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샨 챠크라바티 : 도시를 ‘짓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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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샨 챠크라바티 : 도시를 ‘짓는’ 일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09.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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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이야기

“왜 새로운 도시에서는 오래된 도시와 같은 매력을 찾아볼 수가 없을까요?”
건축가 비샨 챠크라바티는 새로이 조성된 곳에는 도시 특유의 매력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뉴욕을 비롯한 20세기에 들어선 도시에는 파리, 도쿄, 베니스, 자이푸르 등 오래된 도시가 지닌 특유의 개성이 없다.

“새로 들어선 도시 교외에 생겨난 도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시 지역에 끌려 많은 이들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고 교외지역은 늘어납니다. 그러나 이들 도시는 하나같이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획일화된 도시에서의 ‘도시적인 삶’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우리 모두가 도시에 모여 사는 이유는 교통, 건설, 안전 문제에 대한 비용 문제 때문이다.

“도시가 형성되는 데에는 ‘규제’가 따르게 됩니다. 교통 문제를 예로 들자면 자동차가 다니는 길, 사람이 다니는 길, 큰 차가 다니는 길 등 각종 규제가 도시를 뒤덮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니 도시에는 같은 모양의 도로와 빌딩이 늘어서게 됐죠.”

유리, 철강, 콘크리트, 아스팔트 등 도시의 자재들은 대량으로 생산된 것들이다. 그는 이러한 물리적인 획일성이 사람들을 한 가지 생각만 하도록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비용을 위해 설계된 도심 빌딩, 아파트 단지들이 우리의 삶과 지구 환경을 피폐하게 한다는 것.

“도시를 어떻게 디자인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의 모습이 결정됩니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커다란 건물들은 결국 규제 안에서의 비용만을 우선순위로 고려한 결과죠.”

그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 손수 설계한 ‘규제 밖’의 건물과 도로가 보다 더 가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시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면 독특한 매력이 있어야 합니다. 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지역의 특색을 담아 설계되어야 합니다. 이는 심미적인 부분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의 삶을 영위할 수는 없을까요?”

이는 결국 지역문화를 담은 서정적인 도시 설계를 되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필요에 의해 발명을 계속한다면 인간과 자연을 위한 도시를 조성할 수 있다는 것. 
“오늘날의 기술은 각종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발달해 가고 있습니다. 보행자의 운동에너지로 보도의 눈을 녹이고, 드론과 로봇으로 화재현장의 사람을 구합니다. 지면에서 떨어져 이동 가능한 부상 휠체어를 개발한다면 어떨까요?”

그는 과거에 그가 맡았던 몽골의 울란바토르의 도시 설계 프로젝트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혹한에 대처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지면을 살리고 유목 생활의 전통을 도시에 표현하려고 애쓴 기억이 납니다. 비용이 적게 드는 소규모 건물을 짓고, 현지의 건설 재료와 기술을 십분 활용했던 작업이었죠.”

이처럼 그는 단순히 물리적인 차원을 넘는 저마다의 가치를 도시에 담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도시를 만드는 일은 시와 산문을 짓는 일과도 같습니다. 다양한 계층의 삶과 꿈, 그리고 자연을 모두 고려한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일이죠. 이렇게 조성된 지속가능한 도시들이 하나둘 생겨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하나의 모자이크 작품이 될 겁니다.”

글 | 최성희 기자 is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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