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찾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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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정체성을 먼저 찾으세요!”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3.2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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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진 한국임팩트금융 브랜드전략기획팀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국임팩트금융은 민간 투자금융 기관이다. 주로 사회문제나 환경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과 사업에 투자한다. 현재 이곳 브랜드전략기획팀에 근무중인 한희진 씨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마케터가 되고 싶었단다. 그러나 그의 졸업 시기는 IMF의 경제상황이 이어졌을 때였다. 남들처럼 취업이 녹록치 않았다. 당시 주위 많은 친구들이 예정에 없던 대학원을 갈 때 그는 같은 길을 가지 않았다. 사회경험을 쌓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 2002년에 졸업해 사회에 진출한 그는 “직장을 찾을 때 자신의 정체성(identity)을 스스로 발견하지 못하면, 원하던 직장에 들어가도 오래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한희진 씨의 윗윗 선배들은 토익과 같은 영어 점수가 없어도 교수님의 추천서만 있으면 수월하게 입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졸업했을 때는 IMF의 경제상황이 계속돼 취업이 쉽지 않았다.

“지금처럼 취업한파가 불던 시기였어요. 대학 4년 내내 학업을 통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았는데 취업이 어려웠죠. 그래도 마케터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구직활동을 계속했어요. 그땐 사회초년생으로서 마케팅에 필요한 역량을 다지는 단계를 생각하지 않고, 마케팅 관련된 일을 우선적으로 시작해야겠다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 코리아리서치에 자리가 났고, 그곳에서 계약직으로 1년간 일했습니다. 마케터는 분석하는 일도 하기에 커리어 시작이 나쁘지 않았죠.”

▲ 직장생활 13년차에 접어든 한희진 씨는 취업 이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꼭 찾을 것을 당부했다.[사진=본인제공]

이직 선택 기준은 ‘리더십’
코리아리서치에서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 그는 마케터에 필요한 역량을 다지기 위해 구직활동에 다시 들어갔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언론사에서 일하게 됐다고.

“KBS에서 저녁 뉴스기획자를 찾고 있었어요. 마케터가 되려면 사회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하기에 지원했습니다. 당시 3명을 채용했는데 300명 이상이 지원한 걸로 알고 있어요. 운 좋게 최종 합격해 이곳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했습니다.”

친구들이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그는 마케터의 길을 다져갔다. 이번엔 마케팅 관련 잡지사에서 자신만의 마케팅 역량을 구축했다.

“뉴스기획이라는 좋은 경험을 했지만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는 관련된 일을 집중적으로 해야 하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KBS를 그만두고 브랜딩 전문 잡지 ‘유니타스브랜드’에 에디터로 입직했습니다. 브랜드 마케터를 만날 수 있고 진짜 마케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기회였기에 놓치지 않았죠. 잡지사이기 때문에 인물섭외와 인터뷰, 그리고 기사작성 등의 일을 하는데, 이곳에서 전문 마케터를 만나면서 마케팅에 대해 많이 배웠습니다. 당시 매일 자정이 넘는 시간에 퇴근했지만 저는 지치지 않았어요. 제가 알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함께 일한 팀원들의 에너지도 정말 대단했어요. 다들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유니타스브랜드’라는 이름을 마케팅 업계에서 인정받고 나름 이름을 알리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유니타스브랜드에서 일하면서 마케팅 전문 지식을 어느 정도 쌓을 수 있었다. 그는 머리로 체득한 것들을 실무에서 활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종합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팬타브리드에 입사하게 됐다. 그런데 입사 뒤 이론과 실전의 차이를 알고는 다시 퇴사하고, 헤드헌팅 회사인 HR인사이트로 자리를 옮겼다.

“마케팅 관련 일을 하다가 갑작스레 왜 헤드헌팅 일을 하는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마케팅 실무를 담당하면서 리더 입장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인사는 어느 직무에서나 필요합니다. 마케팅 팀에 공석이 생기면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데 그때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또한 사람을 채용하는 일을 헤드헌터 회사에서 배우면 좋겠다싶어 헤드헌팅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여러 번 이직을 통해 자신만의 직장 선택 기준이 생겼다고 했다. 특히 리더의 리더십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이직하면서 언젠가부터 직장 선택에 우선순위가 생기더라고요. 그 첫 번째가 리더의 리더십이었습니다. 이는 규모가 다소 작은 기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요인입니다. 20명 내외의 중소기업에 들어갈 경우 회사의 성공방향은 리더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규모가 조금 작은 곳은 리더십을 우선순위로 보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이직할 회사에 내가 어떤 것을 기여할 수 있는가를 고민했어요. 그리고 내가 기여한 만큼 당당하게 보수를 요구할 수 있는지를 생각했죠.”


하고 싶은 일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곳으로
직장생활 13년차에 접어든 그는 여러 회사에서 마케팅 관련된 일뿐 아니라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다. 헤드헌팅 회사에서는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봤다. 그리고 신입사원과 인턴을 직접 선발하기도 했다. 그에게 취업준비생이 첫 직장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저는 연봉과 회사규모, 회사이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곳을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물론 연봉, 회사규모, 복리후생을 전혀 무시하라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첫 직장이라면 자신의 커리어의 시작이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맞다고 봐요.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의 정체성을 꼭 찾으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체성을 찾으면 자신의 재능과 관심이 어느 곳을 향해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죠.”

그는 자기 나름대로의 마케팅 경력을 쌓기 위해 직장을 옮기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이직 시 고려할 사항에 대해서도 조언을 청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개인적으로 ‘리더십’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의 성공방향을 리더가 정하기 때문에 어떤 리더십이 그 회사에 세워져 있는가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에는 조직 구조를 살펴야 합니다. 이 조직 구조가 왜 생겼는가를 파악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시대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졌기에 자신만의 직장 선택 기준을 갖고 입사해야 오랫동안 경제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외환위기로 경제상황이 좀처럼 풀리지 않을 때 이를 극복해야 하는 세대였던 한희진 씨는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세대보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경험을 토대로 구직자들에게 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취업준비생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은 아르바이트든 인턴이든 여행이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사소한 것으로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나중에 본인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또 어떤 인연으로 만나게 될지 모르거든요.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해본 경험자로서 드리고 싶은 말은 이른바 모든 고스펙자가 일 잘하는 사람과의 부등호를 이루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열심히 노력해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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