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직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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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드리는 직업이죠!”
  • 오세은 기자
  • 승인 2019.04.2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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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주 ㈜카카오봄 대표

 “한국에서 하나에 2~3천 원 하는 초콜릿을 누가 사 먹겠어?”
2000년대 초반 고영주 ㈜카카오봄 대표가 수제 초콜릿 매장을 내려고 하자 주변 지인들이 그에게 했던 말이다. 그는 그래도 ‘마음이 이끄는 데로 해보겠다’며 2003년 수제 초콜릿 매장인 ‘카카오봄’을 열었다. 고 대표는 우리나라 수제 초콜릿 1세대로 초콜릿의 본고장인 벨기에서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기술을 배워 2001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매장을 오픈했을 당시만 해도 ‘쇼콜라티에(Chocolatier)’ 직업은 생소했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만큼 힘든 때가 많았지만 좋아하는 초콜릿을 다루는 일이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고 대표를 만나 쇼콜라티에 직업에 대해 한 걸음 더 들어가 봤다.

▲ 고영주 (주)카카오봄 대표[사진=오세은 기자]

Q. 간략한 개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9년에 벨기에 PIVA 호텔스쿨 초콜릿 전문과정을 졸업했습니다. 그 후 스위스 펠클린사 초콜릿 과정, 프랑스 Ecole de Lenotre 초콜릿 과정, 이탈리아 ICI 젤라토 과정 등을 이수하였습니다. 이후 국내로 돌아와 2003년 수제 초콜릿 매장인 ‘카카오봄’을 오픈했습니다.


Q. ‘쇼콜라티에’란 직업이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초콜릿을 뜻하는 프랑스어 쇼콜라에서 파생된 쇼콜라티에(Chocolatier)는 제과 중에서도 초콜릿만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초콜릿 전문 기술자’입니다. 파티시에(Patissier, 제과사)와 쇼콜라티에의 차이는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에 있습니다. 파티시에는 밀가루, 버터, 설탕, 계란 등의 재료를 가지고 빵과 과자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물론 파티시에가 빵과 과자를 만들 때 초콜릿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초콜릿만을 전적으로 다룰 때에는 이를 다루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합니다.

쇼콜라티에는 유럽 등지에서 역사를 자랑하는 직업 중 하나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쇼콜라티에’라는 직업이 많이 알려졌고, 10년 전과 비교해도 쇼콜라티에를 직업으로 삼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 '카카오봄'의 다양한 초콜릿들[사진=오세은 기자]

Q. 쇼콜라티에가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으신지요?
1994년 온 가족이 벨기에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일찍 결혼한 편이라 그때 이미 두 아이가 있었죠. 그런데 그때 문득 남편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살면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미술, 요리, 도자기 굽기, 인형극 등 해보고 싶은 건 다 시도해 봤죠. 그런데 어떤 걸 배워도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더라고요.

그러다 좋아하는 일에 선뜻 도전을 하기보다는, ‘업(業)’ 선택에 있어 나만의 몇 가지 기준을 먼저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 세운 기준은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가슴이 뛰는 일일 것, 다른 하나는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일 것이었죠. 다시 말해 좋아하는 일을 찾아 그 일을 평생 직업으로 삼는 거였어요.

이 두 가지 기준과 당시 제가 살던 벨기에 문화를 고려해 보았을 때, 수제 초콜릿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또 제가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초콜릿을 배워보고 싶은 욕구가 컸고요. 그리고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건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데, 이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어디서든 평생 일할 수 있겠다 싶었죠.

▲ '카카오봄'의 다양한 초콜릿들[사진=오세은 기자]

Q. 쇼콜라티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요?
쇼콜라티에가 되기 위한 전공 및 학력 제한은 없습니다. 전공과 상관없이 초콜릿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는 수제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 드물어 유학을 가서 이를 배우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학을 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얼마든지 수제 초콜릿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 방법은 수제 초콜릿 매장에서 운영하는, 수제 초콜릿 만드는 클래스에 등록해 배우는 것입니다.

고영주 대표는 2004년부터 ‘수제 초콜릿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과정은 3개월이며, 팀은 2개로 꾸려진다. 팀당 인원은 4~5명이다. 수업 과정에는 초콜릿의 역사, 수제 초콜릿의 시장규모, 실습 과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카카오봄 매장(02-733-4662)으로 전화하면 이 과정에 대한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Q. 쇼콜라티에에게 필요한 역량과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뛰어난 테크닉을 배워야겠다는 조급함을 버려야 합니다. 간혹 테크닉을 빨리 익혀 자신의 초콜릿을 만들어야겠다는 조바심을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면 오랫동안 이 일을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기술은 단시간에 그리고 한 번에 배운다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기술로 만들려면 반복 훈련이 필요하고, 또 반복 훈련을 하려면 끈기가 필요하지요. 녹슬지 않은 기술로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끈기와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Q. 쇼콜라티에에 대한 전망은 어떻다고 보시는지요?
한국은 빠르게 성장한 경제규모에 비해 디저트 문화 시장이 작은 편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앞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도 볼 수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 디저트 문화 시장의 성장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습니다. 가능성이 큰 시장이기 때문에 쇼콜라티에라는 직업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지금보다 시장규모가 커져 많은 이들이 수제 초콜릿을 찾는다면 더 많은 쇼콜라티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Q. 향후 대표님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누가 봐도 이 초콜릿은 ‘고영주 쇼콜라티에가 만든 초콜릿이네’, ‘고영주 쇼콜라티에가 만든 초콜릿은 먹어보지 않아도 살 수 있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입지를 다지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작고 소소한 초콜릿일지라도 이 초콜릿 하나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이 직업이 정말 좋아요. 그만큼 보람도 크고요. 누군가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이 업을 유지하면서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고 싶어요.

요즘 경기가 좋지 않다는 걸 저 또한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기술자의 삶을 살아가는 저를 보고 ‘기술자의 삶을 살아보고 싶네’라는 생각을 갖는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삶, 어쩌면 그게 성공한 삶이 아닐까요?


글·사진 | 오세은 기자 ose@hkrecru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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