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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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이 중요해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7.03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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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난초 식물만화가

식물생활이라는 웹툰을 본 적 있는가. 평범한 사람들의 식물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은 내용의 만화로 201645일 웹툰 아마추어 게시판에 처음 올라왔다. 이후 따뜻하다’, ‘힐링이 된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탄탄한 독자층을 확보해 나갔고, 동시에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그리고 최근 식물생활 시리즈 1,2 완결편이 나왔다. 알고 보니 이 만화는 오로지 식물에 대한 작가의 관심으로 시작되었다. 식물이 좋아 식물 이야기를 찾아 다녔고 그러다보니 식물을 그리는 만화가가 되었다는 안난초 작가를 만나보자.

 

식물생활은 안난초 작가가 주변의 식물 기르는 사람을 찾아가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내용을 간략한 에피소드로 구성해 만화로 들려주는 웹툰이다. 201645일 웹툰 게시판에 처음 등장한 이 만화는 식물과 관련한 저마다의 개인적인 사연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소소하지만 따뜻한 내용으로 많은 독자들의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서야 이사갈 때 버린 선인장의 의미를 깨닫게 된 순간, 요리와 식물을 키우는 것의 유사점 등 식물과 함께하는 삶, 식물을 통해 바라본 삶의 모습과 태도 등 깊이 있는 내용을 따뜻한 색채와 그림으로 담백하게 전달했다.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삶의 위안을 얻었다는 댓글을 달았다.

만화평론가인 오혁진 씨는 식물생활에서는 식물의 모습을 먼저 보여준 후 이어지는 장면에서 식물을 향한 사람의 모습을 비춘다안난초 작가는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식물과 인간의 끈끈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평가했다.

웹툰 식물생활은 독립만화출판물 식물생활로도 출간되었다. 크라우드 펀딩에 성공해 5명의 식물 이야기를 묶은 단행본이 안 작가의 독립출판물로 세상에 나온 것. 그리고 얼마 전 총 10명의 식물 이야기를 담은 식물생활1,2 시리즈 완결편이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식물애호가 10명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새 마음에 찾아드는 안정을 느낄 수 있다. 식물을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서도 곱씹어보게 된다.

식물에서 위로 받다

“‘너는 난초 같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난초 같은 사람이 무엇인지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필명으로 딱 마음에 들어 제 성인 을 붙여 안난초라는 이름을 필명으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자신의 필명을 소개한 안 작가는 어딜 가나 식물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는 작가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히 자신을 소개할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만화가는 꿈도 꿔본 적이 없었고 그 전에 만화를 그려본 경험도 없었기 때문. 그런 그가 만화가 안난초가 된 계기는 식물에서 얻은 위로와 식물을 향한 애정이 많았기 때문.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뭘 해야 할지 답답한 마음이 가득했던 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집 근처의 보도를 따라 심어진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오래된 나무들이라 커다랗고 멋지게 자라있었죠. 그 나무들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제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렇게 나무를 보는 재미를 느끼기 시작해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평범한 풀때기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령을 가진 살아 있는 존재로 인식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작은 집에 조그만 다육이를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 그 자그마한 것들도 물을 듬뿍 주면 흙냄새를 풍겼다. 기특해 보였다. 광합성을 하고 수분을 흡수하는 바쁜 일정 속에도 그 어떠한 소음도 내지 않고 고요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잎사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진 감정. 그는 그 감정이 식물생활을 시작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안난초 작가는 원래 편집 디자이너로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했다.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그림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만화를 그려본 적은 그전까지 한 번도 없었다.

식물이 눈에 들어오던 시기에 만나게 된 선생님이 계셨어요. 여러 번 선생님 댁을 방문했는데 그때마다 베란다에 가득한 식물이 신기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선생님과 식물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이 이야기를 에세이와 일러스트로 풀어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문득 만화는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실행에 옮겼죠.”

어쩌다 보니 식물만화가

만화를 그려본 적은 처음이었지만 그림을 좋아하고 자주 그렸던 만큼 거부감은 없었다.

이야기를 정리해 칸 속에 집어놓고 콘티를 짜보니 이상하게 이야기가 술술 풀렸어요. 참 신기했죠. 그래서 할 수 있겠다 싶었고 만화로 그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식물생활에 담길 식물 이야기를 모으는 작업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그가 한 일은 주변에 식물을 좋아하고 기르는 사람을 찾아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이었다.

먼저 인터뷰이를 정하고 장문의 메일을 썼어요. 나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고 당신과 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지 아주 자세하게요. 그러고는 한 사람 한 사람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죠. 식물과 관련한 기억과 추억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렇게 인터뷰한 내용은 텍스트로 정리해 어떤 부분을 만화로 그릴지 선별하고 한 챕터 안에 담길 순서를 고려해 한 화 분량의 콘티를 짰다.

만화는 A4 용지에 연필로 선화를 그리고 스캔해서 디지털 채색을 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툴과 타블렛은 학부시절부터 사용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재미가 있었죠.”

그렇게 완성한 식물생활의 첫 편, 프롤로그를 올릴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했어요.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곳에 업로드를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엄청 뛰었어요. 얼마나 떨리던지 그 감정이 지금도 매우 생생합니다.”

늘 든든한 식물 친구들과 함께 하고파

안난초 작가에게 식물은 말이 없지만 아주 부지런한 친구 같은 존재다. 식물로 받은 위안이 힘이 되어 식물을 좋아하게 되었고, 식물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다보니 어느 순간 식물만화가가 되었다. 그렇게 그에게 식물이란 언제나 자신에게 큰 힘을 주는 든든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실에도 늘 힘이 되어 주는 친구들로 가득하다.

최근에는 처음으로 풍란을 집에 들였다. 자신의 필명에 부합하는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들인 난초다. 그는 풍란은 7월에 꽃이 핀다던데, 올 여름에는 꽃향기를 맡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라며 조용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서 화려하진 않지만 난초에서 받는 순박하고 평온한 감성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미래를 방황하고 고민하는 청년들을 위해 꼭 해주고 싶은 한 마디를 부탁했다. “돌이켜보면 식물생활을 시작하려고 했던 시기, 연재가 되기 전의 시간을 떠올리면 그 순간을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싶어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았던 때였고 정말 불안했거든요. 얼마나 힘들었던지 당시 시간을 보냈던 집 근처는 지금도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을 정도예요(웃음). 지금 청년들도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고민이 많을 거예요. 그래요 용기를 내셔야 합니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계속해서 들여다보고 시간을 들여 고민해서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영화나 책을 보며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도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난초 작가는 지금도 불안하고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만화가로 살아남고 싶다고. 현재 안 작가는 식물이 소재가 되는 픽션 만화를 준비 중이다. 10월 경에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 내내 그가 준비해서 만들어낼 이야기는 얼마나 푸릇푸릇하고 따뜻할지 기대가 된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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