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데이비드 : 내면을 마주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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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잔 데이비드 : 내면을 마주하는 용기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05.2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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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이야기

사우보나(sawubona). 아프리카 줄루족의 아침 인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사말로 영어로 직역하면 ‘당신을 봅니다(I see you)’라는 뜻이다. 상대방을 바라봄으로써 하나의 존재로서 존중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수잔 데이비드는 자신의 내면을 대하는 각자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도 인사말을 건네어 보라고 이야기한다.

수잔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나고 자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뒤로 한 채 등굣길에 올랐던 그녀. 당시 15살이었던 그녀는 그날로 아버지를 잃었다. 가족은 슬픔에 잠겼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의 집에는 채권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스스로 강해져야만 한다는 최면을 걸었던 수잔. 그녀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한 과목도 놓치지 않으려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할 때 그 감정은 더 강하게 내면을 지배하게 마련이다.

“사람이 겁먹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거란다.” 아버지가 그녀에게 남겼던 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슬픔을 혼자 견뎌야 했던 그녀는 고립감을 느꼈고, 식이장애를 앓기까지 했다. 아무도 그녀의 슬픔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중학교 선생님이 수잔에게 노트를 건네며 말했다.

“내면의 진실을 적어라.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30년 전, 그녀의 선생님이 준 공책은 자신의 내면을 여는 하나의 열쇠가 됐다. 수잔에게 이 일은 하나의 ‘혁명’이었다. 그렇게 어린 소녀는 슬픔과 고통을 마주하게 됐다. 힘든 일이 있을 때면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디딤돌로 삼았다.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는 용기의 한걸음을 내딛었고, 심리학자로 성장했다.

그녀는 내면의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이를 마주하는 한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은 일종의 데이터입니다. 스트레스와 불안과 같은 감정을 포용하고 활용한다면 보다 더 발전적인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우리가 어떠한 길을 걷고 있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이기 때문입니다.”

수잔은 이렇게 말한다. 만약 어떤 사람이 뉴스를 보고 분노를 느낀다면, 그 사람이 그만큼 사회 평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남아공에서 아직도 공공연하게 행해지는 인종차별을 목격한다. 내면적 성찰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파르트헤이트’와 같은 정책의 시행은 임시방편일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내면에 그리고 사회에 대해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고, 사회분위기는 개선되지 않았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도 내면을 외면하는 데에서 비롯한 사회문제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아무도 자신 그리고 타인의 내면에 귀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보다는 이성이, 진정보다는 위선이 팽배한 사회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어려운 시기가 찾아올 때면 내면으로의 한걸음을 내디뎌 보라.

“지금 자신의 감정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나요?” 수잔은 청중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슬픔과 분노라 할지라도 이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자그마한 움직임은 자신과 가족, 더 나아가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하나의 반향이 될 것이다.


“사우보나!(sawub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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