시점부터 전역 후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며 차분하게 전직을 준비했다. 탈락의 고배도맛봤지만 군인 정신으로 칠전팔기하며 다시 도전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11월 23일, 그토록 바라던 우리은행에 합격했다. 그 날은 그의 서른한 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안녕하십니까. 성실과 열정의 스마트 거북이, 100번 지원자입니다!”
우렁찬 자기소개가 면접장을 메웠다. 말 그대로 성실함과 열정으로 전직을 준비한 그는 이 면접에서 당당히 합격 도장을 받았다. 2017년 하반기, 우리은행에 합격한 남윤구 씨의 이야기다. 그는 지난 12월 국방부 주최「전역군인 전직수기」공모전에서 자신의 전직과정을 공감있게 표현해 대상인 국방부장관상을 수상했다.
국방전직교육원 진로교육으로 방향 설정
취업도 어려운 요즘에 군 간부로 전역을 하는 것은 더욱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전역을 1년 앞둔 2016년, 남윤구 씨는 본격적으로 전역 이후의 삶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역을 하고 나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자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고민을 하면 할수록 더 불안했습니다. 전직은 막연했죠.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역대 최대의 취업난’이란 기사를 볼 때마다 그 불안감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어요.”
불안하다고 마냥 떨 수만은 없었다. 고민 끝에 대략적인 진로를 금융권으로 정했다. 중위 시절 국방부와의 협약을 통해 지원을 받으며 진학했던 한국외대 MBA 이력을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마침 재테크를 좋아하는 성향이라 금융권은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나 세부적인 진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우연히 국방전직교육원에서 진행하는 진로교육에 참여하면서 진로를 명확히 그릴 수 있었다.
“저의 여러 특성을 고민했을 때 저의 특성이나 장점과 두루 연결되면서도 그동안 관심이 많았던 금융권으로 진로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 안에도 은행, 증권사, 보험 등 여러 회사가 있어서 어디를 지원하면 좋을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토익 공부를 하다가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중단한 적도 있었어요. 그러던 중 국방전직교육원에서 실시한 1박 2일의 진로교육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육을 받으며 제 자신을알수있었어요. 진로에 대해 탐색하면서 결국 은행원이 되기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에도 잘 맞을뿐더러 군 복무를 통해 익힌 성실함과 열정, 실천력으로 고객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자산관리를 추구할 수 있는 은행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죠.”
서류 전패의 충격, 냉철한 분석으로 극복
방향을 정하고 난 뒤 남은 것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었다. 2017년 6월이 전역이었기에 2017년 상반기 공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매년 상반기에 다수의 기업에서 전역(예정)장병을 대상으로 공채를 진행하기에 이때를 잘 활용하면 전역과 동시에 전직에 성공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패였다.
“2017년 상반기 공채를 앞두고 국방전직교육원의 4박 5일 기본교육에 입소했습니다. 모의 면접, 자기소개서 작성, 자아탐색, 기업분석 등을 배웠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생각해 자신만만하게 리테일 계열 3개 대기업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서류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충격이 정말 컸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일어나야 했다. 충격을 다스리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입사서류부터 다시 검토했다. 이 때 들었던 조언은 그를 새로운 기회로 인도했다.
“스스로 서류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다른 분에게 클리닉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장교이신데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네요. 간부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 어떤 분은‘지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이 평가는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우선, 제 자신에 대한 분석과 지원한 기업에 대한 분석이 부족했음을 파악해 자기분석과 기업분석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었던 은행원을 위해 하반기까지 준비해보기로 다짐했습니다.”
2017년 6월, 전역을 하고 본격적으로 취업준비에 나섰다. 전직 지원금, 직업교육 훈련비(바우처)를 통해 관련 자격증과 어학을 준비했다. 은행 지원에 필요하진 않았지만 혹시 은행 합격에 실패하더라도 다른 기업에 지원할 때 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또한 직무·기업분석을 위해 여러 은행 지점을 방문하며 현직자를 만났다.
“은행과 관련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하면서 업계의 동향을 파악했습니다. 또한 여러 시중은행의 지점을 15군데 방문해서 업무현장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취업관련 기관에서 주최하는 설명회나 교육에 참석하기도 하고, 현직자도 많이 만났습니다. 현직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직무에 대해서 더 깊이 알 수 있었죠. 담당 컨설턴트님과 모의 면접을 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상에서 국방부 주관의 KB국민은행 전역예정장병 취업박람회 현장면접을 통해 서류전형을 합격하는 기쁨도 맛봤습니다.”
군 경험으로 서류 합격, 스터디로 면접 패스!
이후 하반기 시즌을 앞두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가 취업준비에 더욱 열을 올렸다.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에 접속해 사람들과 경제 이슈에 대해 토론하고 금융권 면접을 준비했다. 그 결과 6대 시중은행 중 4곳에서 서류합격 통보를 받았다. 철저한 자기분석과 기업·직무분석을 바탕으로 자기소개서를 준비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군에서의 경험과 경력이 큰 도움이 됐다.
“은행 지원 시 기재할 수 있는 어학성적이나 자격증은 한정적입니다. 자기소개서에는 키워드에 해당하는 군 경험을 작성했습니다. 군복무 입력란에는 ‘장교’와 ‘대위’를 적었고, 경력란에는 군복무 시절 수행했던 직책을 기입했죠. 이를 통해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낼 수 있었습니다. 합격에 있어 군대에서의 경험과 경력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것입니다.”
이후 곧장 면접 준비에 매진했고, 마침내 우리은행에서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는 면접까지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이 면접 스터디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함께 스터디를 한 6명 중 4명이 나란히 우리은행에 합격했다.
“꾸준히 동기, 담당 컨설턴트, 같은 꿈을 목표로 하는 스터디원들과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담당 컨설턴트님이 제게 ‘웃을 때와 웃지 않을 때의 인상 차이가 크다’고 조언해주셨는데, 이 말을 듣고 웃는 연습을 100번도 넘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목표를 이루고 전직에 성공하기까지 그의 곁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조언을 딛고 발전할 수 있었고, 사람을 통해 얻은 정보로 성공에 다가섰던 것이다.
“계속된 낙방으로, 혹은 길을 잃어서 방황하다가 주변에서 취업에 성공하기 시작하면 외롭기도 하고 자책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주위를 둘러보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세요. 사람을 만나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격려와 도움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고요. 이 시대의 고민을 함께하고 있는 청년들 모두, 취업과 전직에 성공하는 그날까지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