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잉(brewing) 추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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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잉(brewing) 추출의 세계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8.08.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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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이야기

얼마 전, 참으로 오랜만에 지난 2007년 우리나라에 커피 열풍을 가져왔던 <커피프린스 1호점>을 지인들과 다녀왔다. 그 드라마가 방송된 후 엄청난 수의 학원과 카페가 생겨났고, 새로운 직업군으로서 커피관련 교육이 성행했다.

여러 교육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주둥이가 긴 주전자로 커피가루에 물을 떨어뜨려 추출하는 방식이었다. 이 핸드드립이 바리스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비춰졌고, <커피프린스 1호점>에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으로 나오는 여주인공 은찬이도 언제나 드립포트(주전자)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핸드드립은 커피를 한 방울씩 손수 추출한다는 뜻으로 일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성스럽게 물을 부어 커피 내리는 것을 보면 일본 다도와 비슷한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이미지의 극대화가 ‘점드립’이다. 물방울을 계속 일정하게 떨어뜨려야 하는 점드립은 난이도가 매우 높은 추출법이다. 점드립은 이름 그대로 고노(Kono) 드리퍼를 사용한다고 해서 ‘고노 드립’으로도 불린다. 예전의 교육 포인트는 물줄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하여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었다. 이때 주로 사용되었던 추출기구가 멜리타(Melita)와 칼리타(Kalita), 고노 드리퍼였다.

2011년에는 국내에 미국과 유럽의 커피 자격증과 이론이 전파되어 핸드드립이라는 말 대신 브루잉(brewing)이라는 말을 즐겨 쓰고 있다. 여전히 드립포트를 이용한 커피 추출을 핸드드립이라고 말하지만, 에어로프레스(Aeropress)나 케멕스(Chemex)처럼 아예 기구의 이름을 따서 부르거나, ‘추출’이라는 넓은 의미에서 부루잉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 커피 교육은 ‘장인정신’이라는 장인문화 특유의 ‘도제식 교육’이었다면, 유럽과 미국의 브루잉 교육은 물줄기의 두께나 수면의 높이 같은 손기술보다 물의 온도, TDS(Total Dissolved Solids; 총 용존 고형물), 커피와 물의 비율 등의 수치로 잴 수 있는 요소에 집중되어 있다. 일부 서양 국가에서는‘물을 붓는다’는 동작에 초점을 맞추어 푸어 오버(pour over)라는 말을 즐겨 쓴다.

추출 결과를 평가할 때도 커피가루의 표면을 육안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의 성분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그것이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길이고, 올바른 추출 레시피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추출기구들이 시장에 유통되었다. 계량저울을 장착해 물을 붓는 즉시 양을 확인할 수 있는 하리오 드립 스테이션(Hario drip station), 일정한 온도의 물을 공급하는 커피메이커인 모카마스터(Mocca master), 간편하게 TDS와 추출수율을 측정할 수 있는 모조 투고(Mojo togo), 물의 양과 온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우버 보일러(Uber boiler) 등이 대표적이다.

한 잔의 완전한 커피를 만드는 것이 초기 커피 교육의 목표였다면, 오늘날에는 커피의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량적인 측정만으로는 커피의 향이나 맛 같은 관능적 특성을 전부 설명할 수 없다. 그 안의 성분비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커피를 배우는 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많은 이론과 방법 중에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것을 구축해 간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기성세대’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정의’라고 하기에는 아직 밝혀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그 장인정신과 방식들도 정량화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이미 일본의 HIS는 올해 초 도쿄에 무인 카페 ‘헨나카페’를 열어 7개의 관절로 이뤄진 로봇이 커피콩(원두)을 갈고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추출해 3~4분 만에 카운터에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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