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버티게 해준 것은 제가 마케터여서 행복했기 때문이에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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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버티게 해준 것은 제가 마케터여서 행복했기 때문이에요! (2)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03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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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세계 / 정승희 화장품 마케터

나를 믿고, 나만의 길을 걷기

25년 간 마케터로 일한 경험을 뒤돌아볼 때, 마케터로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 중 하나가 바로 부지런함인 것 같아요. 사회 변화, 소비자 변화, 트렌드 변화, 경쟁사 동향을 매일 파악하는 일을 습관처럼 취미처럼 자연스럽게 몸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부지런하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고, 찾아보고, 느껴보고, 즐길 줄 알아야 해요. 게으르거나 집과 회사밖에 모르는 마케터는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여기에 리더십도 있어야 합니다. 마케터라는 직무 자체가 타 부서와 협업을 통해야만 일이 진행됩니다. 영업부서, 연구부서, 디자인부서, 그 외에도 다양한 부서들과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일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때로는 갈등이 생길 때도 있어요. 신입사원이라도 갑자기 리더가 되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합니다. 이럴 때 자신감을 가지고 협업을 위한 소통과 공감의 마인드를 가지고 지혜롭게 업무를 진행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한 노력도 중요해요. 비단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요. 저는 아직도 여전히 마케팅 공부를 합니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저는 대학교에서 마케팅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고 다양한 협회의 세미나에도 참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패션 및 뷰티 관련 세미나부터 행사장, 패션쇼도 많이 다녀요. 틈틈이 관련 서적을 읽고요.

제 주변 몇몇 사람들은 일을 그렇게 오래 했는데 이제는 그만 배워도 되지 않냐고 합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저는 고개를 저어요. 같은 내용이라도 들을 때마다 새롭거든요. 왜냐면 5년 전의 저와 5년 후의 저는 경험도 다르고 생각도 더 많아졌으니까요. 수업을 받아들이는 이해의 폭이 달라지는 거죠. 한편으로는 잊고 있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 시간은 마케터로서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트렌디한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젊은 친구들의 문화를 자주 접하려고 노력해요. 주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브런치 등을 폭넓게 사용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죠. 핫플레이스도 부지런히 찾아 다닙니다. 왜 그곳이 인기가 많은지 직접 눈으로고 경험해야 하니까요. 왜 사람들이 이곳을 좋아하는지 나름대로 분석한 생각들을 블로그에 남기고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마케터다운 자질과 재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선 저를 예로 들어 볼게요. 저는 원래 굉장히 내성적인 성격이었습니다. 낯도 많이 가리고 남들 앞에 서면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사람이었어요. 술은 맥주 한 잔도 못 마시고요. 이쯤 되면 제가 마케터로 첫 사회생활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하시겠죠?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어요. 더군다나 직급이 올라갈수록 회사 주변에 여성들은 사라지고 남성 위주의 조직이 되어 더욱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 일이 너무 재밌었고 일하는 제 모습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제 성격을 고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인간관계는 여전히 힘든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해요. 경력이 쌓일수록 참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 왕따를 당해보기도 했고요. 그때 제가 40대였는데 말입니다. 그것도 몇몇 남자 팀장들이 주축이 되어 저를 따돌렸어요.

그때 저는 제 고민을 상사에게 털어놓았고 그때 정말 값진 조언을 들었습니다. “정팀장, 넌 너무 잘하고 있고 네 잘못은 없어. 동요하지 말고 너답게, 너 스타일로 해아직도 그 말은 제가 힘들 때마다 큰 힘이 됩니다. 나를 믿고, 내 길을 가는 것이 옳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물론 머지않아 그들은 저와 좋은 동료가 되었어요.

마케터뿐만 아니라 회사 생활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말은 꼭 전해주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굳은 신념과 의지라고요. 나 자신을 믿고 흔들리지 말고 담대하게 자신의 길을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을 때 훨씬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을 마케터로 산다는 것

올해 25년 째인 이 일만큼 제 가슴을 뛰게 만들고 재미있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이렇게 재미있는 마케터란 업무를 어떻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는 마케터란 무생물인 제품을 살아 숨 쉬게 하고 눈에 띄는 존재감을 심어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김춘수 시인이 쓴 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있는데요. 마케터가 하는 일이 이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훌륭한 기술력으로 탄생한 제품을 예로 들어 볼게요. 그 제품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아요. 연구원들이 제품 특징을 소개해도 그걸 듣는 사람들은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죠. 좋다는 건 알겠는데 마음에 와 닿지 않는 거예요. 그럴 때 마케터가 제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는 겁니다. 제품 특징에 맞는 매력적인 이름을 붙이고 제품에 아이텐티티도 형성해 줍니다. 대중에게 제품이 가진 특성을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주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제품과 소비자 간의 관계가 형성됩니다.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해당 제품이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해주고 소비자들이 지금 당장 구입하고 싶게 만드는 이유를 만들어줍니다. 한 마디로 마케터는 기술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늘 시장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겁니다. 항상 변화를 리드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제시하는 이 일이 저는 정말 좋아요. 숨 쉴 틈조차 바쁘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지만, 그렇기에 항상 새롭고, 항상 독특하고, 항상 나만의 그 무엇을 찾아낼 수 있는 이렇게 멋진 일이 바로 나의 일이라는 것에 늘 감사합니다. 매일 매일, 제가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요.

놀 때도 쉴 때도 저는 일과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마케터는 일상이 일이어야 하고 일이 일상이어야 하는 것 같아요. 어딜 가든 인기 있는 장소를 찾아가고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합니다. 그래서 제 습관 중 하나는 두리번거리기이고 또 하나는 메모하기입니다. 그때그때 새롭게 알게 된 것,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거든요. 어떤 이들은 매우 피곤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마치 쉴 틈 없이 계속 일을 해라라고 들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마케팅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이러한 행동이 일상이기 때문이죠.

마케터란 항상 촉을 세우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감지해야 합니다. 가끔 팀원들에게 내년 브랜드 및 신제품 전략을 짜야 하니 트렌드 좀 분석해 와보라고 하면 그 때부터 인터넷을 뒤지고 잡지책을 펼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트렌드는 책상에 앉아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고 1년씩 끊어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상에서 마케터로서 날카로운 촉을 세우고 두리번거리는 일은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에요. 세상의 모든 것이 아이디어 소스가 될 수 있고 TV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조차 세상의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되도록 많은 콘텐츠를 흡수하고 거리를 활보하며 세상의 움직임을 온몸에 스며들도록 해야 합니다.

메모하는 습관도 마케터에게 도움이 됩니다. 소중한 경험과 감정들, 그리고 작은 모티브들도 그 순간 붙잡지 않으면 흘러가 버리죠. 그래서 순간의 감정을 적을 수 있는 노트를 바로 곁에 끼고 있는 게 좋아요. 저는 이렇게 메모한 노트만 수십 권이 있습니다. 업무와 연결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 노트,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 패션, 인테리어 등을 스크랩하는 노트, 마케팅, 브랜딩과 관련된 생각을 적는 노트, 좋은 글귀나 내용을 요약해놓는 노트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 보물들은 저에게 영감을 줘요. 기억을 되살려주고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디어를 슬쩍 던져주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무 의미 없었던 노트 속 단어 하나가 몇 년 뒤에 훌륭한 브랜드 네임이 될 수 있거든요.

마케터만큼 즐기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러니 만약 마케터로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분들이라면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행복하게 일을 즐길 수 있는 마케터, 일상이 일이어서 더욱 신나는 마케터, 업무의 압박과 책임감의 무게조차도 가볍게 해주는 매력을 아는 마케터가 되시기 바랍니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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