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의 회사 그리고 5번의 이직 경험자가 말하는 취준생의 첫 직장 선택 시 고려사항
상태바
7개의 회사 그리고 5번의 이직 경험자가 말하는 취준생의 첫 직장 선택 시 고려사항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3.23 15: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재상 ㈜패스파인더넷 대표, 스타트업 캠퍼스 마케팅 코치

삼수 끝에 가고자 한 경영학과에 진학한 강재상 씨는 대입은 또래보다 다소 늦었지만, 취업은 빨랐다. 졸업 전에 삼성 SDI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 이후 여러 대기업과 중견기업, 컨설팅회사 마케팅 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현재 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전문 육성기관인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마케팅 부문을 코칭하고, 직장인 대상으로 직무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두루 거친 그는 취업준비생이 첫 직장 선택 시 고려해야하는 점이 여러 개 있지만, 연봉과 복리후생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이어 같은 길을 자신보다 뒤에서 걷는 사람들에게 앞에 뭐가 있는지 정도는 말해줄 수 있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가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바빴다. 하지만 대학생활 내내 책상 앞에만 앉아있기는 싫었다. 그래서 죽기 전하고 싶은 버킷리스트 작성처럼 대학생활 동안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 기록하고 실천 했다고.

“우선 삼수해서 들어간 학교이기 때문에 ‘놀면 안 된다’라는 생각이 많았어요(웃음). 하지만 공부만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들을 종이에 적어 실행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냈죠. 리스트는 주로 직업과 관련한 것들이었어요. 지금은 드라마의 주인공 직업이 본부장 혹은 실장이 많은데,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는 컨설턴트가 많았어요. 문득 컨설턴트 직업이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방학동안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 사원으로 일했죠. 그런데 누군가를 컨설팅하는 일이 저랑 맞지 않았어요. 바로 리스트에서 지웠죠. 그 후 임상실험 참가, VJ 선발대회, 브랜딩 회사, 영화 현장 등 호기심이 갔던 일이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직접 뛰어들어 체험했죠.”

▲그는 “취업준비생이라면 첫 직장을 고려하기 앞서 직무를 찾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사진=본인제공]

다양한 경험으로 하고 싶은 진짜 ‘일’ 찾아
그는 리스트에 적힌 직업들에 도전하고 실제 해봄으로써 자신과 맞지 않는 것에 줄을 그어 나갔다. 그리고 하고 싶은 진짜 일을 찾았다.

“기억에 남는 일은 영화 현장입니다. 한때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이 즐거운 게 아니라, 만들어진 영화를 본 관객들의 환호성에 제가 기뻐한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남들이 내가 한 행동으로 즐거워한다면, 굳이 그 행동이 영화일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는 일을 선택했죠. 그런데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는 건 자본이 많고, 안정적인 대기업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대기업을 목표로 삼았고 삼성SDI에 지원했죠. 이후 합격해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그는 대학 4년 동안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여러 경험을 통해 구체화시켰다. 그런 경험을 통해 하고 싶은 직무가 마케팅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직장생활 3년 차에 접어 들면서 첫 이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원이었던 제가 언젠가부터 중간관리자의 역할 일부를 하고 있더라고요. 문득‘내가 왜 이 급여를 받고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제가 가진 능력은 많지 않았지만 그 많지 않은 능력의 일부분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치 꼬치에 끼워져있던 내용물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는 것처럼요. 그리고 졸업도 하기 전에 사회생활을 해서인지 조금은 지쳐 있기도 했고요. 여러 모로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3년 차에 접어들면서 깊어졌어요.”

그는 삼성SDI에서 3년 6개월 근무 후 현대카드로 이직했다. 제조업이 아닌 금융업에서 활용되는 마케팅 일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

“현대카드에서 3년 7개월 근무하며 금융업에서 활용되는 마케팅 업무을 배웠습니다. 이후 두산인프라코어 디지털마케팅 팀으로 자리를 옮겼고요. 두산인프라코어에서의 업무는 이전 업무들의 연장선이었어요. 저는 삼성SDI에서는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는 일을 배웠고, 현대카드에서는 마케팅에서 기획한 전략을 갖고 실제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체득했습니다. 두산인프라코어로의 이직은 전방위 산업에서 활용되는 마케팅 커리어를 쌓을 수 있겠다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곳에 ‘말뚝을 박겠다’는 심정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네요(하하).”

그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나와 이전 직장들과 달리 규모가 작은 브랜드 컨설팅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대기업에서 배운 것들을 중소기업에서 펼쳐보고 싶었기 때문.

“두산인프라코어를 떠날 때 커리어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죠. 브랜드컨설팅 회사에서 8개월 근무 후, 교육 기관인 ST유니타스에서 6개월간 일했습니다. 이전 직장들과 달리 규모는 작았지만, 대기업에서 배운 것들을 작은 곳에서 펼쳐보고 싶은 생각도 많았고요.”

ST유니타스를 마지막으로 3개월간 휴식기에 들어갔다. 쉬면서 지난 이직경로를 되돌아봤다. 되돌아보니 자신이 선택한 직장들의 공통점이 개인의 능력을 축적할 수 있는 곳이란점을 알았다.

▲그는 “첫 이직을 고려한다면 ‘이직의 목적’을 스스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사진=본인 제공]

연봉이나 대기업보다는 직무 찾기가 선행돼야
그는 지금 몸담고 있는 곳이 7번 째 회사이이다. 그런 그에게 사회생활이 전무한 취업준비생이 첫 직장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할 점이 무엇인지 물었다.

“취업준비생이라면 첫 직장을 고려하기에 앞서 직무를 찾아야 합니다. 제가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본 관객들의 환호성에 기뻐한다는 걸 저 스스로 알았던 것과 같이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게 선행돼야 합니다. 직무를 찾았다면 자신의 직무 역량을 쌓을 수 있는 회사를 찾아야 하죠. 이 때 근무환경과 연봉보다는 커리어패스를 잘 쌓을 수 있는 곳을 탐색해 보기 바랍니다. 첫 직장을 선택할 때 그 기준을 연봉이나 대기업으로 삼는 분들이 계시는데, 개인적으로 비현실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액의 연봉을 주는 회사는 연봉에서 많게는 3배 이상의 퍼포먼스를 바라거든요. 그런데 신입사원은 그러기가 힘들죠. 때문에 단순히 대기업을 목표로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여러 번의 이직을 경험한 그에게 이직을 고려할 때 어떤 기준을 삼아야 하는지도 물었다.

“첫 이직을 고려하시는 분들이라면 ‘이직의 목적’을 스스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직의 목적이 현 직장에서의 도피는 아닌지 스스로 판단해 보기 바랍니다. 경력 3년 차는 직장생활의 사춘기에요. 이때 이직을 많이 고려하죠. 그런데 첫 이직의 단추가 정말 중요해요. 이때 단추를 잘 못 꿰면 앞으로의 커리어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퇴사를 여러 번 했지만, 퇴사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웃음). 첫 이직은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으로서의 첫 시작이기 때문이 신중해야 하고 또 신중해야 합니다.”

대학 때 친구들은 그에게 ‘왜 CPA 공부를 하지 않느냐’고 자주 물었다고 한다. 당시 경영학 전공자는 대부분 CPA라는 정해진(?) 길을 갔다. 하지만 그는 남들이 다 가는 길을 택하지 않았다고.

“친구들이 CPA 공부할 때 저는 하고 싶은 일을 글로 적고 실행에 옮겼어요. 정해진 길보다는 저만의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때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다수가 아닌 소수가 걸어가는 길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봐요.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길을 꿋꿋이 가는 것이 지금과 앞으로의 세대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 교육이 주입식이라 좋아하는 일을 탐색하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4년이라는 대학생활 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다며 취업준비생들에게 조언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 대다수가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에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다양한 길이 있고, 어느 길이 옳은지 누구도 모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좇다보면 그 일이 친구와 부모님이 걱정하는 길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꾸준히 탐색하다보면 기회가 생각보다 쉽게 열릴 수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