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워크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④] ‘축구덕후’ 포항공대 출신자들, 일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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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입주기업 릴레이 인터뷰 ④] ‘축구덕후’ 포항공대 출신자들, 일내다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8.12.24 12: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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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성 (주)핏투게더 대표

세계적인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의 훈련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유니폼 위에 검은 조끼를 입은 그의 뒷모습이 어딘가 모르게 낯설다. 조끼 뒷부분에 볼록 튀어나온 물체 때문. 그 이름 모를 정체는 GPS(위성위치파악 시스템)를 기반으로 하는 웨어러블 기기였다. 이 기기는 메시가 연습하는 동안 그의 심박 수, 뛴 거리,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코치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전자 퍼포먼스트래킹 시스템(EPTS)을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최근 이러한 웨어러블 EPTS를 만들어 세계 축구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기업이 있다. 바로 핏투게더. 핏투게더 윤진성 대표를 위워크 서울역점에서 만났다.

▲ 윤진성 ㈜핏투게더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2017년 3월에 설립된 ‘핏투게더’는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윤진성 대표를 필두로 동문 출신 세 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스포츠 데이터 분석 전문 스타트업이다. 먼저 그에게 간단한 회사 소개를 부탁했다.

“핏투게더는 국내에서 아직 보기 드문 ‘데이터 기반 스포츠 분석’ 전문 업체입니다. 핏투게더는 EPTS(Electronic Performance & racking System, 전자 퍼포먼스 트래킹 시스템)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선수와 팀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포항 스틸러스, 전남 드래곤즈, 울산 현대 등 K리그 다수의 팀과 유소년 축구단에서 우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15평 남짓한 아지트에서 탄생한 핏투게더
EPTS는 유럽의 명문 구단들이 효과를 보면서 국내에도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전 세계 축구시장에서 EPTS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그동안 정량화 되지 않았던 선수들의 움직임 등이 EPTS를 통해 정량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EPTS를 통해 코치들은 선수들의 활동량, 전술적 움직임, 교체 타이밍 판단 등과 관련된 분석을 세밀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윤진성 대표는 포항공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윤 대표는 동문들 사이에서 워커홀릭으로 통한다. 그는 대학원 수업을 마치고, 남는 시간을 잠으로 채우는 것이 아까워 학교 근처에 15평 남짓한 공간을 아지트로 만들었다. 그곳에 포항공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대학원 시절 연구 활동을 마치고 남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즐겁게 수다 떠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 아지트를 만들게 됐어요. 여기서 동문 선배들을 초청해 멘토링도 하고, 논문 관련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눴죠. 그 과정에서 지금의 핏투게더 아이디어도 탄생하게 됐고요. 그아지트는 포항공대 출신자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며,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습니다.”

대학원 과정을 마친 그는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에서 7년간 일했다. 일한 지 6년 쯤 됐을 때 그는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었단다.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에서 소변과 혈액 등을 진단하는 일을 했습니다. 회사가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입사해서 회사가 커가는 과정을 함께 했죠. 그런데 6년 쯤 지났을 때 제사업을 하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을 할까 고민했죠. 그때 웨어러블이 속된 표현으로 한창 뜨고 있었어요. 그래서 웨어러블 기기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 리버풀 FC 아카데미 코리아에서 핏투게더 웨어러블 기기‘오코치’를사용하고있다.[제공 : ㈜핏투게더]

그런데 왜 하필 축구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웨어러블 EPTS를 만든걸까.
“웨어러블 기기는 일반인이 사용할 때는그 효용가치가 별로 없어요. 반면, 스포츠선수들이 사용하면 효용성은 매우 커지죠. 기기를 찬 선수들의 감속도, 가속도, 전력질주 속도 등을 알 수 있고, 이는 경기력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스가 되기 때문이죠. 우리 핏투게더가 지금은 축구시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축구시장만을 목표로 하는 건 아닙니다. 다양한 스포츠에 활용될 수 있거든요. 축구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 것은 저를 포함한 핏투게더 구성원들이 축구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입니다(하하).”

핏투게더 직원들은 모두 축구 마니아다. 이들 중 몇몇은 하루 종일 국내외 축구영상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일이다. ‘축구 덕후’이기 때문에 일이 일 같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뿐만 아니라 이들은 평소에 축구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함께 관람하고 조기 축구도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축구를 하다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중상을 당한 적이 있음에도 여전히 축구마니아다. 축구시장을 먼저 공략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사진=오세은 기자]

웨어러블 EPTS社, 세계시장 선점하기 위해 총력전
유럽의 축구 명문 구단은 이미 10년 전부터 웨어러블 EPTS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웨어러블 EPTS를 개발한 곳은 그리 많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기기에 들어가는 부속품 단가가 높아 이를 사용하는 구단도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EPTS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제법 잘 갖춰져 있어 시장 진입이 낮아진 상태다. 때문에 지금 축구시장에서는 EPTS사들 간의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핏투게더 역시 타사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인터뷰 당일 그는 파리 출장을 마치고 새벽에 서울에 도착했다. 시장선점 ‘깃발 꽂기 전쟁’으로 해외 출장을 자주 나간다.

“프랑스의 축구 구단들을 만나 우리 제품을 소개하고 오늘 귀국했습니다. 11월 말에는 미국 마이애미 출장이 잡혀 있습니다. 이곳에서 축구 관련 산업 전시회가 열리는데 거기에 참가하게 됐거든요. 전시회장에서 우리 웨어러블 ‘오코치(Ohcaoch)’를 소개하는데 이 준비로 요즘 정신없이 지내고 있습니다(웃음).”

마이애미 일정이 마무리 되면, 핏투게더는 세계의 우수 선수들의 집합소인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 구단과 만날 예정이다.

“FC바르셀로나 구단이 우리 제품을 사용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이 자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IMS 인증을 획득한 회사와 인증 받으려고 하는 회사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우리는 그곳에 가서 타사 제품과 기술을 살펴보고, 시장조사도 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세계시장의 흐름을 살펴보고 보다 더 착실히 준비할 생각입니다.”


핏투게더, ‘오코치(Ohcaoch)’로 글로벌 시장 3위 목표

▲ 웨어러블 '오코치'(Ohcoach)[사진=오세은 기자]

FIFA는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웨어러블 기기만을 정식 경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까다로운 인증절차 IMS(International Match Standard)를 도입했다. FIFA의 IMS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올 상반기 기준 총 다섯 곳에 불과하다. 이 중 한 곳이 핏투게더다. 스포츠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윤진성 대표에게 핏투게더가 꿈꾸는 미래를 물었다.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어요. 특히 IT 기술을 기반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선수들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제품‘오코치(Ohcaoch)’가 웨어러블 EPTS 글로벌 시장에서 3위를 하는 것이 내년 목표이기 때문에 올해 남은 두 달도 열심히 뛰어볼 생각입니다(웃음).”

마지막으로 예비창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부탁한다는 질문에 그는 직접적인 답을 피했다. 대신 그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사업모델을 진중하게 고민해보고 창업하는 것이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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