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나요? 오늘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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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나요? 오늘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19.12.2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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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 저자

블로그, SNS 등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의 발달로 누구나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늘 어렵다. 우리는 글을 제대로, 잘 쓰고 있는 걸까? 글쓰기는 어쩌면 선천적인 능력은 아닐까? 14년 차 논술강사이자 지난 3월 글쓰기 책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의 저자 심원은 글쓰기는 후천적 노력이 필요한 행위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모두가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글을 잘 쓰기 위한 필요조건은 단 하나, ‘정확한 문장을 쓰는 것이라는 그를 만나 그 방법을 물었다.

Q. 선생님의 20대가 궁금해요. 늘 책을 옆에 두고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은 모범적인 학생이었을 것 같은데 매우 독특한 활동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생 때 저의 목표는 오로지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지옥 같은 수험생활에서 벗어나 어서 빨리 자유인이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컸죠.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공부였어요. ‘대학생이 되어서 자유의 몸이 되겠다!’고 생각하고 저는 열심히 공부를 했고 덕분에 서울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대학생활을 저는 정말로 자유롭게 보냈습니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다르게 말하면 공부를 안 한 거죠(웃음). 민중가요 동아리에 들어가 밴드를 만들어 음악 활동을 했습니다. 밴드 이름은 <공산당 선언>이었어요. 마르크스의 책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제가 대학교 1학년이었을 때는 학생운동, 정치운동에서 문화운동 쪽으로 사회 흐름이 변하고 있을 때였어요. 문화, 페미니즘 이런 이슈들이 다양하게 표출되는 시기였죠. 그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젊음의 패기와 열정, 그리고 약간의 저항 의식을 담아 록 음악(Rock music)을 했습니다. 나름 앨범도 내고 공연도 100회 넘게 했어요. 저는 밴드 보컬이었어요(웃음). 예사롭지 않은 이름으로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는 소문이 났는지, 라디오 방송에서 게스트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그 길로 저는 TBS, EBS의 문화평론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정치, 사회, 문화 등을 주제로 최근 이슈에 대해 DJ와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Q. 졸업할 때가 되면 진로에 대해 고민하잖아요. 선생님의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취업만큼은 정말 하기 싫었어요. 회사에 얽매이는 게 그렇게 싫더라고요. 제가 대학교에 가서 자유의 몸이 되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공부해서 그 억압 받고 답답한 고등학교 생활에서 탈출했잖아요. 그런 저에게 직장생활을 하는 건 탈출했던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렇게 탈출하려고 갖은 애를 썼는데 내가 왜 다시 그때로 돌아가야 하지?’라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아요. 저는 단 한 번도,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한다거나 회사에 입사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진로 고민에 대한 해답은 물음표로 남겨둔 채 언론정보학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밴드를 계속 하면서, 좀 더 학교에 머무르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음악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며 학교에 8년 머물렀습니다.

 

Q. 그 해답은 구하셨나요?

나는 뮤지션의 길은 아니구나라는 건 확신했죠(웃음). 음악으로는 밥을 먹고 살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동기들은 대부분 대기업 취업준비를 하거나 언론고시를 준비하거나 그랬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조바심은 들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잘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던 중에 우연히 논술강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대학교 때 아르바이트로 과외 같은 걸 하는 것처럼 돈을 벌기 위한 동기로 시작했죠. 그게 2006년도의 일이에요. 그리고 어쩌다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논술강사로 활동하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밥 벌어 먹고 살고 있네요.

 

Q. 논술강사로 정착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사실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논술을 배워본 사람이 없을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논술이라면 자기 생각을 글로 쓰는 건데,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심지어 대학교에 들어가서도 우리는 단 한 번도 글쓰기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흥미로웠고 재미있었어요. 정해진 답이 없는, 제가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분야라고 느껴졌죠. 전에 글쓰기 수업을 받아보거나 해본 적은 없었는데, 저도 논술이 뭔지 모르는 막막한 상태에서 논술강사가 된 거죠(웃음).

그런데 알고 보니 논술 수업은 배경지식을 가르쳐주는 수업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개인과 사회가 주제라면 강사가 개인이 뭐고, 사회란 이런 것이다라는 식으로 일종의 배경지식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알려주는 거였어요. ‘이게 뭐지?’라는 당황스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2시간 동안 이걸 가지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해주면, 아이들이 글을 잘 쓰게 된단 말이야?’라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이런 수업 방식은 사기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래서 진짜글쓰기를 알려주는 방법,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 방식에 대해 계속 고민했죠.

저자의 다이어리
저자의 다이어리

Q. 지난 3월 출간된 책 <신이 내린 필력은 없지만 잘 쓰고 싶습니다>는 어떻게 쓰게 되셨나요?

배경지식 같은 지식, 교양, 상식 중심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진짜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제대로 된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저만의 글쓰기 교재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저만의 방식대로 글쓰기를 가르쳤고,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생, 직장인, 일반인으로 대상을 넓혀 강의를 확장했죠. 이 책은 제 논술 교재를 토대로 만든 겁니다. 아이들을 위한 교재를 좀 더 대중적으로 일반인을 고려해서 내용을 추가하고 다듬었습니다. 10년 넘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든 생각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처음부터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고, 글을 쓸 생각도 안 해요. 그런 사실이 너무 속상했습니다. ‘도대체 왜 우리나라는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는 거지?’라는 생각에 제자 직접 나서기로 한 거죠.

 

Q. 저마다의 글쓰기 고민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이 선생님을 찾아오잖아요. 그들의 공통적인 문제점이 있다면?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40대 주부, 60대 부장님 등 많은 분들을 만나죠. 문제점은 모두 같아요. 바로 정확한 문장을 쓰지 못하는 겁니다. 내용이나 메시지는 차치하고 정확한 문장으로 쓴 글이 바로 잘 쓴 글입니다. 만약 어떤 글을 읽었는데 막힘없이 쉽게 읽히고 이해하기 쉬웠다면 그 글은 잘 쓴 글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의 글은 그렇지 않아요. 기본적인 문장구조도 없고, 말하듯이 쓰고, 문법적으로 부정확하고, 군더더기가 너무 많고문제점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어요. 자신이 쓴 글이 잘못된 건 줄도 모르고 평생 동안 정확한 문장 한 번 만들어보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해보면, 참 씁쓸한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정확한 문장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이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 보통 사람들은 글쓰기라고 하면 생각을 먼저 하려고 해요. 글을 쓰려면 어떤 정보나 사실 등을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 아는 게 많아서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아는 게 없기 때문에 글을 쓰는 거예요.

모든 글쓰기의 출발은 자기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그 질문은 개인마다 다르겠죠. 처음에는 나는 누구지?’, ‘왜 이 사회는 이렇게 빈부격차가 심하지?’처럼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막연한 질문부터 정확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가령 빈부격차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남녀차별로 주제를 좁혀나가다 보면 왜 이 사회에서는 남자들만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여자들은 유리천장에 막혀 올라가지 못하는 거지?’라고 정확한 질문이 나옵니다. 질문이 정확해졌으면 해답을 찾는 겁니다. 책도 읽고 관련 기사도 찾아보는 거죠. 그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또 거쳐요. 이런 과정 후에 쓰는 글은 쉽게 쓰여집니다. 그런데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이 과정을 거꾸로 해요. 일단 책부터 읽는 거죠(웃음). 책을 많이 읽으면 아는 것이 많아지고 글을 잘 쓸 수 있다고 오해하는 거예요.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문장이 곧 생각이고, 생각이 곧 문장이다라고요. 우리는 문장을 사용하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글쓰기는 문장을 다루는 행위입니다. 정확하게 질문하고, 정확하게 공부한다면 정확한 문장을 쓰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글쓰기는 선천적 재능이라는 선입견입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에서 글쓰기는 미스테리하고 신비스러운 영역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 영역은 소설가나 작가에게 해당하죠. 분명 소설가는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글쓰기는 그렇지 않아요. 정확한 문장을 쓰는 것은 후천적으로 노력하면 되고, 노력하는 만큼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습니다.

 

Q. 20대에 필요한 글쓰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대에 필요한 글쓰기는 기록입니다. 우선 자기 삶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메모나 일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일기 쓰듯,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들을 쓰는 겁니다. 글쓰기는 기록에서부터 시작해요. 그 기록이 쌓이다보면 어느 순간 내 가슴에 뭔가 차오르는 것들이 있을 겁니다. 나만 간직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말이 보일 겁니다. 그때 제대로 글쓰기를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글쓰기 과정을 기록과 타이핑 이렇게 두 가지로 나눠 구분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잘 하고 싶다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글을 쓰지 말라고 합니다. 무언가를 쓸 준비가 안 되었다고 얘기해줘요. 무슨 글을 쓸 건가요?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글의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릴 건가요? 시작부터 틀렸어요. 최소 한 달이라도 매일, 꾸준히 자기 생각과 삶을 기록해야 합니다. 저도 다이어리를 늘 옆에 두고 틈만 나면 기록합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생각을 끄적이는 기록은 가장 재미있고 쉬운 글쓰기입니다. 이 기록은 곧 자신의 역사, 인생이 됩니다. 이렇게 기록을 하면 취업이나 이직을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도 도움이 되죠. 많은 청년들이 자소서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는데 늘 자기 인생에 관심을 가지고 기록해온 사람이라면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겠죠.

 

Q. 글쓰기를 고민하고, 더 잘 쓰고 싶은 청년들에게 마지막으로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정확한 문장을 고민하고, 정확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고 공부하는 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글쓰기는 가짜뉴스와 정보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다지는 일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질문이에요. 자기가 만든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분의 글쓰기도, 여러분의 인생도 함께 성장하길 응원합니다.

·사진 | 권민정 객원기자(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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