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원펀치 액션영화 예고편, 누가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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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원펀치 액션영화 예고편, 누가 만들었을까?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9.01.25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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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고편 제작자

20평(66.12m²) 남짓한 공간. 4명이 귀 전체를 덮을만한 헤드폰을 쓴 채 모니터에 집중하며 서로 상의하고 있다. 작업실 문에는 ‘미스터 쇼타임’이라고 쓴 표지판이 붙어 있다. 미스터 쇼타임은 영화 예고편 제작사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영화 <범죄도시>, <원더풀 고스트>, 그리고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역대 1위를 차지한 <너의 이름은> 등의 예고편을 모두 만든 곳이다. 미스터 쇼타임 김익진 대표를 만나 영화 예고편 제작자 직업에 대해 들어본다.

 

▲ 김익진 '미스터 쇼타임'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Q. 간략한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2008년 영화 예고편 제작사에서 처음 영화 예고편 만드는 일을 배우고 익혔습니다. 이후 2012년에 1인 창업가로 ‘미스터 쇼타임’을 설립했습니다. 회사 설립 후 2년은 홀로 예고편을 제작했지만 지금은 저를 포함한 4명이 상업영화, 다양성영화(예술영화와 독립영화 등을 가리키는 용어) 등의 예고편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영화 예고편 제작자’ 직업이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예고편 제작자는 관객이 흥미와 관심을 갖고 영화를 보러 오도록 영화의 특징적인 면을 소개하는 영상물, 영화 예고편을 만듭니다. 관객에게 개봉을 앞둔 영화를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영화 본편의 장면 장면을 편집해 하나의 영화를 마케팅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직업으로 볼 수 있죠.


Q. 러닝타임 120분짜리를 2분 내의 예고편으로 만드는 과정과 소요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요?
먼저 영화 예고편을 만들기 위해 영화 예고편 제작자는 영화 제작사 혹은 배급사의 마케팅부서와 예고편의 콘셉트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 과정은 영화 촬영이 모두 끝난 뒤에도 진행되지만, 대개는 영화 촬영이 진행되는 후반부에서 주로 이루어집니다. 이때 영화 제작사는 본영화의 콘셉트와 특징을 고려해 예고편 콘셉트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를 예고편 제작자에게 제안합니다. 이후 영화 제작사와 예고편 제작자 간의 콘셉트 조율 과정을 거쳐 콘셉트가 정해지면, 그 콘셉트에 따라 예고편을 구성하는 시안을 만들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는 예고편 구성안에 따라 영화 본편의 장면을 편집합니다. 이렇게 예고편이 어느 정도 구성이 되면 사운드 작업과 컴퓨터 그래픽, 색 보정 작업 등을 합니다. 그리고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필요에 따라 예고편을 위해 별도의 촬영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편의 예고편(1 분 30초~2분)이 제작되는 기간은 보통 3~4개월입니다. 30초짜리 짧은 영상이라고 뚝딱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단해선 안 됩니다. 기획 단계부터 아이디어를 모아 이야기를 구성하고, 편집과정을 거치는 시간들이 생각보다 꽤 걸리기 때문이죠.


Q. 영화 예고편 제작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요?
특별히 정해진 정도(正道)는 없습니다. 저의 경우 대학에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첫 회사에서 도제식으로 예고편 만드는 일을 차근차근 배웠습니다. 물론 영상 관련 전공자라면 기본적으로 편집 툴을 다룰 줄 아는 이해가 있어 유리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편집 툴은 실무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아, 영화 예고편 제작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 실무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툴을 새로 익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Q. 영화 예고편 제작자에게 필요한 역량과 자질은 무엇인가요?
영화 예고편 제작자는 의사소통 능력, 스토리텔링, 책임감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영화 제작사와 색 보정하는 업체 등과 협업을 요하는 일이기 때문에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고, 또한 짧은 예고편일지라도 그 안에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하는 능력이 중요하죠. 그리고 저희는 꼭 지켜야 하는 마감 기한이 있어 책임감이 강한 사람을 선호합니다.

 


Q. 영화 예고편 제작자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텍스트보다 영상에 익숙한 세대로 접어들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소개 글보다는 예고편을 더 많이 접하고 있습니다. 이에 동종업계 간의 경쟁도 치열하고요.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전망은 밝다고 봅니다. 영화 산업 전체가 커질수록 이에따른 영화 예고편 제작사들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고, 이곳에서의 인력 요청도 분명 많아질 테니까요. 그러나 노동시간, 일 환경, 급여 등의 문제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일 하면서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제작사의 마케팅 부서와 협의하여 그 콘셉트에 맞춰 여러 개의 예고편 시안을 만듭니다. 그 중에서 우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과 차선책으로 만든 것들을 보내는데, 이때 저희가 지향한 방향이 아닌, 다른 시안이 채택될 때면 힘이 빠지죠. 더군다나 차선책 시안이 확정돼 시장에 내놓았는데, 이에 따른 반응도 미온적이면 아쉬운 마음이 배로 들기도 하고요. 이럴 때는 힘이 빠집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보다는 예고편 만드는 과정에 더 어려움이 있습니다. 영화 본편으로 예고편을 만드는 일이지만, 하나의 창작물을 만드는 작업이기에 매번 어려움이 있죠. 영상은 스토리나 메시지가 확실하게 정해지며 생명력을 가져요. 그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련의 과정들이 저는 가장 힘든부분인 것 같고요.


Q. 반면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요즘은 관객들이 예고편에도 리뷰를 남깁니다. 때론 악플도 달리지만, 우리가 만든 예고편을 보고 ‘꼭 보고싶다.’, ‘바쁘지만 시간 내서라도 이 영화는 봐야겠다.’등등의 댓글을 볼 때면 혼자 뿌듯해 하곤 합니다(하하). 그리고 영화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과 ‘미스터 쇼타임’전 직원들의 이름이 올라갈 때도 보람을 느끼죠.

 

 Q.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영화 예고편 제작자라는 직업은 10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생소한 직업군에 속합니다. 하지만 저는‘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있어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어떠한 영상을 보더라도 그 영상에서 나오는 대사 하나, 장면 하나 하나를 떠올리며 제 눈으로 바라본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내는 일이 지금도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천직이라 여기고 초심을 잃지 않고 매진할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를 말씀드리면, 영상미디어 관련 업종의 근무환경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라는 편견을 깨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 한 명이 더 늘면 주 4일제를 시행할 생각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천만 관객을 불러들인 감독의 영화 예고편도 작업하고 싶어요. 대형 배급사와 함께 일하는 소상공인 업체의 물꼬를 누군가는 터야지 작은 규모의 영화 예고편 제작사도 이들과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지금보다 더 많이 오기 때문입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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