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대로, 노력한 대로, 꿈꾸는 대로, ‘된다, 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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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는 대로, 노력한 대로, 꿈꾸는 대로, ‘된다, 뭐든’!
  • 허지은 기자
  • 승인 2018.03.26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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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영 미용만화 작가

SNS에 화장품 리뷰를 남기는 이들은 많았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만화를 연재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정나영 미용만화 작가는 처음으로 리뷰와 만화를 합칠 생각을 했고, ‘미용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의 블로그(http://blog.naver.com/bonobim) 누적 방문자 수는 1천 4백만 명을 돌파했고, 포스트 팔로워는 15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만여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미용만화 외에도 다양한 장르로 콘텐츠의 폭을 넓히며 활약하고 있다.

정나영 작가는 ‘된다’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에 미용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미용만화는 그가 처음 만든 장르로, 미용에 관련된 정보를 담은 만화다. 그가 한 번 만화를 올리면 순식간에 400개에서 500개의 댓글이 달린다. 콘텐츠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하다. 그가 리뷰한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품절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그가 소개해 인기를 얻은 제품은 한 로드샵 브랜드의 클렌징 워터,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조롱박 모양의 퍼프와 같은 뷰티 제품부터 경량 패딩, 과자류 등 다양하다.

업체와 협업한 프로젝트 및 사업도 연속 좋은 성과를 내고있다. 화장품 판매 업체 ‘글로시데이즈’와 함께 기획한 ‘된다 세트’, ‘된다박스’ 시리즈는 판매가 시작되기 무섭게 품절되었고, 직접 패키지 디자인 및 제품 개발에 참여해 코스메틱 브랜드 ‘타다 코스메틱’을 통해 선보인 ‘된다팩’시리즈 역시 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사랑받고 있다.


새로운 장르와 진정성을 무기로 성장
정 작가가 블로그를 시작한 건 2014년 5월 무렵이다. 이전까지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었다. 남들처럼 대학에 가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던 그는 문득 삶에서 한 번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계속 하는 것에 대한 압박감도 몰려왔다. 옷에 ‘미쳐 있는’동료들과 패션에

큰 흥미가 없었던 자신의 모습에서 괴리감을 느낀 것. 결국 퇴사를 결정하고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1년 동안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미싱, 베이킹 등 관심 있던 것을 배우며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 블로그는 이때를 기록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다. 뭐든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닉네임도 ‘된다’로 지었다.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가 지금의 그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는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상상도 못했다. 처음 올린 콘텐츠는 진동 클렌징 브러시 리뷰였다. 3개월 간 제품을 사용했던 후기를 남긴 것으로, 만화가 아니라 글과 사진으로만 된 포스팅이었다. 정성 들여 쓴 만큼 기대도 컸다.

그러나 생각보다 보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고민 끝에 만화 리뷰를 생각해냈다. ‘미용만화’라는 전에 없던 장르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첫 콘텐츠가 노력한 것에 비해 댓글도 안 달리고 조회수도 안 오르더라고요. 이왕 하는 건데 많은 사람들이 후기를 봐 줬으면 하는 마음에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그림을 그릴 줄 아니까 그림을 넣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이것만으로 조회수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는 원인을 리뷰 제품의 가격대에서 찾았다.

“초창기에는 제가 좋아하는 제품을 위주로 그림을 그리다보니 고가의 제품도 다수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투데이(일일 블로그 방문자 수)가 너무 안 올라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고가의 제품을 살 사람들은 검색을 안 하겠다 싶더라고요. 경제적 능력이 있으니 그냥 사는 것이죠. 그렇다면 검색을 하고 리뷰를 찾아보는 사람들은 그걸 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일 것이고, 저렴한 제품을 해야 사람들이 볼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후에는 저렴한 로드샵 브랜드 제품을 많이 다뤘어요. 그때부터 확실히 투데이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그의 콘텐츠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한번 알려지자 팬들이 급속히 늘었다. 많은 고민과 변화를 시도한 사이 그의 콘텐츠는 자연스레 성장해있었다. 자신이 제품을 써 보고 후기를 전하는 형식이었기에 ‘된다’의 콘텐츠에는 시작부터 진정성이 녹아있었고, 남들과 다른 방식의 리뷰는 그 자체로 신선해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리뷰를 만화로 풀어냄으로써 재미도 함께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미용만화라는 새로운 장르, 재미, 진정성은 ‘된다’의 개성이자 상징이 되었고, 이를 발판으로 그의 콘텐츠는 더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게 됐다.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민

그러나 고민은 계속됐다. 연재가 길어지자 더 이상 새로운 스토리가 나오지 않았고,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한계를 느끼게 된 것이다. 여러 고민거리가 중첩 되었지만, 그는 결국 미용만화 연재를 포기하지 않았다.

“저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계셔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댓글을보면정말감사할때가많아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는데, 계속하다보면 언젠가는 모두 잘 해결되지 않을까’하는 희망이 생겨났죠.”

고민 끝에 다시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독자들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질문을 할 때는 전문가 인터뷰 콘텐츠로 답했고, 미용만화 외에도 번외 격인 패션만화, 마트만화, 생존만화 등으로 주제를 다양화했다. 예상보다 독자들의 반응은 더 좋았다. 콘텐츠를 알리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던 때처럼, 새로운 위기가 닥쳤을 때‘된다’는 또 다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직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하나 더 있었다. 애초에 1년을 기약해 두었었고 협찬과 광고를 일절 받지 않았기에 미용만화 연재만으로는 수익을 낼 수 없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 수익은 거의 없지만 만화 연재를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 무리하면서 투자를 계속했어요. 어느 날 잔고를 보니 딱 두 달 버틸 수 있는 금액이 남아있더라고요. 제 만화를 보는 분들이 즐거우셨으면 하는 마음에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스트레스가 심했죠. 이제는 취업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인가 싶어서 면접을 보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 기회가 주어졌고 이로 인해 조금씩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만화 연재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비용에 비하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은 아니었다. 광고나 협찬을 받지 않는다는 절대적인 기준을 세우고 4년간 연재를 이어온 그는 최근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신제품 소개에서는 브랜드 협찬을 받기로 한 것이다. 더 많은 제품을 소개하고, 지속가능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어렵게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자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를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걱정스러운 시선도 존재했다. 며칠 뒤, 처음으로 제공받은 제품을 소개하는 ‘PR하울’ 만화를 공개했다. 팬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평소보다 몇 배 로 긴장하며 준비한 콘텐츠였다. 제공 받은 제품이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제품의 장단점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다행히도 예상보다 좋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오히려 ‘PR하울’을 앞으로도 계속 해달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제가 모든 제품을 다 구매할 수는 없기에, 신제품이 나올 때 많이 소개하지 못해 늘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번 변화를 계기로 신제품을 빠르게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은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입니다. 다른 광고성 포스팅과는 전혀 다를 거라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직업은 꿈이 아냐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위기와 극복, 성장이 반복되는 느낌이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다보니 그러할 것이다. 많은 콘텐츠 창작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선구자들이 길을 닦아놓자 그 뒤를 따라 콘텐츠 창작을 꿈꾸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에게 정 작가는 ‘당장 뭐라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어떻게 해야 유명해질 수 있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흔히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할 때에는 엄청난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저도 이 길을 계획하고 준비해서 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고 싶었던 일도 아니고요.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하나하나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콘텐츠 창작자가 되고 싶다면 우선 뭐라도 해 보세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거죠. 뭔가를 만들었다면 한 번 커뮤니티에도 올려보는 겁니다. 단, 하나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디에서 자신의 결과물이 주목받을 수 있을지 생각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해요. 만약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그림이라고 해서 무작정 그림 카페에 올렸다가는 그림을 더 잘 그리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묻히게 됩니다. 저도 그림을 그려서 그림카페에 올린 적이 있는데, 실력으로는 승부가 안 됐어요. 그런데 미용만화를 뷰티 카페에 올렸더니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처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내 창작물을 볼지, 누가 이것을 좋아해줄지 알아야 합니다.”

디자이너에서 이제는 미용만화 작가, 콘텐츠 창작자로의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그.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디자이너를 꿈꿨으나 디자이너였을 때보다 한 번도 꿈꿔보지 않았던 일을 하는 지금이 더욱 행복하다고 이야기한다. 직업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겪고 깨달은 것이다.

“‘미생’을 그린 윤태호 작가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절대 직업이 꿈이 되면 안 된다’고요. 직업이꿈이되면, 직업을 잃는 순간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저는 디자이너를 꿈꿨습니다. 그런데 막상 되고 나니, ‘이렇게 살려고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나?’ 싶었어요. 저와 같이 야근하고 주말 출근을 하던 실장님의 모습이 제 미래라는 것을 깨달았죠. 물론 지금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나 학교에 다니는 분들에게 직업이 꿈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이 허황되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도 그 나 이에 이런 이야기들 들었다면 무시했을 거고요. 하지만 나중에라도 이 이야기를 기억하기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말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 스스로가 보내는 마음의 신호를 무시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 때는 직업이 아닌 진짜 꿈을 꼭 찾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 허지은 기자 je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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