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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의 인생, 눈앞의 취업보다 미래를 향한 방향설정이 먼저!표하연 사진작가
오세은 기자  |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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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호] 승인 2019.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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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혁명, 정치 등만 역사일까. 역사적 사건들 속에서도 시대를 목도하고 일상으로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도 소중한 역사의 한 조각이 될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낸 보통의 일상들, 도시의 흥망성쇠와 함께 변해온 삶의 궤적. 그 모든 것은 소중하며, 기록되고 기억될 가치가 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2동에 위치한 ‘사진관 오늘’의 사진작가 표하연 씨는 2015년 이곳 태평동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곳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고 있다. ‘태평동 이야기’를 수집하며, ‘태평동 역사’를 만들고 있는 그의 삶에 잠시 귀를 기울여 보자.

 

   
▲ 표하연 사진작가[사진=오세은 기자]

취업 후 좋아하는 일 알게 돼 바로 퇴사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표하연 씨는 졸업 후 진로 고민이 많았다. 사진을 전공했지만 사진으로 경제활동이 가능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분야의 직업을 가져야 남들과 다르지 않게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졸업하면 대부분 경제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저도 부모님께서 취업을 하라고 줄곧 말씀하셨죠. 다른 부모님들처럼 직장에 다니는 안정적인 삶을 원하셨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레 취업을 희망했죠. 여러 곳에 입사지원서도 냈고요. 그러다 어느 한 협동조합의 홍보팀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저와 잘 맞지 않더라고요. 그때 알게됐죠. 직장인의 삶이 저와 잘 맞지 않다는 것을요.”

그는 짧은 직장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심하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결정했다. 퇴사 후 그는 정지된 경제활동에서 오는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느끼며 방황의 시간을 보냈다. 이때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봤다. 과연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했다.

“퇴사 후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겁고, 행복한지를 떠올렸어요. 바로 사진이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진을 평생 업으로 삼을 만큼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손에 카메라를 쥐고 렌즈를 통해 제가 바라본 세상을 사진으로 담아낼 때 가슴이 뛴다는 걸 그때 알게 됐습니다. 그때 사진의 길을 걷자고 다짐했죠.”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위치한 ‘사진관 오늘’ 전경[사진=오세은 기자]

그는 자신의 일을 찾았지만 마음이 편치는 않았다. 당장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로 다가왔기 때문.

“진로를 사진으로 확고히 했지만 솔직히 걱정이 됐어요. 졸업을 했으니 경제적인 문제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저는 사진을 통해 밥벌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현실적으로 사진작가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게 쉽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딱 10년만 좋아하는 사진작업을 해보자고 다짐했죠. 그런데 어느 덧 10년이 지나고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오고 있네요(웃음).”


태평동 주민들의 오늘을 담다
표 작가는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성남시 분당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내고, 2015년 태평동으로 이사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그는 성남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성남시 토박이다.

그는 태평동으로 이사온 직후 미디어 예술작업을 하는 예술가 3명과 함께 예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프로젝트 파니’(이하 파니)를 결성했다. 파니를 결정한 후 첫 프로젝트로 성남시에 사는 청년들이 각자의 푼크툼(punctum, 사진작품을 감상할 때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통한 도시문화 만들기’를 기획했다.

“‘커뮤니티를 통한 도시문화 만들기’는 도시에 사는 청년들이 일상에서 어떤 푼크툼을 느끼는지를 알고 싶어 기획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후 파니의 활동 범위를 성남시에서 태평동으로 좁히게 됐어요. 태평동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동네의 변화와 도시 재생 사업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서였죠. 그렇게 태평동에서 활동하던 중 우연찮게 성남문화재단의 ‘우리 동네 예술 프로젝트’을 알게 되었고 기획안을 냈습니다. 그런데또 운 좋게 채택 돼 ‘사진관 오늘’이 문을 열게됐습니다(웃음).”
‘파니’는 ‘아무일 없이 노는 모양새’를 나타내는 우리말이다.

   
▲ [사진=오세은 기자]

성남문화재단의 ‘우리 동네 예술 프로젝트’ 사업의 하나인 ‘사진관 오늘’은 그렇게 2018년 9월 문을 열었다. 표 작가는 ‘사진관 오늘’을 방문하는 노인들의 장수사진을 무료로 찍어주고 있다. 사진을 찍으며 이들에게 태평동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녹음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그가 ‘태평동 이야기’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태평동 이야기’를 녹음하고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생각한 건, 제게 동네 이야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시면서였어요. 그때‘내가 이곳어르신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이 동네의 역사가 사라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태평동에는 다른 동네와 달리 노인분들이 많이 살아요. 또한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와 이곳에 터를 잡으신 분들이 많아요. 어르신들의 삶의 흔적을 쫓다보면30년전 혹은 그보다 더 오래전의 태평동 모습이 그려지곤 하죠. 이야기를 듣는 게 사진 작업과도 관계있지만, 제가 사는 이 동네의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있어요.”

기자가 인터뷰 하는 도중, 30년 전 강원도 평창에서 태평동으로 이사왔다는 강옥남(80세) 할머니가 사진관에 들어왔다. 강 할머니는 이미 장수사진을 찍었지만 동네를 오가다 이곳을 자주 들른다고 했다. 동네 사랑방이 따로 없었다. 5개월 남짓 동안 표 작가가 녹취한 기록은 50여 개. 그는 올해 안으로 수집한 녹취들을 정리해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 표 작가가 ‘사진관 오늘’을 찾은 강옥남(80)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오세은 기자]

가장 ‘나’다운 것을 선택할 것
15년 째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그는 아직도 경제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즐겁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사진 작업을 해오고는 있지만 이전과 비교해 경제 사정이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먼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도 제 스스로가 어떤 예술을 하고 싶은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공의 기준은 하나의 잣대로 잴 수 없다. 어떤 이는 경제적인 것을, 어떤 이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 그 기준을 두기도 한다. 후자에 속하는 그는 이 시대 20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물론 누군가에겐 무책임한 말로 들릴 수도 있을 거예요. 대개 우리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 등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고 치부해 버리곤 해요. 그 시간을 통해 결과물 혹은 성과를 내지 않으면 더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에 우리는 현재 어떤 것을 하면 좋을지, 앞으로 어떤 것을 할 것인지 등을 생각 하잖아요. 그렇게 소중한 시간들을 보내다보면 거기에서 삶에 대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은 삶의 목표로 이어질 것이고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서 사진을 찾았습니다.”


또한 그는 20대들의 주된 고민인 ‘취업’이 삶의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제가 만난 청년들의 삶의 목표는 대부분 취업으로 귀결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취업이, 직장이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나요?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어도, 수입이 불안정한 프리랜서의 길을 걸어도 자신의 미래를 향한 방향 설정이 없다면 누구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당장의 취업을 고민하기보다는 먼저 자신의 삶이라는 큰 그림을 먼저 그렸으면 합니다.”

그는 종종 주변에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해서 용기있다는 말을 듣곤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가장 ‘나’다운 것을 찾아가다 보니 현재의 길을 걷게 된 것일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카메라를 잡을 때 가장 ‘표하연’다운 것 같아요. 저도 제 삶을 찾기까지 적잖은 방황(?)을 겪었고 힘들 때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주체적으로 제 삶을 살 수 있는 건,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예술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았으면 해요. 물론 그 일을 업으로 삼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경제적인 문제 등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재미’를 찾는다면 자신의 삶이 더 윤택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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