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만난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엮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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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만난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엮는 사람이죠!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5.2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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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해 왕따를 당했고 전학도 여러 번 다녔다. 어렵게 들어간 대학은 적성과 맞지 않아 힘들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버지는 간암 판정을 받았고, 그의 간 일부를 아버지에게 이식해 드렸다. 몸이 회복된 후, 경제적 활동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일은 고됐지만 즐거웠다. 그런데 아르바이트 시작한 지 3일 째 되던날,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를 계기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겠다고 다짐한 국내 SNS 작가 1호 이창민 씨를 만나본다.

Q. 간략한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책「병자(幷子)」, 「세안(세상을 보는 안경)」의 저자 이창민입니다. SNS 작가는 SNS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사람을 말합니다. SNS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함께 공유하고 있죠. 2013년부터 지금까지 방송인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만난 사람들의 연령층도 1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하고요.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약 7천여 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Q. SNS 작가가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2013년 여름,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께 간 이식을 해드린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죠. 다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삶이 무척 무료하더라고요. 당시 몸 상태가 고개를 좌우로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안 좋아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때 제 시야에 들어온 것이 제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니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생겼어요. 그래서 병실에 누워 제가 읽은 책, 하루 일과 등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죠. 제 글이 공유되고 댓글 달리는 게 좋았습니다. 어느 새 3명이던 SNS 친구가 500명으로 늘어났죠. 삶을 포기할 만큼 힘든 시기였는데 SNS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이러한 감정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SNS 작가라는 새로운 길을 가게 됐습니다. 

Q. 7천여 명을 만나셨는데,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는지요?
캘리그래퍼 이상현 작가입니다. 첫 책인「병자」발간을 앞두고 책 제목 디자인을 고민한다고 SNS에 글을 올렸더니, 어떤 분이 이상현 작가님에게 디자인을 맡겨보면 어떻겠냐는 메시지를 주셨어요. 그래서 작가님 연락처를 어렵게 찾아 전화를 드렸죠. 책 제목‘병자(幷子)’를 캘리그라피로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순간‘병자?’라고 하시면서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함께할 병과 사람 자를 써서 병자이고, 사회아웃사이더인 제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결과물이라고 말하자, 서울로 올라와 얼굴 한 번 보자고 하시더군요(웃음). 그렇게 연이 닿아「병자」, 「세안」모두 이상현 작가님이 재능기부로 해주셨어요. 그 후로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되었죠.

Q. 창직을 하신 셈인데, 프리랜서로 겪는 어려움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리랜서의 장점은 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성도 크고요. 그렇기 때문에 삶의 여유가 조금은 있어요. 단점은 아무래도 특정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고정적인 월급이 없으니까요. 병원에서 퇴원한 후에 취업을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런데 사고 후 내일의 내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안정적인 직장보다는 마음이 가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저도 이전에는 가장 안정적이고 보호받을 수 있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만이 삶에 안정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기업, 공공기관에 다니다가 퇴직한 분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그분들은 퇴직 이후에 하고 싶은 영역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하십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시작점이 다르긴 해도 ‘내가 가는 길이 틀리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Q. 다양한 연령층을 만난다고 하셨습니다. 청년들과는 어떤 소통을 주로 하는지요?
멘토로 혹은 강연자로 강단에 서기도 하는데, 청소년과 청년들의 고민은 주로 ‘진로’와 ‘취업’이었어요. 개인적으로 이런 고민은 성인이 돼서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진로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중등교육은 개인의 진로와 적성을 찾는 시간보다 국·영·수와 같은 암기식 교육 시간이 훨씬 더 많아요. 내가 앞으로 어떤 곳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 어느 분야에 관심 있는지 탐구할 수 있는 시간이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하지만 진로와 자신의 적성을 찾는 곳에 시간을 많이 투자한 나라들의 경우 실업률이 낮습니다. 제가 청소년과 청년들이 고민하는 문제에 해결책을 드릴 수는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저의 지난 과거 이야기를 통해 남들과 다른 길을 가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Q.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제가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제가 만난 분들의 연령층은 정말 다양해요. 저는 다양한 계층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세대 간, 계층 간의 간극을 좁히고 싶습니다. 그리고 만나고 싶지만 아직 만나보지 못한 분들도 많기 때문에 그 분들을 꼭 만나고 싶습니다. 특히, 다문화 가정을 방문해 그분들의 일상을 들어보고 싶어요. 다문화 가정의 현실을 듣고 그분들의 애로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Q. 청년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스펙이 아닌 자신만의 스토리로 무장한 ‘스토리펙’을 쌓길 바랍니다. 자신만의 콘텐츠와 가치를 갖고, 자신의 특징을 살리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그동안 CEO와 부호 등 사회에서 성공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분들은 저와 같은 청년들의 젊음을 부러워해요. 하지만 정작 요즘의 청년, 젊은 사람들은 본인만이 가진 가치와 젊음의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있죠. 자신의 젊음을 낭비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소비하기 바랍니다.

사진┃이창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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