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핑커 : 평화와 번영의 오아시스의 지평을 넓히려면?
상태바
스티븐 핑커 : 평화와 번영의 오아시스의 지평을 넓히려면?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07.25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TED 이야기
‘호시절은 갔다’고 흔히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그렇게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고 현재는 어려운 상황들로 가득하다. 뉴스 헤드라인은 ‘최악의 실업률’, ‘묻지마 살인’ 등 안 좋은 소식들이 채우고 있다.  
 
“뉴스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 아닌 실제 일어난 일을 다루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나쁜 일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만 좋은 일이 일어나기까지는 많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위험에 대한 인지적 오류에 빠져있기 때문에 진보한 역사를 잘 믿지 못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에 따르면, ‘최악’이라는 단어가 헤드라인을 채웠던 2017년, 그 해에 서유럽 테러에서 238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는 수치로 봤을 때 ‘최악’은 아니었다. 30년 전인 1988년 440명이 테러로 사망했기 때문.
 
이처럼 그는 2017년과 30년 전의 상황을 수치로 비교해 설명한다. 미국 내 살인사건 비율, 빈곤율,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 등 수치는 모든 면에서 지난 30년 전보다 나아졌다. 전쟁의 규모도 희생자 수도 확연히 줄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다. 지난해 전 세계 인구의 10%가 빈곤 상태에 처해 있었고, 12개 지역이 전쟁 중이었으며, 핵무기는 1만 개 이상이었다. 이 수치들은 3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긍정적이다. 
 
“사실 진보했느냐 아니냐의 문제는 검증할 수 없는 가설일 뿐입니다. 통계결과로 봤을 때 전보다 더 안전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진보’를 표명하는 이러한 수치상의 변화가 단순히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에 그는 단순히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역사가 진보할 거라는 맹목적인 낙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꼬집는다.
 
“수치적으로 봤을 때 인류는 진보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들이 인류 모두의 삶의 질의 개선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실제 심리적으로도 사람들은 진보에 대해 체감하지 못합니다. 진보는 쉽게 와 닿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진보라는 건 사실 이성과 과학을 통해 인간의 행복을 점차 증진시키는 인류의 노력 그 자체입니다. 그 때문에 검증해내기란 어렵습니다.” 
 
결국 진보는 하루아침의 기적처럼 일어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무기력한 비관주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노력의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인류가 향하고 있는 방향은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오늘날 우리는 많은 어려움과 직면해 있습니다. 경쟁으로 치닫는 개개인들은 점점 더 자기중심적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네 인간은 본래 해법을 찾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에 내재된 가능성을 믿는다.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고 할지라도 문제를 개선해가려는 인류의 노력이 결국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거라고. 
 
“우리가 지닌 언어 능력, 창의성, 연민과 동정, 이성과 지적 호기심과 같은 재능은 스스로와 세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입니다. 인간이 지닌 이러한 본성이 불러올 평화와 번영의 지평이 작은 오아시스에서 바다가 되리라 믿습니다.” 
글 | 최성희 기자 ish@hkrecrui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