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서 일하는 시간은 제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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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일하는 시간은 제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줍니다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8.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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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아르바이트 / 박서연(대학생, 패션 비즈니스 전공)

도슨트(docent)란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관람객에게 전시를 설명해주는 안내인이다. 전시에 대한 사전 지식과 조리 있는 설명으로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까다로운 관객을 상대해야 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요하는 일이다. 여기 용산전쟁기념관 전시, DDP 전시, 서울숲 전시, 대기업 산하 미술관 등 다양한 곳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학생이 있다. 패션학도인 박서연 학생이 그 주인공. 에너지 넘치는 그의 아르바이트와 도전 이야기를 들어보자.

 

24살의 박서연 학생은 대기업 산하 미술관, 인사동 미술관, 용산전쟁기념관, 대학가 갤러리, 서울숲 전시, DDP 전시,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운영하는 KF갤러리 등 다양한 곳에서 도슨트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실내외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흥미로운 전시가 열리는 소식을 접하는 순간부터 박서연 학생의 레이더망은 가동된다. 도슨트를 채용하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땡볕에서 오래 서 있어야 하는 한 여름의 야외 전시도 예외 없다. 거주하는 곳과 거리가 멀어도 상관없다. 이쯤 되면 이 일의 목적은 경제적 수입이 아닌 팬덤 수준의 열정이다.

흥미롭게 근무할 수 있는 곳이면 무조건 지원해요. 물론 분야도 중요해요. 내용이 너무 어려운 전시이면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가능한 한 도전하죠. 알면 아는 대로 재밌고, 모르면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게 바로 전시를 설명해주는 아르바이트이거든요.”

한 때 미술사학도를 바랐을 만큼 미술과 역사를 좋아했기 때문에 미술관 아르바이트에 더욱 눈길이 갔다는 박서연 학생. 강단 위의 교수처럼 누군가에게 설명해주길 좋아하고 그만큼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곧잘 하는 그에게 도슨트 업무는 제격이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인 2016, 용산전쟁기념관에서 진행한 모네 빚을 그리다 전의 추가 전시에서 도슨트로 첫 경험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디지털 컨버전스 형식으로 모네와 다른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영상으로 감상하는 전시였어요.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생애 첫 도슨트였던 만큼 그날 떨렸던 감정을 지금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예요. 50분 동안 전시 설명이 끝난 후 관람객분들이 음료수를 사주시거나 빵을 주시거나 같이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등 많은 선물을 받기도 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도슨트입니다.”

내가 성장하는 시간들

하지만 처음부터 도슨트로 일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처음 미술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는 원하는 곳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 물론 원하던 일도 할 수 없었다. 도슨트로 채용되었으나 그가 맡은 첫 번째 임무는 야외에 있는 냉장고에 물병을 채워 넣는 일이었다고 한다. 한 여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을 때였다.

서울역에서 진행한 전시에서는 전시를 설명하는 일보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근처 노숙자들을 대처하고 작품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경비원처럼 작품 옆을 지키고 서 있는 시간이 더 많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시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좋은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최근에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운영하는 KF갤러리에서 근무했어요. 독일에서 유대인 다음으로 학살을 많이 당했던 집시들에 대한 사진전에서 도슨트로 일했는데 전시 기간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학기 중에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텐데 왜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박서연 학생은 이렇게 설명했다.

제가 근무하고 싶은 전시가 계속 열리니까요. 그리고 제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기도 하고 일을 통해 알아가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학교 수업이 없는 방학에는 꼭 지원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재미와 능력을 알게 된 시기에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자원봉사에 지원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강릉으로 내려가 숙박을 해야 했지만 용기를 냈다.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체험관에서 근무하며 동계올림픽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했다.

팀원들과 함께 컬링팀을 패러디한 동영상을 찍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리그램을 해 2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고, 프랑스에서 온 자원 봉사자와 핀 트레이딩을 하면서 파리 하계올림픽이 열리면 그곳에서 만나자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어요. 봉사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열정이 넘쳤고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으로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패션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게 꿈

유쾌하고 밝은 성격의 박서연 학생은 현재 라사라패션직업전문학교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공부하고 있다. 10대일 때에는 패션관련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장이 꿈이었다. 그래서 그런 창업을 지원해주는, 특성화고등학교인 선일e-비즈니스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렇게 의류와 패션을 좋아하는 그는 대학교도 일반 4년제 대학의 패션디자인 전공이 아닌 패션직업전문학교의 패션 비즈니스 전공을 선택했다고 한다.

패션 비즈니스는 패션 산업 전반을 배우는 학과입니다. 판로 개척과 마케팅, 글로벌 비즈니스 등을 세부적으로 공부죠. 제가 배우고 싶었던 공부입니다.”

그는 전공에서 배운 걸 기반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미국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이 현재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란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원하는 일을 찾고 싶다고.

미국 패션 기업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그 경험은 나중에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훗날 제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슨 일이든 고민하지 않고 시작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겠지요. 그래도 일단 저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다음 기회가 주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도슨트로 채용되어 냉장고에 물병을 채우는 일을 했지만 후에 도슨트의 역할을 멋지게 해낸 것처럼 말이죠.”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이 중요해진 요즘,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해 직접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능력을 키우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기도 하고 사진도 올린다. 얼마 전에는 사업자 등록을 하고 작은 마켓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패션 일러스트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함께 전시 겸 판매를 위해 휴대폰 케이스와 엽서를 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을 개설해 첫 번째 상품 이미지를 업데이트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비록 옷을 제작하는 기술은 없지만 제가 그린 그림으로 상품을 만들고 판매가 된다는 것이 뿌듯하고 신기하고 즐거워요. 앞으로도 꾸준히 패션 일러스트를 그리고 그것을 휴대폰 케이스나 여러 제품들로 구현하고 싶습니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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