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라블레 : 죽은 바다에 숨을 불어넣는 어느 과학자의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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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라블레 : 죽은 바다에 숨을 불어넣는 어느 과학자의 실천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06.2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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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이야기
‘노인의 강’, ‘진흙투성이 강’이라고 불리는 미시시피강은 북쪽으로는 미네소타주, 동쪽으로는 뉴욕주, 서쪽으로는 몬태나주, 최남단에는 멕시코만에 걸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다. 미시시피강의 최남단, 멕시코 만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인 데드존이 형성돼 있다. 멕시코만의 데드존은 약 113㎢의 방대한 영역에 걸쳐 형성돼 있다. 
 
해양 전문가인 낸시 라블레는 어류나 갑각류가 살 수 없을 정도로 수중 산소가 부족한 지역, ‘데드존’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과학자다. 데드존은 물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해저로 들어가 수질을 측정해야만 비로소 오염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미시시피강 데드존의 실태 연구를 위해 그녀는 물 속 산소 농도를 측정해 수치화한다. 때로는 데드존에 직접 잠수하고, 접경지역인 텍사스주에 몰래 들어가 측정을 감행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데드존 진단방법을 단적으로 제시한다. 트롤선에서 그물을 던져 20분 동안 기다려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는다면, 그곳은 바로 죽음의 구역이라고 그녀는 설명한다.  
 
데드존은 인적 재해다. 단순히 자연재해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니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미국 중심부 미시시피강 유역은 대규모 농경지다. 농지에 뿌려진 비료 속의 질소와 인은 강물을 통해 멕시코 만에 다다른다. 실제로 질소의 농도는 1950년대와 비교해볼 때 3배, 인의 농도는 2배 가량 증가했다. 
 
“저에게는 과학자로서의 사명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대중과 정부, 정치인들에게 환경 정책을 제언하는 것입니다.”
 
과학자로서 그녀는 사람들의 인식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이에 낸시 라블레는 환경오염 문제가 사람들의 생활에 가깝게 느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가 생활에 직접적인 피해로 와 닿아야 한다는 것. 
 
이러한 맥락에서 그녀는 오염된 멕시코만의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대중에게 알렸다. 데드존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그녀의 이러한 노력은 정책으로도 수립되는 등 차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쉽지만은 않겠지만, 이제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사소한 행동부터 변화시키고, 우리가 사는 곳을 바라보는 태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비료 소비와 질소 의존도를 줄이는 결단 말입니다. 저부터가 결단의 한걸음을 내딛는 차원에서 임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육류를 줄이고 옥수수유의 사용을 최대한 피하며,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려 노력합니다.”
 
개인의 작은 노력부터 농업정책의 개선까지 크고 작은 움직임이 전적으로 실현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깨끗한 환경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그 길이 멀다고 할지라도 모두가 노력한다면 우리는 데드존을 없앨 수 있습니다.”
 
글 | 최성희 기자 is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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