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self, Find you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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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rself, Find your story!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07.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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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자영 전문 프리젠터

 ‘프리젠터(Presenter)’란 어떠한 주제의 내용을 발표 혹은 설명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방송 제작 현장에서 프리젠터라는 표현은 주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진행자를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채자영 전문 프리젠터는 입찰을 전문으로 한다. 입찰이 많은 기업에서는 ‘전문 프리젠터’만을 별도로 채용하고 있다. 2013년 아워홈에 전문 프리젠터로 입사한 채자영 씨는 지난해 퇴사하고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줄곧 희망했던 아나운서를 포기하고 돌연 ‘전문 프리젠터’의 길로 접어든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 채자영 전문 프리젠터[사진=본인 제공]

지난 1월 1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이전 식음료 입점을 위한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낙찰을 받기 위해 국내 주요 그룹사의 외식 관련 계열사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때 아워홈도 참여했으며, 채자영 전문 프리젠터는 아워홈을 대표해 경쟁 PT를 발표했다. 입찰을 따낸 아워홈은 ‘아워홈 푸디움’, ‘한식미담길’ 등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당시 A4용지 100장 정도 되는 제안서를 15분 내외로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으로 바꿔야 했어요. 이처럼 ‘큰 프로젝트’에서는 기획부터 발표자료 정리 등이 프로젝터의 일입니다. 보통 입찰 시 TF팀이 꾸려지고 이분들과 함께 진행합니다. 또 프리젠터는 PT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심사위원 중에서 ‘키맨(key man)’을 미리 파악합니다.”

 

아나운서’ 라는 꿈을 찾아서

▲ 채자영 씨는 아나운서를 희망해 국어국문과 방송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다.[사진=오세은 기자]

채자영 전문 프리젠터는 대학에서 국어국문과 방송커뮤니케이션을 이중 전공했다. 아나운서를 염두에 두었던 터라 전공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아나운서를 희망해 관련된 전공을 선택 했고, 인턴도 방송과 관련된 한국경제TV에 지원했죠. 그런데 실제 인턴을 하면서 ‘아나운서가 왜 되고 싶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다양한 대외 활동을 했어요. 한국경제TV 이외에 ‘SK채용블로그 기자단’, ‘CJ미디어 프로듀서 마케터’, ‘영삼성 캠퍼스 리포터’, ‘삼성화재 마이애니카 서포터즈’ 등에서 대외 활동을 했죠.”

하지만 그는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고 난 뒤에도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보다는 어느 곳에서 일하고 싶은지에 집중하게 됐다고.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이유를 명확히 찾지는 못했지만, 대외 활동을 통해 저와 맞지 않는 일들을 하나씩 지워나갔어요. 그렇게 하나 둘 지워나가다 보니 방송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가고 싶은 곳이 정해지고 나서는 그곳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했어요. 그때 떠오른 직업이 아나운서, 기자, PD였어요. 세 직종 모두 다른 일인데 당시에는 비슷한 일이겠거니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시에 준비가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내 제가 너무 무지했음을 알았습니다(하하). 준비 방법이 서로 달랐거든요. 저는 아나운서를 목표로 하고 도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아나운서를 목표로 하고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아나운서 아카데미 등록하고 바로 다음 날, CJ미디어 대외 활동을 통해 알게 된 PD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광고 PD 해 볼 생각 없느냐’고요. 그때 마침 손석희 당시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님과 상담 일정이 잡혀 있었어요. 아나운서 관련해 이런 저런 조언을 청하면서 제의 받은 광고PD에 대한 의견도 구했죠. 교수님은 ‘도전해 봐도되지 않겠냐’고 조언해 주셨어요. 저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라 생각해 결심했고요.”

그는 아나운서 아카데미 수강증의 인장이 마르기도 전에 수강 등록을 취소했다. 그리고 광고제작사 원더보이즈필름에 지원서를 들고 찾아갔다. 그는 합격했고 광고 관련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그만 두었다.
 

▲ 채자영 씨는 5개월동안 밤낮으로 공부해 SBS CNBC에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고했다.[사진=오세은 기자]

‘희열’ 이란 감정을 찾아 다시 일어서다
“저는 연출을 하고 싶었는데 광고PD는 연출보다는 디렉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광고PD의 직무 이해가 부족했던 거죠. 광고에서 연출은 주로 CF감독의 역할이더라고요. 그리고 당시 광고업계에서 여자 CF감독은 2명 내외였고, 일 환경과 근무강도도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그만 두겠다고 말씀드렸죠. 돌아오는 길에 ‘당신의 인생에 겸손하게 굴지 말라’는 글귀를 보게 됐어요. 그때 ‘아차’싶었어요. ‘여러 대외 활동을 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아나운서를 찾았는데 왜 한 번도 도전해 보지 않고 쉬운 길을 선택하려고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 글귀를 떠올리면서 다시 아나운서를 준비했습니다(웃음).”

그렇게 그는 다시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5개월동안 밤낮으로 공부해 SBS CNBC에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는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 일을 하면서 악몽을 자주 꾸었어요. 저도 모르게 타인과 저 스스로를 비교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항상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생각과는 달리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외로운 직업이기도 했고요. 그때 아나운서라는 꿈이 나의 꿈인지, 타인의 꿈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저 스스로에게도 아나운서가 진정 내가 원하는 직업인지 한 번 더 되물었죠.”

그는 어렵게 아나운서가 된 만큼 포기가 쉽지 않아,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찾기 시작했다. 아나운서가 되고자 했던 불씨를 찾으면 일에 정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 그때 CJ미디어에서 했던 대외 활동이 떠올랐다고.

“CJ미디어에서 프로듀서 마케터로 활동하면서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일련의 준비 과정 속에서 느꼈던 ‘희열’이란 감정이 떠올랐죠. 그때 사람들 앞에 서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나운서를 목표로 삼았고요. 그런데 꿈을 이루고 보니 아나운서는 좋은 직업이지만 저한테는 맞지 않은 직업이었어요. 그래서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다시 ‘희열’이란 감정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일’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다가 2013년 아워홈에서 ‘전문 프리젠터’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봤어요.”

그는 그때 프리젠터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100%는 아니었지만 프리젠터가 어느 정도 자신에게 맞는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 후 여러 멘토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프리젠터에 대한 확신이 선 목소리로 멘토님께 전화를 드리면 대부분 ‘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하지만 조금 갈팡질팡하는 마음으로 전화를 드리면 ‘그 길은 아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답은 내 안에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됐죠. 멘토분들보다는 제 자신의 확신이 문제였던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게 집중했습니다. 제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저의 내면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였고요. 결론은 ‘하자’였죠.”

▲ 30대로 접어든 그는 현재 자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문장을 "‘ Love yourself, find your story’로 정했다"고 말했다.[사진=오세은 기자]

‘방황’은 헛된 시간이 아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선택과 집중’이란 단어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이란 ‘포기’의 다름 아님을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선택과 집중’이란 말을 지겹도록 들은 것 같아요(하하). 그런데 저는 ‘선택’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선택과 포기’라는 말이 먼저 떠올랐어요. 선택을 하는 것은 나머지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선택을 하면 자연스레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잖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포기할 수 없는 것들 때문에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선택은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걸 알려줬더라면 ‘방황의 시간이 줄어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방황은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향해 날을 서게 한 시간이라고 봐요. 그때 충분히 방황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게 되었고요.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내가 누구인지를 찾는 여정인 것 같아요. ‘왜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 있고,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삶은 방황의 연속인 것 같고요. 물론 방황의 시간이 줄어들면 좋겠지만, 그 방황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나운서를 그만둘 때 꿈을 직업으로 생각하지 않고 삶을 관통하는 하나의 가치관으로 설정했다. 그때 정의한 꿈의 한 문장이 ‘나의 말이나 글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일으킬 수 있다면 그런 일을 하고 싶다’였다고 한다.

그는 그토록 하고 싶었던 아나운서가 됐지만 그 자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프리젠터로 일한 지 어언 6년이 됐다. 전문 프리젠터로 활동한 지 3년이 지났을 때 친구가 ‘벌써 3년이나 지났네’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그 만큼 일을 할 때 행복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간 것을 실감하지 못했다고.

그에게 프리젠터 일이 재미있고 행복하냐고 물었다. 그는 카메라를 응시한 채 발성하는 일이 아닌, 현장에서 자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청중들과 교감할 수 있는 ‘전문프리젠터’ 직업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그때 그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남을 느꼈다.

채자영 씨는 20대는 ‘사회에 두 발을 어떻게 디딜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이고, 30대에 접어들면서는 ‘사회에 내디딘 두 발을 어떻게 조금 더 내디딜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세대로 접어들때는 자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자신만의 문장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30대로 접어든 그는 현재 자신의 중심을 잡아주는 문장을 ‘Love yourself,  Find your story(스스로를 사랑하고, 너의 이야기를 찾을 것)’로 정했다고 말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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