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인재 채용의 발판, NCS 직업교육
상태바
‘신발끈’ 인재 채용의 발판, NCS 직업교육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09.18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pecial Report 직업교육 INTERVIEW 오승균 미래융합연구원장
오승균 미래융합연구원장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된 지 만 1년이다. NCS는 국가직무능력표준으로 능력중심 사회를 구현하려는 목적으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한 인재채용 제도다. 공공기관에서는 NCS 기반의 채용전형을 도입해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기업들도 NCS 기반의 필기시험을 계획 중에 있다. ‘가방끈보다 신발끈’의 저자이자 대한공업교육학회, 한국직업교육학회, 한국직업자격학회 이사를 맡고 있는 (주)미래융합연구원(대표 박형규)의 오승균 원장을 만나 우리나라 NCS 직업교육의 현안과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Q. 먼저 (주)미래융합연구원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미래융합연구원은 NCS 및 학습모듈,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일을 합니다. NCS 기반 능력 중심채용 컨설팅도 수행합니다. 2012년 연구소에서 시작해 직업교육과 산학협력 분야의 일을 해 왔습니다. 각 분야 NCS 기반의 자격체계를 설계하는 일과 각 교육단계에 맞는 교육과정개발에도 참여했습니다. NCS를 활용해 특성화고등학교나 대학에 ‘직업교육과정’을 설계하고 학습모델로 개발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업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제시를 해주는 거죠. 최근에는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의 능력중심 블라인드 채용의 운영을 대행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Q.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실정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직업교육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단계별로 체계적인 직업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죠. 보통 각 교육청들은 일반교육과 직업교육 중 일반교육에만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해당 교육감이 직업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러다 보니 학업과 실무현장의 괴리가 발생하고 미스매치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학벌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문제입니다. 4년제 일반대학과 2년제 전문대학에 같은 전공의 학과가 있을 경우 학생들이 2년제 교육과정에 만족을 못 하고 4년제로 진학을 합니다.

능력중심의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는 시점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입의 경우 경력기술서와 자기소개서에 지원 기관이나 직무와 관련한 경험을 적기 어려워집니다. 그러다 보니 동아리 활동이나 직무와 연관이 없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서류를 채웁니다. 학교교육이 학생들을 취업시킨다고 앞장서고 있지만, 취업에 대비한 교육은 미미하고 오히려 학교가 방향을 잃고 망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Q. NCS 교육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기존의 학문영역은 이론과 실습 두 과정으로 나뉩니다. 반면 NCS 교육의 영역은 현장실무 위주로 지식과 기술, 태도 등 실무 내용을 텍스트화해서 직업에 따라 능력 단위를 하나하나 터득하면 결국엔 그 직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게 된다는 원리입니다. 예를 들면, 에스프레소 추출 방법과 라떼, 모카 같은 음료의 제조 방법 등 바리스타가 갖춰야 할 능력 단위를 체계적으로 익히고 현장실무에서 발휘할 수 있다면 비로소 바리스타로서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NCS는 각 직무별로 표준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교육목표, 교재, 평가 등 교육 전 과정의 설계가 이뤄지는 것입니다. NCS 기반의 교육은 실제로 실무현장을 접해보는 교육을 지향합니다. NCS 기반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한다면 학교교육과 직업 세계의 미스매치 문제는 사라질 것입니다.

 

Q.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된 지 이제 1년이 넘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블라인드 채용은 능력 중심의 NCS 기조를 그대로 따릅니다. 기존 채용에서는 학벌, 가족사항, 지역, 영어점수, 심지어 신체사항까지 취업에 관계없는 사항을 요구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은 NCS의 연장선상에서 학교교육, 자격, 개인의 경력이나 경험에 대한 자술서를 보는 것입니다. 면접전형에서도 철저히 능력만을 보고 구직자를 판단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블라인드 채용을 운영하는 기관에는 ‘묻지마 지원자’가 줄어들고 기관이 필요로 하는 지식, 기술, 태도를 지닌 인재를 가려 뽑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좋은 정책입니다. 입시로 정해진 학벌만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방대를 나온 사람이라 하더라도 경험이나 경력이 풍부하다면 얼마든지 좋은 인재가 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블라인드 채용에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모든 제도와 정책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습니다. 블라인드 채용 현장에 보완해야 할 점도 분명 존재합니다. 먼저, 결격사유가 없으면 모두에게 응시 기회를 주게 되어 채용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밖에 실제 공공기관에서부터 시행된 블라인드 채용은 사진을 받지 않다 보니 필기시험장에서 신원확인을 할 수 없다거나 지원직무와 지원자의 전공이 부합하는지 여부의 판단이 어렵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Q. 최근 교육부가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총론은 잘 정리했으나 각론에서 미흡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직업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습니다. 국내 직업교육 기관들의 미래지향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에서 교육부가 내놓은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은 기존의 영역을 잘 정리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4차 산업혁명,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현안을 잘 다룬 것이죠.

그러나 기존의 방식들이 단순히 나열되어 있을 뿐 그 안에 획기적인 그림이 없습니다. 학교교육을 하면서 사회 인턴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든지, 학년제를 허물고 학점제도를 도입한다든지 하는 등과 같은 실질적인 직업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현행 직업교육은 유럽 등 다른 나라의 것을 벤치마킹해 들여온 것들이 많습니다. 각 나라 제도의 장단점을 보완해 잘 끌고 가는 것이 가장 좋죠.

 

Q.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요?
교육현장에서부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펙보다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들어간 사람도 적성이 맞지 않으면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각 영역에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결국 체화된 경험을 지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의 적성을 찾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이론 중심의 추상적인 직업교육을 하기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스스로 직접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일례로 중학교 과정의 자유학기제가 도입되었죠. 더욱 이른 시기에 제대로 된 적성을 찾아가면 관련 분야로 진출할 수 있게 한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그러한 교육과정을 밟고 진로적성을 찾아 현장 실무에 필요한 역량을 교육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면, 오늘날 일자리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실무자를 만드는 것은 능력 중심의 직업교육입니다. 이론이나 지식은 말로만 전달이 됩니다. 탁구를 예로 들자면, 탁구에 대한 이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실제 탁구대 위에서 몸으로 터득한 감각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처럼 실무라는 것은 경험을 통해 나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에서 ‘체화된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Q.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직업교육의 사례는?
독일은 아우스빌둥(Ausbildung)이라는 산학연계 직업훈련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정 평가형 자격제도로 교육과정과 자격제도를 연계하고 있습니다. 철저히 실무중심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2~3년 정도 실무중심의 과정을 밟아야만 자격을 취득할 수 있고 그 자격증이 실제 직업현장에서 실효성을 발휘합니다. 교육과정을 통해 실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얻습니다.

호주도 직업교육에 있어 그 과정에 대한 감사를 철저하게 합니다. 학생들의 실무자격을 평가할 수 있는 권리를 교사들에게 부여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론서를 바탕으로 별도의 시험을 거쳐 자격증을 얻습니다. 교육과정과는 별개로 한국산업인력공단이나 각 검정기관을 통해 따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장롱면허’와 같이 현장에서 실효성이 없는 자격증들도 많습니다. 앞선 선진국의 사례로 볼 때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와 사회 현실에 맞게 직업교육의 뿌리가 유지되면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 직업교육의 방향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그 방향을 제시해 주세요.
패러다임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직업교육은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을 따로 할 것이 아니라 직업교육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계해 커리큘럼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음식은 맛, 집은 편안함, 여행은 즐거움, 수업이나 강의는 깨달음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서 몸으로 함께 움직이며 체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이 좋아하는 분야의 능력을 터득하고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한다면 취업하는 데 두려울 이유가 없을 겁니다.

현재 987개 직무가 NCS로 개발되어 있습니다. 학생이 자유학기제를 이용해 경력개발을 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으로 구축되어 있습니다. NCS를 교육현장에 잘 접목해 중장기적인 교육과정에 실무중심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Q. 마지막으로 교육현장에서 교육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기술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면 산업이 바뀝니다. 산업이 변화하면 직업세계에도 변화가 불고 그러면 교육에도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교육을 하는 사람들도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지금은 일반교육 따로 직업교육 따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육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기존의 직업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요즈음은 대학 강의에서 교재를 쓰지 않는 교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재를 지정하는 순간 ‘교과서’에 의존해 현장 능력과 괴리된 교육이 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저도 각 대학에 강의를 나간 적이 있지만, 교재를 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학생들이 관계된 자료를 찾아 수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생산적입니다. 학생들이 주제를 가지고 스스로 ‘코디네이터’가 되어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죠. 직접 사이트나 동영상을 찾고 토론을 하는 방식이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