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사색하고 패턴으로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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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사색하고 패턴으로 디자인합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7.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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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인 식물패턴디자인 스튜디오 바스큘럼 대표

식물을 바라보는 김유인 대표의 시선은 애틋하다. 식물을 패턴화한 이미지로 천을 디자인하는 텍스타일디자이너인 그는 식물의 생김은 물론 식물의 스토리까지 고스란히 자신의 작업에 담는다. 자신이 만드는 브랜드 안에 다양한 식물을 담아내려는 의미로 작업실 이름마저 과거 식물학자들이 채집을 위해 들고 다녔던 식물채집 상자의 이름인 바스큘럼(vasculum)에서 따왔다. 식물을 사색하고 그려서 자연의 이야기를 미학적으로 들려주는 김 대표는 자신이 생각하는 자연과 함께하는 일상을 그만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공유하려 노력한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유인 대표는 문화예술 관련 편집 디자인 일을 오랫동안 했다. 졸업 후 우연한 기회로 한 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책을 디자인하게 되면서 6년여 간 편집 디자인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일상을 되돌아보던 어느 날, 그는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것들을 일 혹은 작업에 담으면 내 삶이 좀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그림, 디자인, 사진 등을 자연, 식물이란 매개로 풀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스무 살 때 시골로 귀촌한 부모님을 따라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도 영향을 주었다. 그렇게 식물은 김 대표에게 늘 다채로운 즐거움과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존재 그 자체였다.

“‘제가 좋아하는 식물을 모티브로 작업하면 삶이 식물로 가득해질 수 있겠다라는 상상과 함께 식물패턴디자인 스튜디오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드는 브랜드 안에 다양한 식물을 담아내고자 과거에 식물학자들이 식물채집을 위해 들고 다녔던 식물채집 상자의 명칭에서 착안해 이름도 바스큘럼(vasculum)이라고 정했어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담다

그런데 왜 패턴디자인이었을까? 김 대표는 식물을 그림으로 옮겨 수집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여러 방법 중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로 패턴을 떠올렸다고.

계절마다 변화하는 식물의 뿌리, , , 열매 등 다양한 모습을 모두 한 장에 담아내면서 식물도감보다 즐거운 방식으로 보여주기에는 패턴화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이것이 목적이었지 텍스타일 디자이너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천을 택한 이유도 식물을 패턴화한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패턴화한 식물을 대중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천을 택한 것이다. 일회성으로 소비될 수 있는 종이가 아닌,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천이 소재인 이유에는 단순히 식물의 예쁜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그것을 대중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김 대표의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자연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식물패턴 원단은 어떻게 탄생할까. 여기에는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최대한 직접 만난 적이 있는 식물을 선택해요. 사진으로 자세히 기록한 후 그림으로 옮깁니다. 간혹 표현이 어려운 식물은 자라는 시기까지 기다렸다가 직접 보고 그리기도 해요. 그렇게 식물의 생김과 함께 식물의 스토리를 함께 기록한답니다.”

그렇게 탄생하는 패턴들은 엉겅퀴, 제주 해초, 유채, 쌈잎, 땅콩, 오리나무, 자귀나무 등 계절별로 종류별로 다채롭다. 김 대표는 몇 가지를 설명해 주었다.

어머니께서 매주 택배로 보내주는 텃밭에서 직접 키운 쌈잎이 인연이 되어 잎마다 다른 생김과 흥미로운 맛에 이끌려 쌈임패턴으로 탄생하게 되었고, ‘땅콩패턴은 제가 즐겨 먹던 땅콩의 잎과 꽃을 처음 보고 느낀 놀라움의 감정을 담았습니다. 인연이 있는 식물을 대상으로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을 겪고 나면 이렇게 모두 애정이 가는 식물이 되고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식물들을 사진과 손으로 옮기고 컴퓨터 안에서 반복과 재구성을 통해 패턴 이미지를 만든다. 식물패턴 원단은 핸드프린트 방식 중심으로 제작한다.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김 대표는 롤 원단에 직접 프린트하고 있다.

핸드프린트는 흔히 불리는 실크스크린 기법이 활용되고 원단으로 제작하는 대형 프린트 작업이어서 2~3명의 제작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습니다. 천과 잉크컬러, 어떤 상품으로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식물그림도 그에 맞춰 수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감안해 작업 순서가 바뀔 수도 있어요. 정해진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의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일

김 대표는 식물패턴 원단을 소재로 다양한 패브릭 제품들 만들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제품으로 만들어 상품화하는 과정이 가장 어렵다고. 그 이유는 자신이 좋아서 제품을 만드는 것과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해 사람들이 사용해야 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트렌드도 알아야 하고, 많은 양으로 생산되고 쓰일 때 세상에 잘 조화되는지 검토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매 순간 스스로의 창작물을 냉정하게 검토하고 결과가 좋지 않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워가고 있는 과정이랍니다.”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일인 만큼 늘 감사한 마음으로 일에 매진하고 있는 김유인 대표. 어쩌다 보니 예전보다 더욱 일 중심의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 환경이면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다. 일을 위해 찾는 곳이 숲이나 식물원 등 식물이 많은 곳이고 작업실 등 일상 공간에도 식물그림이나 식물로 가득할 수 있는 것도 그에게 위안이 된다고.

식물에 대한 애정과 섬세한 감각으로 사람들에게 식물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전달하고 있는 그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오래 전부터 사람들은 식물을 모티프로 오랜 시간을 들여 생활 안에 담아냈어요. 옛 건축물이나 가구, 옷 등에 담겨있는 무늬를 보면 시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요즘은 무지와 기하학적인 문양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교하고 오랜 시간을 공들여 탄생하는 무늬에는 그 당시의 삶의 모습과 시대를 반영하는 데 말이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요즘에는 그런 무늬들이 무의미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식물을 그리고 사색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자연의 이야기를 시각화하고 미학적으로 담아내는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작업을 꾸준히 지속해나가고 싶습니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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