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자원을 재창조하는 ‘업사이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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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원을 재창조하는 ‘업사이클러’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9.03.25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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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현 터치포굿 대표

유럽플라스틱제조자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은 132.7kg으로 미국(93.8kg), 프랑스(65.9kg), 일본(65.8kg), 중국(57.9kg) 등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정부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터치포굿 박미현 대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먼저라고 말한다. 박 대표는 지난 2008년 친구 3명과 의기투합해 업사이클을 진행하는 터치포굿을 설립했다. 그를 만나 업사이클러 직업에 대해 들어봤다.

업사이클은 리사이클(recycle)과 업그레이드(upgrade)의 합성어로,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입혀 새로운가치를 갖는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 박미현터치포굿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Q. 업사이클러가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업사이클러’란 버려진 제품을 업사이클링을 하여 친환경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터치포굿은 업사이클 전문회사이며, 우리는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쓰고 무의식 속에 버려지는 폐품을 재활용해 상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Q. 업사이클러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8년 졸업을 앞두고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그때 제가 속한 동아리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스펙을 위한 세미나가 아닌, 사회적 기업에 대해 알아보는 세미나였어요. 세미나에서는 숙제도 주어졌어요. 숙제는‘우리가 만약 사회적 기업을 시작한다면 어떤 사회적 기업을 할 것인가’였습니다. 저는 고민 끝에 업사이클을 생각해냈습니다. 세미나를 마치고 이 일을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함께 사회적 기업인 터치포굿을 세웠습니다.


Q. 업사이클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요?
업사이클러로 일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과 정해진 전공, 교육과정, 자격증 등은 없습니다. 다만 신소재공학 등과 같은 소재 관련 전공을 한다면 이 일을 하는 데 조금은 수월할 것입니다. 친환경 디자인을 위해 재활용 천이나 제품, 심지어 쓰레기를 소재로 삼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소재로 어떤 제품을 탄생시킬지 상상하려면 소재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거든요. 예컨대 버려진 천막으로 작업을 할 경우, 가볍고 튼튼한 특징을 살려서 제품을 제작해야죠. 즉, 소재에 적합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패션디자인, 시각디자인 등을 전공하면 디자인 작업에 필요한 제작 툴을 익힐 수 있어 도움이 됩니다. 업사이클링은 대개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디자인 제작툴뿐만 아니라, 제품을 제작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익혀두는 것이 좋습니다. 터치포굿의 경우 폐기물법과 소재 관련 강의 등을 가르치는 ‘업사이클러 디자이너’양성과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업사이클러에게 필요한 역량과 자질은 무엇인가요?
사소한 것 하나 하나를 놓치지 않는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버려진 나무를 어떻게 재활용 하여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죠. 실제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장에서 사용된 나무를 활용해 성화 봉송이 떠오를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을 만든 바 있습니다. 또한 환경보호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제품을 제작하는 만큼, 제품이 다시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미와 실용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겠다는 신념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들어 팔고,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의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동반돼야 하죠. 또한 제품이 제작되는 모든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제작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협업할 일이 많으므로 의견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능력도 요구됩니다.
 

Q. 업사이클러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업사이클 시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현재 업사이클 시장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지구의 환경을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업사이클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때문에 이에 따른 인력 요청도 많아질 거라고 봅니다.

▲ 터치포굿에서 만든 제품들[사진=오세은 기자]

Q. 일 하면서 힘들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프라이탁’은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습니다. 제품 하나에 10만 원이 넘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죠. 하지만 국내 업사이클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 그리 높지 않습니다. 물론 프라이탁은 업사이클 1세대로 불릴만큼 브랜드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노력에 비해 시장성이 작아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것이 조금은 힘든 부분입니다. 그러나 국내 업사이클 브랜드 중에는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꾸준한 성장을 해오고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이런 곳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프라이탁’은 타폴린이라는 방수천, 자동차의 안전벨트, 폐자전거의 고무 튜브 등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패션 아이템을 만드는 스위스 회사이다.


Q. 반면,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 겁니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고를 때 보면 매우 심혈을 기울여 고릅니다. 어떻게 보면 버려진 자원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을 다시 구매하는 것인데, 구매하면서 흡족한 표현을 해주시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제가 하는 일이 ‘가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가장 보람을 느끼죠.
 

▲ 하얀색 꽃이 달린 석고방향제는 초등학교 교실 나무 바닥을 재활용해 만들어졌다.[사진=오세은 기자]

Q. 향후 목표가 궁금합니다.
터치포굿에는 도시형 환경교육, 업사이클 연구소, Resync 솔루션, 패션디자인 팀이 있습니다. 이 네 팀을 모두 독립시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목표입니다(웃음). 터치포굿에 소속돼 있지 않고도 얼마든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독립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목표하는 바는 ‘사람들이 다 사용하고 버리는 것들이 혹 다른 사람들에게는 쓸모 있는 제품으로 재활용 되지는 않을까’라는 의식이 생기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시민의식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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