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이야기] 오즈렘 세킥 : 안티와 함께 커피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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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이야기] 오즈렘 세킥 : 안티와 함께 커피타임을?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9.02.25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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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이야기

오즈렘 세킥은 2007년 여성 무슬림 출신으로는 최초로 덴마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안티들로부터 매일 수십 통의 혐오 메일을 받았다.

“전 터키에서 쿠르드인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덴마크로 이민을 왔습니다. 저와 같은 배경을 지닌 사람 중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온갖 혐오 표현을 담은 이메일을 마주하는 데에 익숙해져야 했어요. 메일 제목에서부터 ‘터번쟁이’, ‘테러리스트’와 같은 비하 표현을 쓰는 이들과 제가 공통의 접점을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어요.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죠.”

오즈렘은 이메일 발신자들과 타협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메일들을 무심코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때로는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주소를 숨기고 소극적인 대응으로 상황을 회피했다.

“그와 같은 일들은 제가 공개토론회와 같은 자리에 참석할 때마다 더 빈번하게 일어났고, 심지어 편지로 협박을 받을 때도 있었죠. 실제로 거리의 무슬림 여인을 공격했던 반유대주의자의 협박전화를 받기도 했어요. 그가 공격해 올 거라는 생각에 곧장 외출을 중단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죠. 제 아들은 저에게 ‘그 사람들은 엄마를 잘 알지 못하면서 왜 그렇게까지 엄마를 미워해’라고 묻더군요.”

오즈렘은 그들이 멍청한 사람이라 그렇다며 대답했다. 늘 비난과 협박에 시달려 지친 오즈렘은 어느 날 그의 친구로부터 안티를 만나 이야기해보라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친구의 말대로 그들을 만난다면 제가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친구는 그들도 국회의원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저를 안심시키면서 ‘그러다 죽는다 할지라도 순교자가 될 수 있다’며 우스갯소리를 했죠(웃음).”

오즈렘은 친구의 충고를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휴지통에 있던 안티들의 메일을 하나씩 읽기 시작했다.

“혐오 메일을 가장 많이 보낸 이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전화를 받았고 저는 그에게 커피 한잔을 제안했죠. 며칠 뒤 그의 집을 방문해 커피타임을 가졌죠. 상상과는 달리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고 제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오즈렘은 인종차별주의자와 자신이 서로 말이 잘 통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오즈렘은 자신조차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이후로도 ‘커피타임’은 8년간 이어졌다. 오즈렘은 오늘날 세상에 도사리고 있는 증오와 폭력을 멈추기 위해서는 모두가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장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수백 명의 저의 안티들을 만나면서 귀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가 잘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 다르다는 생각에서 마주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인종, 정치, 문화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나와는 전혀 다른 그 사람과 마주해 대화를 시도해 봐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 바로 자신을 싫어하는 그 사람을 ‘커피타임’에 초대해 보세요.”

글 | 최성희 기자 ish@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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