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펀드레이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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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긍정적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 펀드레이저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6.2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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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레이저/추대영 펀브릿지(주) 대표

펀드레이저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후원자를 개발하는 활동을 하는 직업이다. 죽기 전에 1,000명의 펀드레이저들을 양성하여 이 세상에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 특별한 계기를 통해 펀드레이저라는 직업으로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펀드레이징 전문코칭 기업 펀브릿지의 추대영 대표를 만나 펀드레이저라는 직업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공대를 졸업하고 5년 간 엔지니어로 회사 생활을 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겪고 난 뒤, 펀드레이저로서 제2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7년 동안 펀드레이저로 활동을 하면서 저 혼자 3,000명의 정기후원자를 개발하였으나, 더 많은 펀드레이저들이 이 일에 동참한다면 그들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아집니다. 그러한 이유로 20178월 지금의 펀브릿지를 만들게 되었고, 현재는 모금을 실행하는 펀드레이징팀과 펀드레이저들을 교육하는 코칭팀을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Q. ‘펀드레이저라는 직업이 생소한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펀드레이저는 시민들에게 공공의 가치를 일깨우고 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관심을 갖도록 하며, 후원요청을 통해 그 변화를 만드는 브릿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단순히 기금을 모으는 사람들이라고 보기에는 펀드레이저의 활동으로 퍼지는 임팩트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여 긍정적인 에너지를 기부금을 통해 만들어내는 소통전문가라고 표현할 수 있겠네요.

펀드레이저는 NGO, 복지기관, 대학, 병원 등 비영리 기관의 활동을 위해 기부를 이끌어내는 사람들이에요. 기관의 존재 이유와 추구하는 가치, 비전을 매개체로 후원자들과 소통하며 관심을 끌어내야 하죠. 실제로 펀드레이저는 그 개념이 벌써 40년 전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시작되었고 현재 그들 나라에서는 어떤 전문 직종보다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펀드레이저라는 개념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전문직업으로서의 인식이 정착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제 정착단계에 들어선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펀드레이저들이 모금활동 전문가로서 이해되고,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펀드레이저로서의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미국의 하버드 대학에서는 약 500여 명의 펀드레이저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해요. 그들이 사회에 나가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되었을 때 펀드레이저로서 더 많은 선한 결과들을 이끌어낼 수 있겠죠? 반면, 아직 우리나라의 유명한 대학 안에서 펀드레이저를 1~2명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펀드레이저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문직업으로 인정받고 자리잡기 시작한 시점이니 조만간 많은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스스로 본인이 펀드레이저임을 자처하시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웃음).

Q. 펀드레이저가 되신 직접적인 계기가 있으신지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펀드레이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이 분야의 일을 전혀 몰랐고, 봉사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던 엔지니어였어요. 그러다 30대 초반에 교통사고를 겪게 됐어요. 당시 차를 몰고 봉사활동을 가는 중이었는데, 25톤 대형 트레일러와 사고가 났죠. 상대 차가 조금만 더 제 차 쪽으로 붙었다면 아마 지금의 저는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그 사고 이후로 극도의 정신적 충격을 때문에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불면증,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등 정말 다양한 정신질환을 동시에 겪으며 2년이라는 시간을 집과 병원에서만 보냈어요. 불행중 다행으로 외상은 크지 않아 겉모습은 멀쩡했지만, 정신적 내상이 심각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어요. 매일 폐인처럼 살다가 어느 순간 죽어야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2년 동안 사회활동을 하지 못했지만, 공대출신이니 교통공사나 공무원을 준비하여 안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찰라, 우연한 계기로 대한민국 최초의 펀드레이징 조직인 도움과나눔이라는 곳에 입사하면서 펀드레이저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처음 이일을 하면서 생소한 분야라서 그런지 정말 신선했고, 이 일을 하는 사람들 모두가 행복해 보였어요. 2년간의 지옥같은 끔찍한 생활에서 벗어나니 모든 게 감사하더라고요. 거리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그들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서 수많은 거절감 속에서도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어요. 즐겁게 일하니까 최고의 펀드레이저라는 인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더라고요. 도움과나눔에서 일하는 3년 동안 단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어요(웃음).

도움과나눔에서 펀드레이저로서 인정을 받고, 옥스팜이라는 단체에 들어가서 1년 반 동안 활동가를 경험했어요. 현재까지 모금 활동을 활발하게 실행하고 있는데 사람들에게 약 70만 번 이상의 거절을 당했지만, 그 안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3,000여 명의 멋진 후원자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 한분 한분들의 도움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할 때, 이 일의 보람을 정말 많이 느껴요.

Q. 펀드레이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필요한 역량과 자질이 있다면요?

사실 펀드레이저가 진입장벽이 높은 직업은 아니에요. 유럽이나 미국에는 정규 교육과정이 있는데 한국은 이제 막 정규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는 단계라서 전공, 학과나 학교의 정식 커리큘럼을 통해 배울 수 있지는 않아요. 경희대나 국민대 등 공공대학원에서 살짝 겹치는 부분이 있다고 알고는 있는데 학부 과정에서는 아직 정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진 않은 것 같아요. 한국모금가협회, 도움과나눔 등에서 전문가들이 모여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니 그 곳에서 배워보면 실제 펀드레이저로 활동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에요.

펀드레이저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에요. 사람을 상대하는 다른 많은 직업과 다른 점은 그들을 상대로 내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닌 다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펀드레이저의 자질은 먼저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펀드레이저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에요. 단 한 명의 후원자 뒤에는 수많은 거절이 있거든요. 펀드레이저는 거절당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거절 받은 뒤 꿋꿋이 흔들림 없이 다시 요청하는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에요. 정말 좋은 펀드레이저들은 거절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많은 부류의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최신 트렌드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해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만, 다양한 방면에서의 관심이 펀드레이저로 활동하는 것에 동기부여가 되어주기도 하더라고요.

Q. 펀드레이저에 대한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2년 전 300개의 비영리단체를 대상으로 한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97%의 답변자가 모금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해요. 펀드레이저들이 점차 전문직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펀드레이저라는 직업이 국내에서 시작된 지 10여 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기부문화의 확산은 어느 나라보다 급속도로 빠릅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의 선례를 볼 때 기부문화가 발달될수록 펀드레이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향후 10년 안에 펀드레이저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전문직으로서 대우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전망 밝음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Q. 향후 대표님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F2F(face to face) 전문 기업으로 시작해서 대면 모금 실행과 교육을 함께 하고 있어요. 양적으로는 3년 안에 100명의 펀드레이저들을 양성해서 함께 좋은 일을 하고 싶어요. 이 일에 꾸준히 자부심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펀드레이저가 되기는 참 힘든 일인데, 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펀브릿지도 교육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벌써 저희 기업을 통해 200여명의 교육생들이 펀드레이징 교육을 수료했어요. 저의 개인적인 목표는 죽기 전까지 1,000명의 진정성 있는 전문 펀드레이저들을 양성하는 것이에요. 100세 시대에 앞으로 30년 이상 이일을 지속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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