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로부품을 만지던 소녀, 아마존 엔지니어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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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부품을 만지던 소녀, 아마존 엔지니어가 되다
  • 최성희 기자
  • 승인 2019.03.25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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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프로젝트 | 황혜민 아마존웹서비스(AWS) DeepLens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글로벌 기업 아마존. 황혜민 씨는 이곳에서 2018년 11월부터 클라우드 서비스(Amazon Web Service)의 시스템 설계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는 본래 문과 출신으로서 교차지원으로 지원해 세종대에서 전자정보통신공학을 전공했고,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 석사과정을 밟았다. 새로운 도전을 거듭한 끝에 어엿한 엔지니어가 된 그의 해외취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업 선배 프로필 
 
나이 : 만 26세 
학위 :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 졸업(2016년), 미국 조지아 공대 컴퓨터사이언스 석사 
취업기관 : 미국 아마존웹서비스(AWS) Deeplens 팀
직급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Q. 학창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전자회로 교구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전자회로 부품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죠. ‘과학의 날’ 등 이런 때 때는 그야말로 신이 났었습니다. 중학교에 가서도 매년 전자과학 관련 대회에 나가 수상을 했고, 아마추어 무선통신(HAM) 기사 자격증도 땄어요. 고등학교는 문과계열로 진학했지만 전자 분야에 흥미를 느껴 교차지원으로 세종대 전자정보통신공학과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대학에 다니며 해외문화를 경험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교환학생을 가기도 했고, 국제교류처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유학생이나 외국인 교수님을 접하게 되었어요. 한국을 방문한 교수님을 픽업해 함께 서울투어를 하면서 자연스레 영어를 쓸 기회가 많았습니다. 
결정적으로 해외진출에 대한 꿈을 구체화하게 됐던 건 글로벌 IT 기업 퀄컴의 IT 투어 프로그램의 참가자가 되면서 부터였어요. 본래 문과 출신이 레지스터를 만지다보니 통신 쪽에 관심이 커졌고 퀄컴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투어 전에는 참가자들끼리 팀을 구성해 퀄컴의 CTO 앞에서 로봇기술, 5G 등을 주제로 영어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IT 투어기간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퀄컴 본사를 일주일간 방문해 각 부서의 엔지니어들과 만나고 첨단 모바일과 무선통신 기술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죠. 
 
Q. 해외취업에 대한 꿈을 구체화하게 됐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해외문화를 경험한 후 막연하게 해외로 진출하고자 꿈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저는 평범한 환경에서 자라온 터라 내세울 게 없었을 뿐더러 천문학적인 유학비를 마련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꿈을 꿈으로만 가지고 있었죠. 
그러다 퀄컴 IT 투어 중 퀄컴에서 일하고 있는 김유나 엔지니어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분도 퀄컴 IT 투어를 통해 엔지니어로서의 꿈을 키우고 이를 실현시킨 이력이 있어 저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 주셨어요. 그분도 유학비용을 지원받기 위해 출신대학 총동문회장님께 진심 어린 편지를 쓰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한 끝에 꿈을 펼칠 수 있었다는 말을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저에게 꿈이 있다면 그 꿈을 이룰 방법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으니 찾아보라고 조언해 주셨죠. 그래서 저는 ‘시도는 해보고 포기하자’라는 생각에서 미국행을 결심했습니다.
 
Q. 우버에서 인턴으로 일한 이력이 있는데 어떻게 인턴 기회를 얻게 되었나요?
미국 조지아 공대에서 공부하던 당시 학우들은 첫 학기부터 인턴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를 했어요. 전혀 다른 전공을 공부하게 된 저로서는 수업을 따라가기도 벅찼던 때라, 사실 인턴자리를 구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영어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부할 만큼 준비를 했지만 수업시간에는 또 다른 좌절감을 맛봐야 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석사과정 첫 학기가 끝난 여름방학부터 인턴 자리를 구합니다. 인턴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만큼 졸업 전 3학기를 앞두고 구직에 뛰어드는 거죠. 더구나 기술회사의 인턴은 경쟁이 치열해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구는 구글에 붙었다’, ‘누구는 00에 붙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그에 비하면 저는 뒤쳐진 편으로 2학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레쥬메를 돌리며 구직활동을 했습니다. 
좀처럼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다가 우연히 참여한 학회에서 우버의 발표를 듣게 됐고 관계자에게 제가 가지고 있던 레쥬메를 전달했습니다. 그 후 2주 뒤 2명의 면접관이 각각 1시간씩 진행하는 전화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알고리즘을 풀고 해당 팀에 지원하게 된 동기와 관심사를 묻는 것이었죠. 당시 평소에 알고리즘 푸는 연습을 하고 있던 탓에 통과할 수 있었죠. 
 
우버 인턴 기간에 팀원들과 함께(샌프란시스코)
 
Q. 아마존에 입사할 때에는 어떠한 과정을 거쳤나요?
저는 졸업을 맞이할 때까지 아직 구직 자리를 결정하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알고리즘을 푸는 연습은 놓지 않고 계속했어요. 취업 전까지 몇 주 가량은 남편에게 과외를 받으며 풀리지 않는 문제는 풀릴 때까지 특훈(?)을 받았어요(웃음). 몇 주간 외출도 마다하고 훈련에 임했죠. 돌이켜 보면, 그때 붙잡고 있던 문제가 실전에도 나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코딩 역량을 키움과 동시에 구직활동에도 적극 나섰어요. 링크드인 등 다양한 방법으로 200여 개의 레쥬메를 돌렸지만 소득이 없었죠. 보통 레쥬메 검토기간은 한두 달 정도로 오래 걸립니다. 다행히 조지아 공대 선배로부터 레퍼런스를 받아 레쥬메 검토에 있어 우선권을 얻게 되었고 지원 후 사나흘 후 온라인 코딩테스트와 인터뷰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후 ‘온사이트(On-site)’로 대면 면접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밖에 다른 두 개 기업에서도 오퍼를 받았지만, 비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아마존을 택하게 됐습니다. 
 
Q. 면접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됐는지요?
1시간에 1문제를 풀고 한 명의 매니저가 질문하는 형식으로 총 5문제, 5명의 매니저에게 면접을 봤어요. 1시간 동안 문제풀이와 1대1 면접이 각각 진행됩니다. 1시간 중 40분은 코딩 문제를 풀고 20분 동안 매니저가 지원자의 태도를 평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총 5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코딩 문제에 대한 답변은 컴퓨터 또는 수기로 작성하도록 되어 있는데 저는 수기를 선택해 한줄 한줄 알고리즘을 풀어나갔습니다. 아마존은 ‘Behavior’ 특히 태도 면접을 중요시하기로 유명한데, 저는 인턴 경험에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사례로 들며 진솔하게 답변했습니다. 더구나 5명의 매니저에게 일관된 답변을 하기 위해 신경을 썼습니다.  
 
Q. 아마존에서 입사 제안을 받고 준비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보통 오퍼를 받고 나면 팀 매니저와 연봉과 처우 문제를 협상하게 됩니다. 저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조지아 공대 한인모임회에 참석했던 터라 취업선배들의 조언을 들을 수 있었어요. 조언을 토대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지, 팀 분위기는 어떠한지, 연봉은 적정한지 등을 고려해 당당하게 협상할 수 있었어요. 또한 미국에서는 지원자의 상황에 따라 입사시기를 조정할 수 있어 본래 9월이었던 입사를 11월로 미뤘습니다. 취업확정 후 미국 이민국에서 비자 발급에 통상 3개월이 소요되는데 처리가 2개월 가량 지연되어 매니저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입사시기를 조정했습니다. 
 
Q. 신입사원으로서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은지 궁금합니다.
이곳에서 모두는 단순히 상사가 시키는 대로 일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뉴 그레이드’의 주니어라고 할지라도 선배들과 동등한 엔지니어로서 주도적으로 각자의 프로젝트를 이끌어 갑니다. ‘일이 너무 과중하다’, ‘일이 적으니 더 줘도 괜찮다’, ‘이 문제는 누가 해결할 수 있다’ 등과 같이 1주일에 한 번씩 구성원들과 함께 일의 상황을 진솔하게 공유하고 협업합니다. 불필요한 미팅이나 시간 소모는 최소화하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이죠. 시니어라고 할지라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저에게 와서 ‘이 코딩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아는지’, ‘혹시 이러한 경우를 해결해 본 적이 있는지’, ‘디버깅해줄 수 있는지’와 같이 도움을 요청합니다. 
 
Q. 현지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근무시간이 유연하다는 겁니다. 몸이 안 좋거나 집에 일이 있을 때 얼마든지 출퇴근시간을 조율할 수 있어요. 출퇴근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면 됩니다. 우버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에는 당일에도 ‘워크 프롬 홈’으로 자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서로 신뢰하며 책임감을 가지고 일에 임합니다.
업무 외로는 출퇴근 시 셔틀버스가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내부에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테이블이 있어 노트북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Q. 반면, 유의해야할 점은 무엇인가요?
자신의 일에 대해서 리더십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수동적으로 임하기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거죠. 문제가 생기면 가만히 끌어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무엇보다 뒤처지지 않고 실력을 쌓기 위해선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합니다. 
또한, 겸손이 미덕은 아닙니다. 스스로를 프로모션해 ‘이 프로젝트에는 이러한 의미가 있고 진행할 가치가 있다’, ‘내가 했던 일은 이러한 일이고 그래서 중요하다’처럼 어필해야 합니다.  
그밖에 다양한 국적을 지닌 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만큼 주중에는 김치 등 향이 강한 음식은 먹지 않습니다.  
  
Q. 해외진출을 꿈꾸는 이들에 대한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누구든 해외에 취업하면 힘들지 않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해외진출을 꿈꾸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사람 사는 세상은 똑같습니다.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똑같고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인간관계도 원만히 해결해야 하지요. 더구나 언어가 달라 오해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프라이버시는 지켜지지만 개인주의 문화가 만연해 외로움을 느낄 수 있죠.
그러니 단순히 해외취업을 장밋빛으로 바라보기보다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지에서 한인 모임에 참여한다고 해도 트렌드에 맞지 않거나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접할 수 있으니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인턴을 구하는 프로세스, 알고리즘 등 정보를 직접 미리 찾아보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준비한 만큼 그 결과는 고스란히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글 | 최성희 기자 ish@hkrecruit.co.kr
사진 | 황혜민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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