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직업, 창직 ③] 인터뷰 노민영 (사)푸드포체인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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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직업, 창직 ③] 인터뷰 노민영 (사)푸드포체인지 대표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2.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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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생활 교육 전문강사 ‘푸듀케이터’

올바른 식습관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특히 먹방(먹는 방송)과 쿡방(요리하는 방송) 열풍이 쉬이 잦아들지 않는 요즘,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러한 교육을 하는 이가 바로 ‘푸듀케이터’이다. ‘푸듀케이터’란 푸드(food)와 에듀케이터(educator)의 합성어이다. 푸듀케이터는 단순히 음식의 영양성분이나 칼로리만을 다루는 영양사와 차이가 있다. 노민영 푸드포체인지(Food for Change) 대표는 푸듀케이터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어 활동하며 푸듀케이터를 국내에 안착시켰다.

▲ [사진=본인 제공]

2012년 푸드포체인지를 설립한 노민영 대표는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아 졸업 후 외식사업체에서 마케터로 일했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유학길에 올랐다.

“회사에 있을 때는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고, 외형적으로 예쁜 음식들을 주로 다루다 보니 어느 순간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생기더라고요. 건강한 먹거리 관련 서적을 찾아보던 중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을 알게 되었어요.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은 국제슬로푸드연맹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음식문화를 전파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학교에요. 소비자들에게 어떤 음식이 좋은 것인지, 건강한 음식은 무엇인지 등 사회와 환경에 좋은 음식을 가르쳐주는 곳이죠. 제가 공부하고 싶은 것들이 그곳에 있었어요. 이후 퇴사를 결심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푸듀케이터’라는 직업 처음 만들어
이탈리아에서 1년간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슬로푸드(식문화 운동) 관련 일을 하던 그녀는 2012년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포체인지’를 만들었다. 푸드포체인지를 설립하면서 ‘푸듀케이터’라는 직업명도 직접 만들었다. 그녀에게 푸드포체인지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푸드포체인지는 바른 식문화 정립을 위한 식생활 캠페인과 바른 먹거리 교육 사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바른 식생활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바른 식생활 교육 전문 강사인 푸듀케이터를 양성합니다. 그리고 푸듀케이터들을 현장에 파견하여 어린이들에게 바른 먹거리의 개념과 식품첨가물 영양소 등의 성분표시, 유통기한 등 바른 먹거리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 알기 쉽게 가르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푸듀케이터는 제가 이 사업을 펼치면서 처음 만들었어요. 그야말로 ‘창직’이라 할 수 있죠(웃음).”


푸듀케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푸드포체인지에서 5주간 진행되는 총 53시간의 양성 과정을 수료한 후 푸듀케이터 자격검정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현재 27명이 이 과정을 거쳐 푸듀케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노 대표는 처음 푸듀케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한 2012년과 현재를 비교해볼 때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고 말한다.

▲ [사진=본인 제공]

“이전보다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어요. 때문에 푸듀케이터를 필요로 하는 곳도 점차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푸듀케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식품영양학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식품영양학이 필수 전공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푸듀케이터는 건강한 먹거리는 물론 환경·농업·사회·경제 등 여러 분야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교육자이기 때문에 교육자로서의 기본 자질도 갖고 있어야 하죠.”

그녀는 푸듀케이터와 영양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음식을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말했다. 영양사는 음식의 영양성분을 주로 다루지만 푸듀케이터는 더 큰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밝혔다.

“푸듀케이터는 사회·경제 등 다양한 시각에서 음식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 선택이 개인의 행동과 태도에 변화를 가져오도록 지도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개인의 식단이 개인의 문제로 그치는 게 아니라 사회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두부 한 모를 사더라도 생협(생활협동조합)에서 구매하는 것과 기업에서 구매하는 것에 차이가 있습니다. 생협 두부는 100% 국산 콩입니다. 이를 구매함으로써 우리 콩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협은 콩을 재배하는 농부에게 적정한 돈을 지불하고 사옵니다. 생협 이용은 결국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와 환경에도 기여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두부 한 모에도 소비자, 생산자, 사회, 환경 등 여러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푸듀케이터입니다.”


노 대표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먹거리가 이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주어진 음식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 갖기 전에는 저도 두부 하나, 커피 한 잔에 얽힌 이해관계를 몰랐습니다. 그런데 생협처럼 소비자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곳은 이전부터 존재했습니다. 푸듀케이터 역할을 하는 사람도 존재했을 거고요. 활동하는 이들을 정의하는 직업명이 없었던 것뿐이었죠.”

푸듀케이터로 활동한 지 6년차에 접어든 그녀는 얼마 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일자리, 돌파구는 없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창직 활동가로 무대에 섰다. 그녀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 ‘창직’이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는지 물었다.

“식생활 교육도 언젠가는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고 봐요. 그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푸듀케이터’가 안전한 직업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교육이라는 것은 일방향이 아닌 피교육자와 교육자의 교감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로봇이 완전히 대처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래서 푸듀케이터 직업은 당분간은 전망이 밝을 것입니다. 요즘 지속 가능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관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푸듀케이터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죠.”


식 재료 하나에 담긴 여러 의미들
요즘 이른바 먹방과 쿡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노 대표에게 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먹거리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 노민영 (사)푸드포체인지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생산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재료가 자라는 땅, 자연에 대한 생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먹고 요리하는 행위인 먹방과 쿡방은 이런 점을 놓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쿡방 열풍으로 요리를 많이 하는데 요리에 쓰이는 재료에 대한 설명과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예를 들어 파프리카가 우리 농산물인지 수입산인지 알아보지 않고 그저 요리에만 신경 쓰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이런 부분도 간과하지 않고 다루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반 식당에서 사용하는 재료들은 원가가 저렴한 수입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는분들이 많이 힘든 구조이죠. 소비자분들이 이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녀는 푸듀케이터로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음식 선택으로 개인의 행동과 태도에 좋은 변화를 불러오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좋은 먹거리 선택 방법에 대해 물었다.

“현대인들은 좋은 먹거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에 있지 않아요. 그렇다고 좋은 먹거리를 구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에요. 좋은 먹거리 선택을 위한 첫 걸음은 커피 한 잔, 점심 한 끼를 먹더라도 음식의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어떤 유통구조를 거치는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나아가 자연과 환경, 사회까지 생각해 선택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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