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업 분야에서 일하는 비산프로(예명)는 올해로 7년차 마케터다. 야구를 잘 하기 위한 노력으로 야구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던 것이 대학교 때 유일한 스포츠 마케터 관련 취업준비였다고 말하는 그. 어쩌다 스포츠 마케터가 되었지만 이제는 더 역량을 키워 전문 마케터로 성장하고픈 목표를 가질 만큼 누구보다 진지한 자세로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비산프로의 마케터 이야기에 대해 들어본다.
2013년 1월부터 현재까지 스포츠 마케팅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비산프로입니다. 스포츠 업계에 한정되지 않고 보다 넓은 차원에서 마케팅 업무를 바라보고 개인 역량도 키우기 위해 MBA 과정을 듣고 있습니다. 경영, 회계, 마케팅 분야에 전문화된 지식을 습득하기 좋을 것 같아 올해 9월부터 시작했어요. 스포츠라는 한 우물에 갇혀 있다 보면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는 시야나 감이 좁아질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향후 ‘스포츠’ 마케터가 아닌 ‘마케터’가 되길 꿈꾸며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습니다.
최종 꿈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잘 해나가면서 가족과 행복하게 사는 거예요. 거창하진 않지만 소박한 목표를 위해 하루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고 싶은 평범한 남편이자 마케터라고나 할까요.
야구가 좋아 시작한 활동이 취업으로까지
저는 대학에서 영문학과를 전공하고 국문학을 복수 전공했어요. 부모님께서 취업을 하려면 경영학과로 복수전공을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지만 당시 저는 제가 재미있어 보이는 공부들만 했습니다. 철학에 빠져서 전공필수나 복수전공 과목도 아닌 철학과 수업을 듣기도 했죠. 대학생 때를 돌이켜보면 취업준비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먼 행동만 한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취업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거죠. 당연히 ‘어떤 일을 하고 싶다’라는 꿈이나 목표도 없었고요. 스포츠 관련 분야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는 정말이지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제가 어떻게 스포츠 산업에 발을 담게 되었느냐면, 스포츠에 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에요. 제가 대학 시절 유일하게 열심히 한 활동이 스포츠 관련 동아리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어요. 축구, 야구, 스키, 스노우보드, 달리기 등 다양하게 좋아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야구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어릴 때 꿈이 야구선수일 정도였죠. 제가 다닌 대학교에는 야구 동아리가 있었는데 군대 전역하고 그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했어요. 아마 이 활동이 제가 지금의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도 그때만 해도 스포츠 마케터는 꿈도 꾸지 못했죠. 그런데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방문한 취업박람회에서 제 운명이 바뀌었어요. 두산베어스 야구단 직원 채용 공고를 본 겁니다. 제가 두산베어스 팬이었거든요. 야구단에서도 직원을 뽑는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래, 저기에도 선수 말고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 팀도 운영되고 구단이 유지가 되는 게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프로야구단 채용에 관심을 갖고 공고가 뜨면 확인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이었고 본격적인 취업준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유일한 준비였다면 야구 동아리를 누구보다 열심히, 그리고 재미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경기를 열심히 뛰었다라는 수준 그 이상이었어요. 야구 동아리를 하면 다른 학교 동아리랑 시합을 하게 되는데요. 그때 대회 개최를 위해 홈경기 운영, 대표자 회의, 경기 내용 기록 등의 업무를 맡을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 일들을 제가 맡았어요.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없고 귀찮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런 일들이 나중에 스포츠 분야로 취업을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당시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죠.
현장 업무 VS 사무 업무
저는 2013년 1월 스포츠 경기 관련 기록과 통계를 관리하는 회사에 첫 입사를 했습니다. 해당 업체는 스포츠 경기 관련 기록, 통계, 관리하는 곳이었어요. 스포츠 통계 및 IT기술을 활용한 스포츠 관련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국내 회사 중 가장 유명한 회사에 마케팅팀 신입사원이 되었는데 어느 것 하나 준비된 게 없고 아무 것도 몰라서 정말 많이 긴장했습니다. 마케팅의 ‘마’자도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처음 했던 일은 프로스포츠리그 어플리케이션 검수였어요. 2016 시즌을 앞두고 프로스포츠리그 공식 어플리케이션의 대대적인 업데이트가 있었는데 그 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해당 앱에 결함 여부를 찾는 일인데 앱 내 모든 기능을 다 활용해봐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회원가입할 때 약관에 오타가 없는지 확인하는 등의 세부사항을 기록해야 했습니다.
‘마케터가 이런 일도 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제 대답은 ‘네, 그렇습니다’입니다. 스포츠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보통 많이 착각하시는 것들 중 하나가 AD카드를 목에 걸고 일반 팬들이 갈 수 없는 곳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일을 생각하시는 경우입니다. 또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멋진 브랜드의 스폰서를 유치하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일도 합니다만 그 위치까지 올라가려면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현실은 이렇습니다. 만약 프로스포츠 종목의 AD카드를 받게 된다면, 경기는 볼 수도 없는 곳에서 경기가 운영되기 위해 필요한 정말 사소한 일을 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현장보다 사무에서 업무를 보는 시간이 많을 수도 있고요.
연간 사업계획을 위해 사업계획서도 작성해야 하죠. 만약 1억 원 정도의 예산이 있다면 이 예산을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해 2억 원 정도의 효과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서를 써야 합니다. 세부 예산 기획은 물론 사업이 진행되는 단계에 맞춰 일정 기획도 해야 합니다. 기획 일정을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수정을 거치는 과정도 필수죠. 문서에서 오타 하나, 사소한 실수라도 발견되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여기에 스폰서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관련 자료를 찾고, 만들고, 수정하고 다시 고치는 업무가 반복됩니다.
현재 저는 스포츠 관련 협회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첫 회사에서 3년 간 업무를 하고 이직해 현재의 회사에 4년 째 몸담고 있습니다. 정부 예산을 활용해 스포츠 활성화 및 리그 주최를 담당하는 단체의 마케케팅 팀에서 다양한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리그 개막 전에는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스포츠 리그가 주최되는 데 필요한 여러 제반 사업들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맡고 있죠. 방송사, 중계권 계약, 대회 타이틀 스폰서 유치 등의 일입니다. 리그 개막 후에는 중계 진행 여부 확인, 리그를 활용한 다양한 수익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여러 업체와의 사업 제안, 작년 진행 예산에 대한 정산업무 등을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른 기관 또는 협회들이 정부 예산을 활용하는 규칙에 따라 잘 집행하고 서류를 증빙했는지 검토하거나 리그에 참여하는 팀 대표자들을 만나 올 시즌 새롭게 시작되는 정책 또는 규칙을 설명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개인적인 의견의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스포츠 마케터 역시 기본적으로 ‘마케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 산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 산업 업계 마케터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비즈니스 마인드’입니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숫자에도 밝아야 하고 기업이 돌아가는 순리도 알고 있어야 해요. 기업이 1년을 운영하기 위한 사업 기획, 인적자원 관리, 그리고 수익성 검토 및 사업 결과보고를 위한 기본 회계 지식 등 일반적인 공통 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스포츠 마케터가 될 때 가장 유리한 학과가 아마 경영학과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저는 경영학도가 아니지만요(웃음). 물론 스포츠를 좋아해야 하는 건 기본입니다. (계속)
글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