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한땀한땀 만들어 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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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을 한땀한땀 만들어 가는 일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9.01.25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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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셀프 브랜딩 유지연 한성대 한디원 산업디자인 전공주임교수/작가

날실과 씨실을 엮은 손뜨개 설치물로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유지연 작가. 그의 작품은 손뜨개로 구현되어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2013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한 후 독보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그는 현재 한성대 한디원(부설 디자인아트평생교육원) 전공주임교수로 일하며 학생들도 자신만의 멋진 브랜드를 가꿔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에 임하고 있다. 손뜨개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자신만의 개성있는 브랜드를 발전시켜온 그에게 ‘셀프 브랜딩’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2017년 2학기부터 한성대 부설 디자인아트평생교육원인 한디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디원은 뉴욕의 디자인스쿨을 모델로 전문적으로 디자인에 특화된 교육이 이뤄지는 곳으로, 재능있는 학생들을 교육해 배출하는 곳이죠. 하루하루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눈으로 보며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Q. 작품활동을 하기 전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화여대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했고 대기업 건설사 인테리어팀에서 공간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건설사 특성상 도면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는 일을 했죠. 인테리어의 경우 모든 공정의 기간이 길고 규모도 커서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저는 작은 것을 세밀하게 다루는 것을 좋아했기에 모던하고 미니멀한 디자인이 업계 트렌드인 상황에서 저의 개성은 감추어야 했어요. ‘나다움’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던 거죠.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습니다.

Q. 퇴사를 하고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하기까지 어떻게 준비하셨는지요?
입사 1년차 때 처음으로 맞은 여름휴가 때 남동생과 함께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어느 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담 광장에서 맥주를 마시다 한무리의 배낭여행객들이 거리 노숙자들과 거리낌없이 맥주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게 됐죠. 그때 불현듯 유럽에 다시 와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에 돌아와 마음정리를 했습니다.
학교든 일이든 결국 자신과 성향이 맞는 곳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1년 반 정도 회사를 다니며 프랑스 유학 준비를 했습니다. 퇴근 후 저녁에는 프랑스 어학원에 다녔고 주말에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후 회사를 떠나 프랑스와 독일 국경지역인 스트라스부르의 아르데코대학에 디자인 오브제 전공으로 편입하게 됐습니다.

Q. 프랑스에서 유학을 하며 느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프랑스에서는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교육에서도 맞고 틀리는 것을 넘어 학생 스스로가 목적의식을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만의 개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죠. 그러한 환경에서 저는 저의 성향대로 밀고 나가며 수업에 임했어요. 그러다보니 오히려 학점이 잘 나왔어요. 교수님들도 저의 개성을 존중해 주셨죠.
그러다 석사 1년차 때 커리큘럼상 의무적으로 인턴을 나가게 되었죠. 제가 일한 곳은 파리에 있는, 디자이너 두 명이 만든 스튜디오였습니다. 그곳은 규모는 작았지만 해외로 수출을 할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었죠. 그때 느낀 것은 ‘꼭 유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니즈가 있구나’였습니다. 트렌드에 맞춰 각자 저마다의 성향을 바꿀 필요는 없는 것이죠.

Q. 손뜨개로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는?
졸업작품을 준비하며 프랑스 학우들과 비슷한 주제를 잡아서 가니 교수님이 ‘너의 문화에서 주제를 찾아봐라’라고 권유해 주셨어요. 그래서 찾은 주제가 ‘맨발 거주자를 위한 디자인’이었어요.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한국의 ‘통과의례’를 소재로 바닥과 현관에 집중했어요. 반대로 프랑스인들은 맨발로 바닥을 밟는 데에 거부감이 있다는 것에서 착안해 손뜨개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집으로 들어오는 동안 신발을 벗고 옷을 걸어놓을 수 있게 벽에서 바닥으로 연결하는 ‘카펫 가구’를 손뜨개 작품으로 만들게 된 거죠.

Q. 한국에 돌아와서도 손뜨개로 작품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데···
졸업작품 심사에서 한 심사위원이 패브릭으로 작업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 포지션에 제가 들어가 계속 작업을 이어가라고 호평을 해주셨어요. 제 작품이 그만큼 기존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는 것을 의미했죠. 4년간의 유학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와 2013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신진 디자이너로 뽑혀 졸업작품과 함께 테이블과 의자, 거울을 배치하고 그 그림자를 니트 러그로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니트로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로 아이덴티티가 확고하게 형성된 셈이죠.

기존의 손뜨개는 흔히 패션소품으로 활용됐었는데 저는 그 디자인을 제품이나 가구에 접목했어요. 계속 작업을 하면서 재료나 방식에 대해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후로도 2014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전시, DDP 루나파크전, 시티프로젝트 등 전시를 하며 오브제부터 가구디자인까지 손뜨개로 재해석하는 저만의 작업으로 대중들을 만났습니다. ‘시티프로젝트’ 시리즈는 서울, 맨해튼, 파리 각 도시와 행정구역별을 뜨개질 조각을 이어 붙여 표현한 것으로, 앞으로도 전 세계 도시를 표현해 나갈 계획입니다.

유지연의 졸업작품 ⓒ유지연 작가

Q. 아티스트로서 지켜나가야 할 자신만의 신념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물론 아티스트로서 활동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지만 디자이너라면 자신의 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견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색을 유지하며 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하거나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진로로 나아가는 거죠.

저는 프랑스 유학시절 당시 ‘D학점’이 아닌 ‘E학점’을 받아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어요. 함께 유학생 신분이었던 선배에게 좌절감을 이야기했더니 그 언니가 ‘세상 사람들이 너의 작품이 못생겼다고 해도 너는 그 작품에 신념을 가지고 사람들을 계속해서 설득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어요. 그때 ‘신념’이라는 단어가 와 닿았고, 그 이후로 저는 저의 신념을 지켜왔고 학생들에게도 신념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자신을 브랜딩해 나가라고 조언합니다. 저 역시 그러한 신념으로 저만의 작품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다져나가고 싶습니다. 저의 작업에 많은 공이 들어간다고 할지라도 다양한 기법으로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Q. 후학들에게 ‘셀프 브랜딩’에 대해 조언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과거 저도 자신의 색을 누르며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녔죠. 20대 후반이 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도 저마다의 색깔을 가지고 있죠. 자신만의 색이 확실하다면 정형화된 제품보다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창의력을 견지해 나가길 바랍니다.

자신의 성향을 아는 것이 ‘셀프 브랜딩’의 첫 시작입니다. 이를 위해 직장생활을 한번쯤 경험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도 있거든요. 디자인 직무를 지원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디자인이 생산에 적합한 디자인인지를 시험해 보고 자신의 작업물을 실현시키며 자신의 성향을 들여다보세요. 다만 트렌드와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성향에는 맞고 틀림이 없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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