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보람 씨’들을 위한 직장생활의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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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보람 씨’들을 위한 직장생활의 길잡이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8.12.2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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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취업]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장예절 안내서 발간
‘보람씨의 행복한 직장생활’ 중에서 ⓒ정은혜 작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원장 이정주, 이하 ‘공단’)은 지난 10월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장예절을 알기 쉬운 글로 담은 ‘보람씨의 행복한 직장생활’을 펴냈다.

현재 등록된 발달장애인 수는 22만 명이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부모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이다. 이들은 지역사회 커뮤니티의 일원으로서 동등한 생활을 이어가기를 원하지만 학령기, 성인기를 통틀어 이들의 자립을 위한 사회서비스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2017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6년인데 비해 발달장애인은 3년 9개월로 직장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발간된 자료집은 발달장애인의 직업생활 유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주인공 보람 씨의 하루 일과에 따라 출근 준비, 대중교통 이용, 출근, 점심시간, 퇴근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자료집은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인 정은혜 씨가 삽화를 그렸고, 공단 서울발달장애인훈련센터와 성남시 한마음복지관의 훈련생이 내용과 삽화를 감수하는 등 발달장애인들의 참여로 완성되었다.

공단 고용개발원 이정주 원장은 “이 책을 본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보다 자신감 있게 행복한 직장생활을 보내길 바란다. 앞으로도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 고용개발원은 지난해 발달장애인의 노동권과 정보접근성 향상을 위해 ‘알기 쉬운 노동법’ 및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정보 안내서 ’빵빵 꿈을 실은 job버스‘를 발간한 바 있다. 이번에 발간된 자료집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을 위해 알기 쉬운 글로 제작된 자료들은 공단 홈페이지(www.kead.or.kr)에서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또한,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로도 볼 수 있다.

발달장애라는 핸디캡을 안고 취업을 하거나 자신만의 생업활동을 이어가기란 쉽지 않다. 이번 자료집의 주인공 보람 씨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인 정은혜 작가의 실제 직장생활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따라서 이번 자료집이 발달장애인 독자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정은혜 작가는 현재 양평군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동시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자신만의 지속가능한 직업을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는 그를 만나 그의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 최성희 기자 ish@hkrecruit.co.kr
사진 제공 | 정은혜 작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INTERVIEW 정은혜 작가

일하며 그림 그리며, 세상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지난 11월 초 양평군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작업실 한쪽 스크린에는 정은혜 작가가 열었던 전시 현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그는 요즘도 연말 밀알학교 전시관에서 열리는 전시 준비로 분주하다고 했다. 양평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정 작가와의 인터뷰를 정 작가의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였다.

Q. 작가님의 소개를 부탁합니다.

3년 전 호산나대학교 서비스학과 바리스타 과정을 수료한 후 본격적으로 미술 작업에 몰입해 작가로 활동한 지 4년 정도 됐습니다. 현재는 양평군장애인복지관에서 일을 병행하며 퇴근해서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물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해 2년 전부터는 매주 양평 문호리에서 열리는 리버마켓에 참여해 ‘니얼굴’이라는 이름의 부스를 마련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그립니다. 사람들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그려 판매하고 소통하고 있죠.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그려달라고 찾아옵니다. 어떤 분들은 거울을 보며 ‘나는 왜 못생겼지? 예쁘게 그려주세요’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부스를 찾는 이들과 소통도 하고 시간이 나면 산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거죠.

Q.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지난 10월 ‘보람씨의 행복한 직장생활’을 펴냈습니다. 작업을 맡게 된 계기와 작업에 대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올해 초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초청을 받았습니다. 공단에서 그동안의 제 작업물을 인상 깊게 봤다며 책에 들어가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했죠. 그래서 저는 자료집의 삽화를 그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 자료집 삽화의 등장인물인 ‘보람 씨’는 바로 저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출근을 해서 근무를 한 후, 퇴근하는 모습까지 담겨 있죠. 삽화의 밑그림은 제가 그리고 색은 어머니가 칠해주셨습니다. 건물이나 지하철 모습은 사진을 보며 스케치를 했어요.
지난 봄 ‘꿀잼전’ 전시를 마무리한 후, 공단에서 준 원고를 바탕으로 작업을 시작했죠. 삽화 하나당 하루 5시간 정도의 시간을 들여 한 달 정도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을 할 때 재미도 있었고 점점 더 실력이 느는 것을 느꼈습니다. 함께 작업한 분들에게 삽화가 재미있고 멋지다는 칭찬도 들어 힘이 납니다. 스스로도 열심히 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Q. 양평군장애인복지관에서의 직장생활이 궁금합니다.

저는 장애인일자리사업을 통해 취업하게 되어 현재 2년째 양평군 장애인복지관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사무보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주 5일 근무를 합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스스로 일어나 씻고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아침 식사를 합니다. 출근시간이 9시까지이지만 그 전에 미리 출근해 모두와 인사를 하죠.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쉬어가며 퇴근시간이 되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을 즐겁게 마무리합니다.
저는 동료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웃음). 사회복지사 동료와도 동갑이어서 친하게 지냅니다. 때로는 ‘00 씨’라 부르며 사적인 자리에서 말을 놓기도 하지요. 직접 복지관 동료들의 모습을 그려 선물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동료들은 매우 기뻐하며 책상에 그림을 올려놓기도 합니다.

Q. 이제껏 진행한 전시 이력이 궁금합니다.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과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열린 ‘천명의 얼굴전’, 우이전철역에서 열린 ‘달리는 미술관’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우이전철역에는 바닥에 제 그림이 있습니다. 전시를 할 때에는 다른 발달장애인 친구들과 작업을 함께 합니다. 지난 4월에 양평 카페를 빌려 열었던 전시 ‘꿀잼전’에서는 지평고등학교 2학년 발달장애인 친구 ‘다냐’와 함께 했습니다. 이렇게 여러 기회를 통해 그림을 그리면서 점차 실력이 나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Q. 앞으로의 포부가 궁금합니다. 

저는 그림 그리는 게 좋습니다. 지금 저는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인물 이외에도 풍경화 등 새로운 것을 그리고 싶습니다. 이번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자료집 작업을 하면서 건물이나 다른 사물을 그리게 됐죠. 그러면서 보다 더 다양한 것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색 작업도 직접 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나름대로 고민이 많지만 앞으로도 그림을 그리고 전시도 하며 세상과의 소통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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