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인재에서 책임 인재로 - 우리 시대 타이태닉호의 선장과 선원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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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인재에서 책임 인재로 - 우리 시대 타이태닉호의 선장과 선원을 찾아서 -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8.02.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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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책임·윤리·투명경영

세월호와 타이태닉호
자꾸 떠올리기가 내키지 않는 세월호 참사 얘기다. 배의 속성을 가장 잘 아는 승무원은 69%가 생존했고 잘 모르는 학생들은 겨우 23%가 구조되었다. 비상 시 대비 및 응급조치 등 여타 요인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인명구조의 성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같은 단순한 수치만으로 보면 아쉬움을 지나 화가 나기까지 한다. 침몰하는 배에서 제일 늦게 탈출해야 할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나고, 그 후 2시간이 지나 배가 완전 침몰했으니 말이다.

반면, 영화 타이태닉은 어린이와 여성을 먼저 구명보트에 태운 후, 선장과 선원은 전원 사망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래도 우리 사회,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이태닉호의 선장과 선원은 많이 남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싶다.


책임은 권한의 반대급부
침몰하는 배에서와 같은 상황에서 ‘나부터 먼저 살아야지’는 인지상정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제도·직업적으로 승객 덕분에 돈(?)을 벌도록 허용된 것이라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도 뒤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 그리고 이같은 사회적 책임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권한의 반대급부라는 성격도 갖는다. 따라서 여기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정부·기업·법인·개인 모두가 부여받은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책임을 지불해야 한다. 권한만 갖고 책임을 안 진다면 그 사회는 깨질 수밖에 없다.


사회책임도 글로벌표준이 있다
간략하게 표현하면 ‘책임을 가지고 와야 권한을 준다’이다. 그 권한은 ‘사회’가 준다(허용한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회책임과 사회권한에 대한 전 지구적 고민은 바로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표준(KS)으로도 제정된 ISO 26000이 바로 그것. ISO 26000 글로벌표준은 책임의 영역을 크게 다음과 같이 7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① 누가 좌지우지하나(지배구조=거버넌스)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법제도는 긍정적 측면과 더불어 의사결정 과정에 일부 계층의 참여를 제한하는 부정적 측면도 동시에 갖는다. 법제도를 운용해온 관행, 규제 환경, 회계감사, 그리고 지배구조와 관련된 문화 등 모든 요인은 권한 행사에 상응하는 책임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부(富)가 정당한 노력 없이 대물림되거나 5억 원짜리 황제노역·무전유죄라는 보도가 다시는 나타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② 인권
인권문제는 아직도 전 세계가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축구공을 꿰매는 12살 파키스탄 소년 사진의 Life지 게재로 곤혹을 치른 N스포츠브랜드 회사 사례에서처럼 착한 기업으로 사회책임을 다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여야 한다. 국가인권 경영 가이드라인(체크리스트)은 장애인·비정규직·노인/여성/아동·군인·다문화가정 등 다양한 계층의 취약한 인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점검항목을 제시하고 있다.

③ 직장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나(노동관행)
최저임금을 포함한 안전한 작업장에서 일하고, 과다 시간 근무을 줄이며, 새우잡이배 승선 같은 강제 노동 금지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ILO(국제노동기구) 협약은 노동관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구체화시킨 대표적 예다. 사회생활의 출발인 직장에서의 일에 대한 올바른 관행의 정착이 중요한 이유다.

④ 환경보전과 자원이용
오염배출 후 사후처리보다는 오염발생을 사전에 줄이고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을 통해 우리 후손들도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완화·적응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모든 경제활동 주체(기업·정부·가정)의 책임 있는 노력을 UN차원에서도 구체적으로 실행(UNFCCC)해 오고 있다.

⑤ 공정한 거래 관행
공정 거래(Fair trade)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진정으로 보호하는 데 긴요하다. 정치적 판단과 개입을 줄이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유지하여야 한다. 거래의 가치 사슬에서 어느 단계 하나라도 공정성을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사회책임을 다하는 일이 될 것이다.

⑥ 소비자 이슈
자동차 배출가스 연비조작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에게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정한 계약 관행을 이루며 소비자의 안전과 보건을 보호하는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나아가 필요한 경우 소비자의 교육과 인식을 제고시키고 소비자 정보보호, 불만해결 등도 동시에 추구해야 할 소비자 이슈의 사회책임이 될 것이다.

⑦ 지역사회 참여 등
지역사회는 자신의 거주지이면서 자신의 사회적 정착지이기도 하다. 나아가 인터넷 등 가상(virtual) 세계도 넓은 의미의 지역사회(community, 공동체)로 포함시키는 것이 일반적 추세가 되어 가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지역사회의 참여는 앞서 언급한 지배구조 이슈와 더불어 증가·확대되는 추세다.

지식 인재에서 책임 인재로
사회책임경영·윤리경영·투명경영은 강조하는 점이 다를뿐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같다고 볼 수 있다. 겉으로만 하는 척 하지 않고 진정으로 책임을 다하며(윤리경영), 책임 있는 노력을 정확히 알리고(투명경영), 사회적 존재로서 공동체 연대의식을 갖는 책임을 다하는(사회책임) 경영이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게 요구되고 있다.

‘책임지는 사람 없는 사회’ 만큼 불행한 사회도 없을 것이다. 국제공용의 여객선 대피 매뉴얼에 ‘선원은 마지막까지 승객을 도우라’고 나와 있다. 우리 시대가 타이태닉호의 선장과 선원을 지금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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