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심기 전도사, 서른한 살의 청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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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기 전도사, 서른한 살의 청년을 만나다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6.25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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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
▲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지난해 5월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점리에 위치한 야산 중턱에서 불이 났다. 그때 피해를 입은 삼척시 산림 면적은 약 90ha. 나무 심는 기업으로 알려진 사회혁신 기업 트리플래닛은 지난 4월 28일 그곳을 찾아 자원봉사자 70여 명과 함께 ‘삼척 나무심기’ 행사를 가졌다. 이들은 이곳에 소나무 2년생 포트묘(Post seeding, 모를 기를 때 모판에 흙을 넣고 여기에 종자를 파종해 키운 묘) 1,000그루를 심었다. 행사가 열린 강원도 삼척시에서 김형수 대표를 만났다.


트리플래닛의 슬로건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만든다’이다. 스마트폰 나무 심기 게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스타숲 등 개인의 노력이 모인 숲 조성을 통해 현재까지 전 세계 12개국 190여 개 숲에 115만 명의 사람들과 함께 79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국내에 약 100개의 숲을 조성했다. 이처럼 트리플래닛은 숲을 조성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회적 기업이다.


어려서부터 환경 문제에 관심 가져
환경 다큐멘터리를 찍을 정도로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는 고등학교 때 한국의 장묘문화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바 있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만든 다큐가 장묘문화에요. 우리나라는 시신을 매장하는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돼 왔어요. 시신을 매장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많이 베게 되죠. 베이는 나무를 생각해보니 자연이 많이 훼손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다큐를 촬영하기 전부터 나무, 자연이 인간에게 중요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죠. 그런데 다큐를 촬영하면서 더더욱 나무가 얼마나 환경에 중요하고, 또한 많은 환경 문제의 해결책이 나무 심기에서 시작된다는 걸 알게 됐죠.”

▲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나무심기 전 몸을 풀기 위해 체조를 하고 있다.[사진=오세은 기자]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묘지 면적은 국토의 1%에 해당하는 약 10만ha이다. 사망자의 화장률이 82.7%(2016년 현재)에 이르고 있음에도 연평균 76ha의 숲이 묘지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매년 270여 건의 불법 산림훼손이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친환경 장묘문화의 대안으로 수목장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자연 다큐멘터리가 자주 등장한다. ‘아마존 눈물’과 ‘북극의 눈물’이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그 프로그램을 보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없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북극곰에게 먹이 제공, 약물 투여 등은 북극곰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보존해주는 방법은 아니라고 봤어요.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주는 방법은 빙하를 안 녹게 해주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죠.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나무를 심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김 대표는 환경 문제 해결의 근본적인 대안을 나무 심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의 관심을 대중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는 환경문제를 비즈니스 모델로 두고, 이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물이 바로 트리플래닛이다. 그는 “기업은 자금을 투자해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 ▲ 지난 4월 28일 ‘삼척 나무심기’ 행사에 참여한 봉사자들이 나무를 심고있다.[사진=오세은 기자]

최근의 환경오염, 숲 조성이 해결책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이 있던 그는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대학 전공은 자연스럽게 언론정보문학부를 선택했다. 그리고 환경에 관심이 많아 관련 분야로 창업을 정했다.

“미디어에 관심이 있어서 조직에 들어가 PD로 일해보고 싶었지만, 그보다는 개인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관심 있는 분야도 환경으로 정했고요. 창업할 당시 주변에선 ‘환경 문제를 갖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겠냐’고 걱정이 많았어요(웃음). 돈이 안 될 거라고 생각했던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안정적인 기업은 없다고 봐요. 사회적 기업이든 아니든 기업경영은 하루하루 어려움에 부딪히고 이를 해결하면서 성장한다고 봅니다. 트리플래닛은 설립 초기부터 정부 부처나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과 단체 등과 협업해 숲 조성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2010년 트리플래닛이 생겨났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발전되었습니다. 물론 부족한 점도 있지만요.”

그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와 같은 다큐멘터리 채널이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다는 점에 착안해 환경 분야에 좀 더 관심을 갖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 [사진=오세은 기자]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디스커버리를 자주 시청하는데, 이 프로그램들은 서양의 자연을 잘 표현하는 채널입니다. 반면 아시아, 동양의 자연에 초점을 둔 채널은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워요. 저는 아시아가 중심이 되는 환경 채널을 언젠가는 만들어 보고 싶어요.”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미세먼지와 황사의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대기 오염 문제에 대한 대안책을 내놓고 있지만, 그 실효성이 적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 대표는 숲 조성이 미세먼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직접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는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지난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선진국들은 지난 과거 대기 오염 문제의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이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가는지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들도 대중교통비 반값 시행 등과 같은 일시적인 해법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보다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런던의 하이드파크와 같이 도심 중앙에 숲을 조성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환경 관련 여러 보고서에도 나와 있듯이 도시 숲 면적이 도시민의 건강과 매우 밀접합니다. 뿐만 아니라 도시 숲이 미세먼지 양을 줄여서 뉴욕 시의 경우 연간 사망률이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병원비 또한 줄여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하고요. 이처럼 숲이 주는 생태계 서비스 기능은 사실상 기본적으로 우리 문명을 지켜주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이 많은 산업단지에 조성된 도시 숲이 미세먼지의 이동을 막아 주변 주거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많은 환경 전문가들은 이렇게 나무를 심어 숲으로 가꾸는 일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 [사진=오세은 기자]


‘나무 심기’를 통해 자연의 소중함 일깨우고싶어

김 대표는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각 지자체에서 나무 심기 행사를 함께 하자는 연락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주말마다 나무심기 행사로 몸은 고되지만, 참여하는 자원봉사자 수가 많아지는 것을 보고,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트리플래닛은 ‘반려나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반려나무란 나무를 입양하는 것이다. 나무 입양으로 발생한 수익금으로 숲을 조성하는 수익 모델이다. 반려나무 입양은 나무를 직접 키워보고 만져보면서 나무심기의 소중함과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는 기회를 만들고자 하는 목적에서 생겨났다. 삼척 나무 심기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도 반려나무를 입양했으며,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이번 행사의 참여 기회가 주어졌다. 숲이 조성되는 지역에 참여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현판도 세워졌다. 현판에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까지 반려나무 입양자들의 이름이 각인돼 있다.

트리플래닛이 주최하는 행사에 4번째 참여하고 있다는 정유정(28·산림환경자원과) 씨는 “전공과 관련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진로를 모색하던 중 트리플래닛을 알게 됐고, 이날 목표한 30그루 이상의 소나무 묘목을 심었다”고 말했다. 삼척 나무심기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여한 이들 중에는 동생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싶어 같이 왔다는 남매, 고등학교 때부터 매년 나무를 심어온 대학생, 가을에 결혼하는 예비부부, 아빠와 아들 등 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갖고 참여하였다.

김 대표는 앞으로 숲이 가진 치유의 기능을 가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나무 심기에 참여해 자연의 소중함을 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사진┃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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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지ㅇ1 2018-08-29 11:05:20
어떻게 심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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