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이 궁금해!
상태바
가상현실이 궁금해!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8.27 15: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VR(가상현실)과 직업

가상현실. 그것이 궁금하다. 향후 4차 산업을 이끌어갈 분야라고 하는데 우리 일상과 어떤 밀접한 관련이 있는 걸까? 청년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어떤 직업들이 탄생할까? 앞으로 가상현실과 직업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려 한다. 이번에는 그 첫 번째 시간이다. 수원대학교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학과 이혁수 교수의 이야기로 포문을 연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1989대우(포스코대우)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한 후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외국계 전략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습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SK네트웍스 상무와 대림코퍼레이션 전무로 재직했고요. 현재 전략과실행이라는 국내 컨설팅 회사 대표로 재직하면서 수원대학교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학과의 부교수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20173월부터 VR/AR 관련 과목을 가르치고 있어요.

저는 1999년부터 전자 및 정보통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컨설턴트 초창기에도 주로 전자 및 정보통신 기업에 대한 컨설팅에 집중하여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 왔습니다. 2014년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라는 가상현실(이하 VR) 관련 벤처기업을 2조 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인수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VR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일찍 VR을 접한 편이죠.

 

Q. 국내에서 VR 관련 전문가로 불리십니다. 어떤 활동을 주로 하셨는지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전자전시회인 CES에서 2016년을 가상현실의 원년으로 선언하면서 그 즈음부터 우리나라도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VR 관련 다양한 컨퍼런스가 개최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VR 산업에 대해 연구하거나 전문성을 보유한 사람이 드물다보니 제가 꽤 많은 컨퍼런스나 세미나 연사를 하게 되었죠.

현재 저는 우리나라 VR 산업과 VR 기업의 현황 및 발전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 내용을 VR Summit이라는 국제세미나에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발표했고요. 미래창조과학부·VR산업협회가 주관하는 KVRF, 조선일보에서 주관하는 Next VR, VR Expo 등 다양한 컨퍼런스에서 ‘VR 유통플랫폼’, ‘Social VR’, ‘5GVR’ 등을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 외에도 가끔 정부기관의 정책개발이나 기업의 전략수립에 대해 조언하기도 합니다.

 

Q. 미래유망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VR 산업이라지만 아직 일반인들이 그 인기를 체감하지는 못 하 는 것 같습니다.

VR을 주로 VR방에서 게임을 하는 오락거리 정도로 인식하는 분들이 대다수이죠. 실제로 VR이 유일하게 상용화 되고 있는 분야가 게임 산업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VR은 게임 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이 가능합니다. 여행 체험, 영화, 스포츠, 공연 관람, 교육, 쇼핑, 의료, Social Networking 등 매우 다양하게 VR이 적용될 수 있어요.

문제는 이를 위해서는 VR을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VR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VR HMD 보급이 충분히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직 국내시장에서는 고성능 VR HMD가 많이 팔리지 않고 있어요. VR HMD 보급률이 낮으니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고, 그러다보니 콘텐츠 제작이 더뎌지고, 콘텐츠가 부족하니 VR HMD가 잘 팔리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만약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는 고성능 VR HMD의 보급이 높았다면 이미 여행체험, 영화, 스포츠, 쇼핑 등의 분야에서 VR서비스가 활성화되어 VR 산업의 선순환이 나타났을 것입니다. 예상보다 좀 늦어지고 있지만 분명히 그런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게임 외에 VR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매우 다양하네요.

앞으로 2~3년간 그 발전 속도가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게임 및 테마파크/VR, VR 교육/훈련 솔루션, 의료 솔루션, 기업 내 협업 솔루션, Social Networking 서비스 등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VR기술이 접목될 것으로 예상해요.

참고로 2018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인 ‘Ready Player One’에서는 VR이 미래인의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나와요. 영화를 보면 게임 등 레저, Social Networking, 회사생활, 교육, 스포츠, 정부서비스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VR을 활용하는 것으로 묘사되어 매우 흥미롭습니다.

 

Q. VR이 일상생활 속에 들어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VR은 모바일 폰이나 타 기기, 서비스가 제공하는 고객경험과는 차별화된 고객경험 제공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어린 아이가 첫걸음을 걸을 때 아이의 부모가 VR카메라로 걷는 모습을 촬영해서 할아버지에게 보여준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일반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더 나은 고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VR카메라로 촬영하면 360도로 영상이 담기거든요. , 걸어가는 아이의 모습뿐 아니라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 그 주변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기록되는 거예요. 찍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일반 사진에 비해 훨씬 더 현장감 있는 정보를 제공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 그 현장에 없던 할아버지도 마치 당시 거기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자주 보지 못하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Social VR 앱 등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만나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면 단지 음성통화나 화상통화 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VR은 커뮤니케이션의 확장, 사회적 기능 등 사용 가치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일단 VR HMDVR카메라 등 기기 보급이 확대되면 산업규모 확대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뿐만이 아니에요. VR 기기 보급이 확대되면 교육, 훈련 등이 필요한 학교, 군대, 공장 등에서 공간을 초월한 커뮤니케이션, 협업 등이 이뤄질 수 있지요. 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VR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VR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해외와 비교해 국내 VR산업의 발전 정도는 어느 수준인가요?

국내 VR산업의 발전 수준은 다른 나라의 수준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비록 고성능 VR HMD 기술 수준은 미국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만 콘텐츠, 서비스 측면에서는 한국기업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VR산업의 발전단계는 미국, 일본, 중국과 한국이 서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아직 도입기에 있는 상황이지요. 발전여지가 매우 큰 반면, 변수가 크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개인의 소득수준과 기술력과 재력을 겸비한 리딩 제조업체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나라도 콘텐츠 측면에서 상당한 기술력과 기획력을 보유하고 있어 그 위상이 많이 낮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수원대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학과가 흥미롭습니다. 일반 콘텐츠와 VR과 잘 어울리는 콘텐츠 에 차이가 있을까요?

문화콘텐츠테크놀로지학과는 VR 콘텐츠뿐 아니라 기존의 2D를 포함한 콘텐츠와 콘텐츠 관련 테크놀로지를 학습하고, VR 콘텐츠 제작 전문가로 양성하거나 타 분야에서 VR 전문성을 장착한 인재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VR에 적합한 콘텐츠는 현장감이 중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특히 현장감과 상호작용의 적용이 중요한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현장감과 상호작용 적용이 용이하거나 효과가 큰 콘텐츠가 VR 콘텐츠로 적합하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콘텐츠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차별적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기존에 가진 콘텐츠에 대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을 없애는 게 좋아요.

 

Q. VR 업계의 일자리 전망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VR은 기존 영상과는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주는 기술이자 서비스입니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반면 AI, Big Data, 로봇, 드론, Machine Learning, 3D 프린팅 등 대다수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서비스는 기존 가치를 대체하는 효과가 커서 새로 창출하는 일자리 수가 그로 인해 줄어들게 되는 일자리 수보다 크다고 보장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아직 도입 단계인 만큼 VR은 한동안 기업에서 새로운 기능으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VR기술은 범용화 되고 보편화되겠죠. 그렇게 되면 VR기술이 기업의 다양한 기능을 지원해주는 성격으로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과거 IT가 걸었던 길과 유사하게 말입니다. 한 마디로, 과거 IT가 새로운 기술이자 기능이었을 때는 회사 내에 IT를 전담하는 조직이 존재했었으나 이제 IT는 기업의 모든 기능에 적용되어 IT 전담조직의 존재의미가 사라진 것처럼, VR도 결국 다양한 부서에서 그 기능이 활용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처럼 VR기술은 도입 초창기에는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하여 기업의 새로운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이고 보편적으로 VR기술이 적용되면 VR이 적용된 기능의 생산성이 향상되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Q. 그렇다면 VR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어떤 공부나 경험을 하면 좋을까요?

VR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 관련 기기 제작, 관련 서비스 기획 및 운영, 타 기능과의 결합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VR 인재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분야 모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므로 미래 직업 측면에서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경험을 쌓아갈 만한 분야라고 볼 수 있죠.

직업으로 콘텐츠 제작을 생각하는 학생의 경우, 영상 촬영과 편집, 시나리오 개발, 종합연출 등 VR영상제작 관련 공부와 경험을 쌓거나 CG SW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VR 관련 기기 제작에 관심이 있는 학생의 경우, 전자공학, 광학, 재료공학, 기계공학 등 공학적 지식 또는 관련 SW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축적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VR 관련 서비스 분야에서 직업을 찾고자 하는 학생은 서비스 기획, 개발 및 운영에 대한 공부와 경험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Q. 그야말로 청년들이 진출할 무대가 무궁무진하네요.

그렇지요. 하지만 저는 학생들이 VR을 꼭 직업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단순히 취미 측면에서도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봅니다. , 소비자로서 VR에 대한 공부나 경험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Work-Life Balance’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다양한 취미활동이 나타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VR을 이용한 취미활동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미로 VR을 생각하는 경우에는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부보다는 경험 쌓기를 우선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를 더 좋아하게 될지는 공부를 통해서보다는 경험을 통해서 알게 되는 것이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직업으로 VR을 생각할지 아니면 취미로 VR을 생각할지는 전적으로 학생의 희망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그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첫 번째 기준은 그 일을 좋아하는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기간에 직업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일을 잘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겠지만 말입니다.

 

Q. VR이 유망 일자리 산업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발을 들이는 걸 주의해야겠네요.

중요한 건 자신이 그 일을 얼마만큼 좋아하느냐인 거죠. 누구나 오랜 시간동안 꾸준히 어떤 일을 정진하다보면 어느 순간 성공에 이르게 되는 확률이 높아지고 그 확률은 시간이 갈수록 더 높아진다고 개인적으로 확신합니다. ‘잘 할 수 있는가?’를 첫 번째 기준으로 삼으면 단기간 내 일정 수준까지는 오를 수 있겠죠. 하지만 언젠가는 그 일이 좋아서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들에게 뒤처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게 되겠죠.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일을 첫 번째 기준으로 선택한 경우 성공여부를 떠나 그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성공이 늦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불안함이나 초조함을 덜 느낄 거예요. 결국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자기 만족도와 성공 확률을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VR 업계에 꿈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픈 조언 부탁드립니다.

VR은 아주 최근에 나타난 것 같지만 사실은 수십 년 전부터 기술적으로 연구되고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러나 HMD로 대변되는 대중화가 가능한 솔루션이 개발되어 산업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따라서 VR 산업 측면에서는 아직도 도입기를 벗어나지 못한 이제 겨우 4년차 산업인 것입니다. 따라서 이제 처음 VR을 접한 학생들도 아직은 ‘early mover’가 될 수 있는 분야라는 얘기입니다. 자신이 좋아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직업으로 권할만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데 그치지 않고 잘할 수 있다면 VR 직업인으로서 천생연분일 것입니다.

물론 VR이 아직은 큰 규모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로 인해 VR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이 망설여지는 학생이라면 꼭 직업이 아니더라도 취미로서, 대신 특정 분야의 독특한 특기로서 VR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VR은 마치 IT가 그렇게 되었던 것처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성격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VR을 직업으로 택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보다 VR을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다면, 그 회사나 직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다른 사람에 비해 VR 활용이 가능하다는 무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 이는 VR이 다른 직업에서도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직업이 아니더라도 VR에 대한 관심을 가져볼만한 일이 아닐까요?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