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를 꿈꾼다면 보다 넓은 곳을 바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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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를 꿈꾼다면 보다 넓은 곳을 바라보세요!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9.02.25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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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이공계 취업 | INTERVEW 이진태 미국 워싱턴주 환경부 엔지니어

엔지니어는 해당 분야의 기술을 다루는 전문가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엔지니어가 사회적인 존경을 받으며 일하는 나라다. 미국 워싱턴주 환경부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미국 취업 멘토로서 활동하고 있는 이진태 씨는 저서(「나는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1억 더 번다」)를 펴내며 엔지니어 분야 취업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에게서 미국 엔지니어 분야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워싱턴주 주정부 환경부 소속 엔지니어로 1천 200여 개의 댐 안전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8년간 대학에서 겸임교수로 강의를 하면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며 간간히 멘토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앙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후 5년 간 토목설계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2004년 보다 넓은 세상에서의 삶을 꿈꾸며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그곳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에 자리 잡았습니다. 현지에서 처음 취업한 곳은 1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엔지니어링펌 HNTB입니다. 그곳에서 5년간의 실무경험을 쌓다가 미국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Q. 우리나라에서도 엔지니어로 일한 바 있는데 국내 이공계 일자리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물론 요즘은 근무시간 단축이 시행되어 그 여건이 개선되었을지 몰라도 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하는 사람들의 근무여건은 상대적으로 열악합니다. 저 역시 근무강도가 높은 곳에서 야근을 반복하며 저녁 없는 삶을 살았어요. ‘공돌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공계 기피현상도 심해 점수가 받쳐준다면 수험생들은 공대에 진학하기보다 의·약학계열로의 진학을 보다 선호합니다.
‘사농공상’의 영향 때문일까요? 한국의 기술인에 대한 인식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좋지 않습니다. 기술을 다루며 높은 근무강도에서 일하지만 사회적인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죠. 더구나 엔지니어는 경험이 자산이 되는 직업인데 한국에서는 50대만 되어도 은퇴 압박을 받게 되죠. 실무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라할지라도 정년제도에 따라 일터를 떠나야 하는 것이 현실이죠.

Q. 현지에서 엔지니어의 대우는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미국은 엔지니어에게 ‘기회의 땅’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사회적인 존경을 받으며 ‘기술자’로서 인정을 받습니다. 기술자들이 전문직으로 분류되어 좋은 환경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죠. 직급과 직무, 나이에 관계없이 ‘기술’과 실력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죠. 본인이 원하면 적성이 맞는 분야에서 평생 실무자로서 일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는 84세의 나이까지 현역으로 일하다 은퇴하신 분도 있어요. 자신이 원한다면 관리자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죠. 구글, 아마존과 같은 IT 기업들이 핵심산업의 주역으로 부각되면서 특히 IT 분야 엔지니어들의 채용이 활발합니다. 이에 따라 다국적 인재들이 미국 땅을 밟고 엔지니어로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Q. 미국에서는 야근을 하지 않나요?
미국에서는 그 직무가 엔지니어라 할지라도 거의 야근을 하지 않습니다. 보통 오후 3~4시면 퇴근을 하죠. 한 번은 매니저가 야근을 해 줄 수 있냐고 부탁을 해와서 한두 번 정도 야근을 했었습니다. 반년이 지난 연말파티 때 매니저가 그 일을 잊지 않고 지난 봄에 가족들과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주고, 야근을 해준 덕택에 프로젝트를 기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고 감사 인사를 전하더라고요. 그만큼 미국은 개인시간을 중요시하고 직급과 직무가 다르다고 할지라도 서로 이름을 부르며 동등하게 대우하는 분위기입니다.

Q.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취업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요?
우리나라에서 취득한 엔지니어 분야 자격증은 미국에서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따라서 미국 엔지니어 취업을 준비한다면 자격요건인 자격증을 미리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에서는 분야별로 PE 자격증(Professional Engineer)이 필요한데 미국 오리건주의 경우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자격증 시험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술사 시험에 비해 난이도가 높지 않고 4지선 선택방식으로 오픈 북 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에서의 자격증 시험은 그야말로 전공 분야의 기본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참고서적을 활용해 실무에 응용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합니다.
저 또한 채용과정에 임하다 보니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레쥬메가 들어옵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레퍼런스 리스트(추천인 명단)를 잘 작성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워낙 많은 서류가 들어오기 때문에 레퍼런스가 중요하죠. 서류 검토에 있어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고 2차 인터뷰 진행 후에도 레퍼런스 체크 과정에서 최종 오퍼의 희비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죠.   

Q. 미국에 취업하기까지의 과정은 어떠했나요?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아내와 딸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을 때, 저에게 미국은 그야말로 ‘미지의 땅’이었어요. 토플이나 GRE(일반대학 진학시험)에 대한 준비도 없이 무작정 퇴사를 했고 유학을 떠났던 거죠. 주변 사람들은 저의 무모한 도전에 다들 우려를 표했어요. 실제 낯선 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3년 반 만에 박사학위를 따고 직접 부딪쳐가며 현지에서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얻었습니다. 레쥬메에는 이름, 주소, 연락처, 자격증, 학력사항, 경력사항만을 적었고 그 외 나이나 성별 등 개인정보는 따로 적지 않았습니다. 공고를 찾아 100여 개의 지원서를 냈고 그중 몇 군데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습니다.

Q. 현지에서 적응해야 할 것은 무엇이었나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지역에서 살다보니 처음에는 적응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개인주의 문화가 강하다보니 소규모 모임인 유니온을 제외하면 연말연시 회식도 거의 없죠. 대부분 이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차를 가지고 다니다 보니 한국처럼 집단적으로 술을 마시는 경우도 없죠. 개인적인 교류가 없고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문화다보니 한국의 집단문화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다소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업무시간 외에 회사에서 연락이 오는 경우도 드물고 가족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Q. 2018년 펴낸 저서에서 하고자 하는 말은?
책 제목은 「나는 미국에서 엔지니어로 1억 더 번다」로 자극적이지만 사실 제가 처음 원고와 함께 출판사에 제출했던 제목은 ‘미국 취업 가이드북’이었어요. 저도 이끌어 줄 멘토 없이 직접 몸소 부딪쳐가며 취업을 했던 터라, 미국 취업을 바라보는 이들을 위한 방법론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간의 책들은 취업사례나 후기를 적은 것이 대부분이었죠. 인터뷰, 자격증, 비자에 대한 미국 취업,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 취업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자세하게 정리했습니다. 혹시 미국 엔지니어 분야 취업에 막막해 하는 분이라면 제 블로그(blog. naver.com/pejtlee)를 통해 언제든 고민을 공유해 주셔도 좋습니다. 

Q. 미국 진출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조언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엔지니어링 분야는 말이 아닌 계산, 분석, 수치 등 전문지식으로 먹고 사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영어 실력을 요하지 않으니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실전 영어회화를 익히고 집중해서 공부한다면 충분히 의사소통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는 컴퓨터, 즉 IT 분야도 그렇고 토목환경 분야 기술수준이 상당히 높은 국가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 기술력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을 받을 기회를 잡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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