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을 탈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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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을 탈피하자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8.03.2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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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기저기서 ‘적폐’라는 단어가 많이 들린다. 적폐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관행, 부패, 비리 등의 폐단을 말한다. 필자는 정치적인 의미에서 적폐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일상에서 무심코 쌓아온 잘못된 관행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한 ‘관행’
사회적으로, 조직 내에서, 개인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러한 사고는 갑자기 일어났다는 느낌이 강한데, 과연 실제로도 그럴까? 대부분의 사고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거나 ‘괜찮겠지’하고 넘어가던 것들이 쌓여서 일어난다. 사고를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늘 해온 대로 했을 뿐인데 하필 내가 당직일 때 사고가 나고, 내가 운전을 할 때 사고가 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운이 나빴던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금까지의 관행이 사고를 불렀을 가능성이 크다.

신호등이 있는 건널목에서는 신호등에 초록불이 켜졌을 때 길을 건너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 필자 역시 건널목이 아닌 곳에서, 혹은 빨간불이 켜져 있을 때 건너가는 사람들을 보고 따라 건넌 적이 있다. 대부분이 이를 두고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이 때 달려오던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빨간불일 때뿐만이 아니다. 파란불이 켜져 있더라도 신호 등 옆의 숫자가 반 이상 줄어든 상태라면 무리해서 건너려고 해서는 안 된다. 다 건널 때까지 파란불이 유지될 거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뛰어가다가 주로 보도 근처로 달리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부딪히는 사고가 많다고 한다. 많은 건널목 사고는 건널목을 거의 다 건너온 상태에서 일어난다.

하지만 길을 건너는 사람들 중에 이런 점들을 인식하고 건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일부터 한다든지 즉시 시작하여야 하는데 일을 미뤄뒀다가 기한이 임박하면 그때가 되어서야 일을 시작한다. 업무의 효율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관행 중 하나이다. 개인에게 관행은 습관과도 관련이 있다. 모임에서도 늦는 사람은 늘 늦는다. 주로 먼저 온 사람부터 안쪽 자리에 앉기 때문에 앉은 자리를 보면 누가 먼저오고 늦게 왔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필자도 늦는 사람들 대열에 끼어 있었다. 나보다 더 늦게 오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자연히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를 깨닫게 됐다. 알게 모르게 신뢰를 잃고 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관행처럼 해 온 일이 많다. 일을 처리할 때 바로 시작하지 않고, 재촉을 받으면 그 때 시작하거나 충분한 준비 없이 무작정 시작하는 것도 그렇다. 뒤늦게 일을 처리하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요령과 편법을 찾게 되고 그런 것들에 익숙해진다. 진짜 능력은 일을 대강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요령과 편법이 아닌, 규범과 원칙을 충분히 숙지하고 그를 토대로 복잡한 생각없이 능숙하게 일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규범과 원칙이 아닌 요령과 편법에 익숙해질까? 남들이 다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자신이 내릴 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앞 사람이 내리는 것을 보고 무심코 따라 내릴 뻔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길을 걷다 두 갈래 길이 나왔을 때 앞 사람이 가는 방향으로 무심코 따라가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 길이 맞느냐 틀리냐를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문제다.


규칙을 지키는 분위기 조성해야
필자가 미국 자동차 여행을 할 때의 일이다. 필자는 자동차로 사막을 달리고 있었는데, 앞에 딱 한 대의 차만이 그 길에 함께 있었다. 앞 차만 쫓아 지루한 길을 달렸다. 한 시간 정도 달려왔을 때 경찰이 필자의 차를 불러 세웠다. 차를 세우고 연유를 물으니 필자가 과속을 했다고 했다. 미국은 거리 단위로 mile을 쓰니 km에 익숙한 나로서는 표지판의 속도를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단속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던 이유는 내 앞에서 달리던 차 때문이다.

필자는 앞 차의 속도에 맞추어 아무 생각 없이 그 차를 따라 왔을 뿐인데, 그 차는 단속에 걸리지 않고 필자만 걸린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억울하다고 생각해도 필자는 과속을 했고 도로의 법규를 위반한 것이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렇듯 우리가 이어온 관행 중 대부분은 그것이 잘못 됐다는 것을 본인도 모르고 주변도 모르고 윗사람들도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과가 하나가 썩으면 그것만 빨리 제거하면 되지만 모든 사과가 조금씩 상했을 땐 사과 상자를 통째로 버려야 한다. 관행 역시 그렇다. 한 명이 편법을 쓰고 있다면 그 사람만 고치면 되지만 다수가 조금씩 그런 요령을 피운다면 관행은 전염병처럼 번지게 된다. 조직의 습관은 개인의 습관보다 고치기가 어렵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서로서로 경보음을 울려주고, 이를 위반했을 때는 손해를 보도록 함으로써 조직원들이 다 같이 규칙을 준수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규정에 맞는지 틀린지조차 생각하지 않고 남들이 해오던대로, 내가 하던 대로 하는 것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규정에 어긋나진 않았는지,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습관대로 하고 있진 않은지를 늘 생각하여 지키려 하고, 어제보다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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