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못 보던 것들, 마음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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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못 보던 것들, 마음으로 보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8.09.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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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리 시각장애인 상담사 ㆍ김경호 이미지메이킹센터 이미지컨설턴트 겸 전임강사 ㆍ사회복지/상담심리 전공 ㆍjany4774@naver.com

베로니카처럼 살기로 마음먹다
필자는 어느 날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눈앞에 보이던 세상이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 세상에 아무것도 없고 내 생각만 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살다가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경험하게 되면 시간이 멈춰 버린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도 청소년 시절에 실명하게 되면서 햄릿처럼 ‘사느냐 죽느냐’로 고민을 참 많이도 했다. 그러나 꿈 많던 18세 소녀의 나이에 죽기도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베로니카처럼 살기로 결심했다. 그때 맨 처음 드는 생각은 필자와 같은 시각장애인을 만나서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 “우리 같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해답을 얻었다. 필자가 장애를 이기는 방법은 장애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먹고 장애를 받아들이고 나니까 두려움이 없어지고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현재에 행복하라
여러분도 가만히 생각해 보시라. 당신은 남들과 다른 장애를 가진 나를 인정할 수 있는가? 장애가 없더라도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나만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인정하기 쉽지는 않겠지만, 사실 누구나 다 한 가지 정도는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독자 분 중에 지금 내가 장애가 없어서 마음속 깊이 감사하다고 고백할 수 있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가진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많은 것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못 가진 것에 대해서만 갈증이 일어나곤 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가진 것에 더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

필자가 안 보이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그 전에는 알지 못했던 나만의 장점이 참 많더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는 또 다르지만, 그 당시에는 ‘내가 참 섬세한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장점이 보행연습과 점자 공부를 하는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눈으로 사람을 보고 판단하는 대신 마음으로 사람을 보니 못난 사람, 미운 사람이 하나도 없이 모두 다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혹시라도 지금에 처한 여건과 환경에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스스로를 인정해야 한다. 그런다면 주위 사람들도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게된다.

우리가 살다 보면 가진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여행을 떠난다고 가정해 볼 때, 목적지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서 떠나게 된다. 하지만 여행을 하다보면 의외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여러 가지 답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려울 때 힘들어 하기보다 긍정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목표에 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목표를 이루어도 과정이 힘들고 즐겁지 않았다면 그것은 후회와 상처로 남게 된다. 그래서 현재의 행복을 미래에 두지 말자는 것이다. 예전에 필자의 아이가 어릴 때는“엄마가 아들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일하고 같이 많이 놀아줄게“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소중한 시간을 돈 몇 푼 번다고 의미 없이 흘려보낸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현재가 미래에는 과거가 된다. 그리고 미래의 발판이 된다. 따라서 현재가 행복해야 과거, 현재, 미래가 다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인생의 오르막길
인생살이는 올라갈 때도 있지만 내려갈 때도 있다. 대부분 올라갈 때는 힘든 줄을 모른다. 그런데 내가 무언가를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에는 결정이 쉽지 않다. 그럴 때에는 방향을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변화가 있어야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

잠시 두 사람의 예를 들어 보겠다. 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변화 없이 똑같은 삶을 살았고, 또 다른 사람은 아주 변화가 많은 사람이었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이 더 좋아 보이는가? 나는 두 경우를 다 살아 본 사람이다.


정답은 없겠지만, 시작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모든 환경이 좋은 경우에는 첫 번째 변화가 없는 삶이 좋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안 좋은 환경에서 시작을 해야 하니까 변화가 있어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변화 없이 사는 것보다는 변화 있는 삶이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경험도 해보고, 그에 따른 내면의 성숙도 하면서 작은 행복들의 가치도 알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의 삶이 오르막이라면 열심히 달려가시기 바란다. 대신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내 주변에 나보다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는지 주위에 함께 가는 사람들도 한 번 쳐다봐 주기를 바란다. 혼자서 우뚝 서는 것보다는 함께 정상을 향해 올라 갈 수만 있다면, 외로운 고목이 아니라 하나둘이 모여 큰 숲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산 정상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도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오를 때는 힘들어서 안보이던 예쁜 풀꽃도 보이고 시원한 바람에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던가? 산은 정상을 찍고 내려올 때가 더 좋다. 인생도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처럼 담담하게 살아 갈 수 있어야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내려오기가 아쉽다면, 또 다른 산을 계획해 보면 잊고 지냈던 가슴속의 설렘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기가 정말 힘들다 싶거든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둘러보라. 필자가 정말 힘들었을 때는 앞이 안 보이는 데에다가 사업에 실패하고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했을 때였다. 모든 사람이 다 너무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힘든 것 같아서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런 필자를 보면서 누군가가 말했다. “너는 좋겠다. 아들도 있고 남편도 있고” 앞을 못 보는 필자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필자가 생각을 부정적으로 해서 그렇지 남이 봤을 때는 필자도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다.

행복의 파랑새가 되어라!
필자는 시각장애도 있고, 결혼도 실패해 봤고, 사업에 크게 실패해 봤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은 건강한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밖에 나갔다가 집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것도 참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 필자 옆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무엇보다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심리상담을 전공하고,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이미지 컨설턴트자격을 취득하고, 이미지 메이킹 강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또한 나와 같이 앞이 캄캄한 사람들의 고통과 다친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다.

그리고 앞이 잘 보이는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마음을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의 내적 이미지 컨설팅을 할 수 있음에 너무 행복하다. 예전처럼 사치스럽지 못해도 자그마한 적금통장 하나에도 행복한 마음이 생긴다. 큰 행복을 바라고 살면 얻기 힘들지만, 작은 행복은 마음만 바꾸면 지금 당장이라도 얻을 수 있다. 파랑새를 찾아다니듯이 행복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되기 보다는 내가 행복한 파랑새가 되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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