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중심사회의 일꾼 길러내는 직업계 고등학교
상태바
능력중심사회의 일꾼 길러내는 직업계 고등학교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09.18 1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Report 직업교육 김상기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특성화연구부장
사진 = 하이파이브 포털

시대가 변한 만큼 ‘능력중심사회 구현’을 목표로 한 직업계 고등학교는 과거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는 2,360개로 이 중 특성화고는 466개로 1/5이 채 되지 않는다. 1926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당시 설립이념을 지켜온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의 김상기 특성화연구부장을 만나 중등직업교육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교육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특성화고등학교 취업률 평균은 74.9%다.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생 10명 중 7명은 취업을 한다는 뜻으로 이 수치는 2016년에 비해 3.4%p, 2012년에 비해 37.4%p가 감소한 숫자다. 반면, 대학에 진학한 특성화고 졸업생 비율은 2017년 기준 32.8%로 2016년에 비해 2.2%p 감소했다. 2009년 대학 진학률이 73.5%였던 것과 대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직업계 고등학교는 공업, 농업, 상업·정보, 수산·해운, 가사·실업 등 특정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는 특성화고등학교와 특화된 산업수요와 연계해 숙련기술인을 양성하기 위한 마이스터고등학교로 나뉜다. 이들 직업계 고등학교는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소질과 적성에 맞는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직업계고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교와 기업이 함께 마련한 실습환경에서 기술이나 기능을 터득하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소질과 적성에 맞는 진로를 개척하여 충분히 준비한다면 해당 분야의 기술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특성화고 현장실습에서 안전문제가 불거지면서 2017년 현장실습이 전면 폐지되기도 했다. 그동안 현장실습은 학생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 중심으로 운영됐기 때문. 이에 정부는 ‘선도기업’을 선정해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들 기업에만 학생들의 조기취업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일학습병행제, 선취업 후학습 제도 등 고졸 취업자들을 위한 제도를 내놓았다. 대학교에 진학하지 않아도 각 분야 실력을 갖춘 인재들이 어려움 없이 사회경제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능력 중심 사회의 인재 배출에 앞장선 이들 직업계 고등학교의 활약이 기대되는 때이다.

 

INTERVIEW 김상기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특성화연구부장

실력 갖춘 인재, ‘4년 먼저’ 사회에 내보냅니다

   
 
Q. 먼저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6년부터 부임한 후 20여 년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각 분야 현장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는 특성화연구부장을 맡아 다양한 정부지원사업을 하면서 학생들의 특성화교육을 위해 MOU체결, 현장체험학습, 위탁특강, 교육과정과 교재개발 등 다양한 특성화교육 프로그램들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또 적성을 찾아 소질을 계발하여 사회로 진출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죠. 나아가 이는 능력중심사회로 나아가는 이 시대에 노동시장의 선순환구조를 조성하는 최전선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죠. 앞으로도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여 특화된 교육과정을 가지고 대졸에 버금가는 전문지식과 인성을 갖춘 인재로 길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Q. 특성화연구부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요?
영화를 찍는 데에는 영화배우뿐만 아니라 감독, 무대감독, 음향감독 등 스탭이 따로 있듯이  우리 부서는 주연 배우를 빛나게 하는 스탭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학생들을 주연배우로 만드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리 부서의 역할이 앞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학생들이 졸업을 한 뒤에도 학교를 다시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자의 날 같은 날은 많은 졸업생이 찾아와 반마다 선후배 대화의 시간을 열 정도죠. 
 
Q. 몸담고 계신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는 어떠한 학교인가요?
우리 학교는 90여 년 전 구한말 한규설 참정대신의 유지를 받들어 영식이신 한양호 선생님이 경성여자상업고등학교로 설립하신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실업교육기관입니다. 개교 후 지난 90여 년간 여성 경제금융교육에 매진하며 대한민국 중등직업교육의 선도적인 역할을 감당해 오고 있습니다.
신입생 선발은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누어 서울·경기·인천 지역에서 260명을 입학정원으로 선발합니다. 과 구분없이 공통과정으로 모집을 해서 1학년 때 학과별 기초교과들을 접하게 되고, 학년이 올라갈 때에 학과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Q. 중등직업교육 현장에 계시면서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우수한 입학생들을 잘 가르쳐 사회에 내보내야 하는 일이죠. 우리 학교가 주력하는 분야는 금융경제, 국제통상, 재무경영 등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분야입니다. 그렇기에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에만 책무를 느끼는 데에서 나아가,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 졸업생들이 양질의 일자리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책임감을 느낍니다.
특히 취업처를 잘 확인하고 검증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졸업생들은 사회초년생이기 때문에 취업처의 성장가능성, 연봉, 근로복지 등을 두루두루 살펴야 합니다. 또한, 근무처가 위치한 곳이 어디인지도 중요합니다. 또한, 여학생들이다 보니 사내 여직원 비율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습니다.  

Q. 졸업생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게 되는 셈이네요.
졸업생들은 4년 먼저 사회를 겪고 성장하게 됩니다. 4년이라는 대학생활은 일종의 뼈와 뼈 사이의 연골입니다. 우리 학교 졸업생의 경우 그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취업전선에 나가다 보니 연골 없이 뼈와 뼈가 부딪치는 것과 비유할 수 있죠. 우리 졸업생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4년 먼저’ 사회에 나가지만 대졸자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2011년 ‘서울여상 그 놀라운 성공의 비밀’을 부제로 한 ‘4년 먼저’라는 책이 발간된 바 있습니다. 그 책에서는 대졸 실업자, 교육 문제의 해법을 우리 학교 사례를 통해 찾고 있죠. 우리 학교가 좋은 사례로 부각된 데에는 상업전문교육기관으로서의 중심을 잡고 진정성 있는 교육으로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높은 취업률을 유지해 왔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Q. 국내 중등직업교육 환경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세분화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지역별, 계열별, 직무별 직업교육 정책이 모두 달라야 합니다. 공업, 농업, 상업 분야는 세부 분야가 그 성격이 달라 그 안에서도 맞춤형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학생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중요한 것은 흥미, 적성, 그리고 소질입니다. 이 세 가지는 각각 다릅니다. 흥미를 느낀다고 해서 적성에 맞는 것이 아니며 결국 소질이 있어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세 가지를 두루 지닌 인재라고 할지라도 인력시장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게 됩니다. 따라서 중등직업교육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이 어느 직장에 맞을지, 어느 업종으로 진출할지를 시간을 두고 생각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4차 산업혁명의 변화에 직업교육 기관은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물 흐르듯이 도태되는 것이 있고 새로 생기는 것이 있겠죠.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문명 자체에 혁명이 일어나리라 봅니다. 그 파급효과가 산업이나 직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죠.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교육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교육은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맞춰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서 단순히 변화에 편승하기보다 시대적 조류에 속도를 잘 맞춰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공지능시대의 블루오션은 오히려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 등 아날로그에 있다고도 봅니다.

Q. 마지막으로 진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조언의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학생들의 흥미, 기술, 적성에 맞춰 진학하게 하는는 것이 좋습니다. 굳이 대학에 가지 않더라도 연봉도 높고, 질이 좋은 취업처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죠.
나중에 직장인이 되면 어느 대학, 어디 지역 출신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조기 입직을 해서 직업 세계에 뛰어드는 게 좋습니다. 취업에 필요한 기술, 지식을 익힌 인재가 4년 먼저 사회 일꾼이 된다면 미스매치 문제도, 저출산이나 고령화 문제도 차츰 해결할 수 있습니다. 능력 중심으로 사회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죠.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이용해 얼마든지 하고자 하는 공부도 할 수가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