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전문직으로 떠오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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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전문직으로 떠오를 것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09.1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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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일 펫포레스트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되기까지는 생각보다 긴 수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장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기본이고 슬퍼하는 보호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방법, 반려동물을 존중하는 자세를 스스로 터득해야 하기 때문. 그 와중에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체력도 키워야 한다. 과연 어떤 일인지 좀 더 깊이 알기 위해 2011년부터 반려동물장례지도사에 관심을 가지고 경력을 쌓은 강성일 펫포레스트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만났다. 하면 할수록 이 일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제가 일을 시작하려던 당시에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나 개념도 없었어요. 애완동물로 부르던 때였습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변했네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강성일 씨는 자신이 하던 사업을 접게 되면서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동물장례에 눈을 돌렸다. 국내에 관련 자료나 정보는 전무한 상태. 일단 뭐라도 배워보자라는 심정으로 동물사후처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숨을 다한 반려동물을 보호자가 데려오면 말 그대로 처리해 주는 곳이었다. 시설은 노후했고 현장은 참혹했다. 지금처럼 반려동물을 엄연한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는 개념이 부족했던 당시에는 그러한 일이 흔했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직접 지켜본 그의 생각은 달랐다.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도 살아 있을 때는 보호자에게 사랑 받던 아이들이었을 텐데 저렇게 마지막을 보내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동물장례는 이런 게 아닌데라는 생각에 바로 그만두고 제가 원하는 반려동물장례의 모습을 찾기 위해 반려동물문화 선진국인 일본으로 건너갔어요.”

일본은 이미 반려동물장례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혼자 무작정 떠난 일본에서 다양한 반려동물장례업체를 탐방했다. 처음으로 접한 인도주의적인 반려동물장례 모습을 보며 많은 걸 깨달았다.

일본 업체를 돌아보면서 이 일에 대한 갈증이 더 깊어졌던 것 같아요. ‘나도 이들 못지않은 훌륭한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깊게 생겼거든요.”

한국으로 돌아와 2012년 충남 지역에 있는 한 반려동물장례식장에서 지도사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존중과 예의를 갖춰 장례절차를 지키고 반려동물들의 마지막 길에 정성을 다하는 곳이었다. 그는 일을 하면 할수록 반려동물장례지도사라는 일에 더욱 빠져들게 되었다고.

일을 하면서 보람이라는 걸 느꼈어요. 한 가족이 사랑했던 반려동물을 격식 있게 예식을 해주고, 모든 장례절차가 다 끝나고 마지막에 봉안된 유골함을 보호자에게 드릴 때 너무 슬퍼하는 모습이 마음 아프기도 했지만, 나중에 제 두 손을 꼭 잡고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내가 저분에게 힘이 되어주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나날이 계속될수록 이 일이 더 좋아졌고 더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호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반려동물을 사랑해야 하는 일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반려동물장례지도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여전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강성일 씨. 그는 현재 경기도 광주 소재의 반려동물장례식장 펫포레스트의 총괄실장으로 반려동물장례지도사 일을 계속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등록된 반려동물장례식장은 전국에 약 37곳 정도. 그 중 시설이 노후하지 않고 제대로 장례절차를 이행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20171월 경기도 광주에 문을 연 펫포레스트는 그 중 국내 최초로 동물전용 장례식장과 화장시설, 납골당을 한 곳에 갖추고 엄격하고 신중한 절차에 따라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반려동물장례식장마다 절차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다니는 펫포레스트를 기준으로 설명을 부탁했다.

장례절차는 사람의 장례와 동일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우선 보호자가 도착하면 반려동물의 사망확인을 합니다. 호흡, 맥박확인 등을 1차적으로 확인하고요. 사후수습 및 사체를 닦아주는 염습을 진행합니다. 그렇게 염습을 마친 아이는 추모실로 이동해요. 조용하고 독립된 공간인 추모실에서 보호자와 아이가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게 됩니다. 그렇게 인사가 끝나게 되면 마지막 절차로 화장절차를 진행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소각로가 아닌, 동물전용 화장장에서 화장 절차를 진행한 후 유골을 수습(수골, 분골)해 유골함에 봉안 후 보호자에게 인도해 드리죠. 이 모든 일련의 장례절차를 맡아 진행하는 일이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의 일입니다.”

한 번의 장례절차가 소요되는 시간은 약 3시간. 이러한 차이가 있는 이유는 추모실에서 보호자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배려해 주기 때문이다. 추모실뿐 아니라 장례의 모든 단계에서도 그렇다. 보호자의 심정을 이해하고 마음을 살피는 일 또한 반려동물례지도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사람의 장례 이상만큼 슬퍼하십니다. 주저앉아서 우시는 경우도 많고, 아이를 떠나보내는 걸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대부부분이라 그런 보호자분들의 감정을 헤아린 후에 배려하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죠. 장례절차는 진중하고 격식있게 지켜야 하지만 이 일은 사무적인 일이 아닙니다. 의전을 수행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후가 된 반려동물일지라도 2차적인 부상없이 끝까지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지켜줘야 하고, 마지막 예식 절차까지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을 존중해주는 마음은 기본입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에 대한 오해

반려동물장례식장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방문하는 보호자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에서 4인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스무 명 이상의 사람들이 추모의식에 참여한 적도 있단다. 늘어나는 보호자의 수에 따라 의전 절차의 중요도를 생각해 펫포레스트도 인원 확충에 나서고 있다.

펫포레스트는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계속해서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20173명이었던 반려동물장례지도사는 현재 15명으로 2030세대 청년들이 대다수다.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기업과 똑같이 채용절차를 거칩니다. 저는 면접 단계에서 지도사 면접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면접 단계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건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는지, 얼마나 오래 키웠는지, 반려동물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반려동물장례지도사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 등입니다.”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은 필수사항이 아니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라는 민간 자격증이 있지만 이것도 필수가 아니라고 한다.

중요한 건 반려동물을 정말 사랑하는 마음,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선택한 동기와 의지입니다. 진심을 다해서 직무를 하실 수 있는 분만 채용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보기보다 정말 힘들거든요. 면접에서 제가 지원자들에게 강조하는 말도 이 일, 정말 힘들어요입니다.”

실제로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쉬운 직업이라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미래가 안정적이다’, ‘실내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다등 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가장 많은 오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저는 이 일을 서비스업이라고만 생각지는 않습니다. 의전절차를 수행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장직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체력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입니다. 계속 서 있어야 하고, 화장절차도 직접 해야 하며, 400도가 넘는 화장장에서 유골수습도 직접 해야 합니다. 쇠절구로 손수 빻아야 하는데 쇠로 된 절구의 무게가 만만치 않아요. 그리고 하루에 10회 정도의 장례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데 감정적으로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매일 숨을 거둔 반려동물을 봐야 하고 바로 옆에서 보호자들이 슬픔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죠. 거기에서 같이 무너져서도 안 되고 묵묵히 곁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 나날이 지속 되면 체력도 체력이지만 심리적으로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중도 포기하신 분들도 많습니다.”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그날을 위해

펫포레스트에서 최종 합격한 반려동물장례지도사들은 바로 업무에 투입되지 않는다. 일정한 교육과 현장 경험을 충분하게 쌓은 후 내부 검증을 거쳐 실무에 투입된다. 단계는 크게 보조 지도사와 메인 지도사 2가지로 나뉜다. 보조 지도사는 메인 지도사의 일을 보조하는 업무를 맡는다. 그 사이에 화장 진행, ·분골 등의 단계도 포함된다. 장례절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메인 지도사를 보면서 보조 지도사는 일을 배운다. 일종의 도제식이다. 강성일 지도사는 직무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 일은 책으로만 배울 수 없어요. 사전에 연습이나 시뮬레이션도 무리가 있고요. 슬퍼하는 보호자를 헤아리고 배려하면서 장례절차를 실수 없이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실제 경험을 통해서 배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보조 지도사를 거쳐야 하죠.”

보조 지도사에서 메인 지도사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평균 1년이지만 개인의 역량에 따라 더 오래 걸릴 수도 짧을 수도 있다. 객관적인 시험 점수를 매기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오래 되었다고 자동으로 승진하는 것도 아니다. 메일 지도사로서 인정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의 자질도 중요한 부분이다. 그는 직업에 대한 태도를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설명했다.

펫포레스트에서는 여러 규칙이 엄격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몇 가지 말씀드리면 우선 장례식장 내에서는 아무리 바빠도 절대 뛸 수 없습니다. 격식 있고 엄숙한 분위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지도사는 미소를 짓거나 웃음소리가 나서도 절대 안 됩니다. 이곳은 장례의전을 하는 곳이잖아요. 그리고 언제 어디서든 보호자와 마주치면 항상 목례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는 목례는 애도의 표현입니다. 복장은 늘 단정해야 하고 용모도 단정해야 합니다. 여자 장례지도사들은 머리에 망을 꼭 해야 하고 남자는 깔끔한 머리스타일과 면도가 필수입니다. 그리고 항상 주머니에 예비 장갑이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더러워졌을 때 바로 착용할 수 있도록 늘 준비해두어야 하죠. 이런 사항들은 지도사가 수행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이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있어야 반려동물장례지도사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반려동물장례지도사의 앞으로의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제가 1년 전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3년 안에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겁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직업이죠. 갈 길도 멀고요. 그러나 3년 내에 사회에서 꼭 필요한 직업으로 부상할 거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왜냐하면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그때가 되면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전문직으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때까지 저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 반려동물장례지도사를 꿈꾸는 청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잘 이끌어주고 싶습니다.”

| 권민정 객원기자(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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