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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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1)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2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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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멘토 / 김선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건축학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들어갔다. 학생운동이 뜨거웠던 시절 재벌 타도를 외치던 그였다. 회의감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IT 벤처기업에 뛰어들었다. 건축과 IT 경험이 만나 디지털시네마 관련 장비를 만드는 기업을 설립,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지방에 작은영화관을 짓기 시작한다. 수많은 이들이 손가락질 했다. 제정신이 아니라고, 사기꾼이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전국 16개 시군지역 35개 작은영화관을 운영하며 영화 관람객 300만 명을 돌파,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문화 소외 지역이었던 전국 지자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가장 뜨거운 호응은 지역 주민이다. 앞으로 전국 100개 작은영화관을 목표로 사회적 가치 확산에 기여하고 싶다는 김선태 이사장을 만났다.

Q. 쉽지 않은 일을 하시는 이사장님이 궁금합니다.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평등한 사회, 따뜻한 세상을 위한 작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김선태입니다. 2010년 전라북도 장수군에 작은영화관 운영을 시작으로 2014년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해서 현재까지 전국 16개시도군 지역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작은영화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문화를 향유하는 데 소외되어 왔던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과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영화 한 편 보여주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각박하고 불평등한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사회가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내가 세상을 바꾸겠다’, ‘이 사회를 뒤엎자이런 말이 아니에요. 그저 지금보다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좋아지면 좋잖아요? 문화 소외 지역에 영화관을 세우겠다고 생각한 것도, 작은영화관 관람료가 6000원인 것도, 영화관 수입으로 번 돈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것도 모두 그러한 이유에서에요.

 

Q. 2019년 현재 35개 작은영화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작은영화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요?

지역에서 방치된 유휴공간이나 활용도가 낮은 시설을 리모델링해 영화관을 만듭니다. 보통 50석 규모의 상영관 2개로 구성됩니다. 외관만 보면 말 그대로 작은영화관이죠. 하지만 운영 시스템은 일반 서울 CGV, 매가박스, 롯데시네마와 동일합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연중무휴이고 매일 4~6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팝콘이나 음료 서비스는 당연한 거고요. 서울과 동시 개봉영화는 물론 3D 영화도 상영합니다. 영화관이라면 당연하거지요.

지방에 있는 영화관이 얼마나 하겠어?’라고 무시하시면 곤란합니다. 우리는 CGV와 같은 영사기를 사용합니다. 화질과 사운드 모두 최상을 자랑합니다. 요즘 영화는 디지털 기술로 상영하는데 화질이 스크린과의 거리에 반비례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스크린이 작아도 좌석과의 거리가 좁으면 화질이 더 좋습니다. 골드클래스 영화관이 30석 규모로 작은 것을 떠올리시면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일반 영화관과의 차이점이라면 우리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기에 관람료가 저렴하다는 것이죠. 현재 영화관람료는 6000원입니다. 저소득층은 문화 바우처로 보실 수 있고요.

 

Q. 2017155만 명, 2018200만 명, 2019300만 명의 지역주민들이 작은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20144월 개관한 홍천 작은시네마의 경우는 개관 이후 꾸준히 관람객이 증가해 매년 순수익이 1억 원이나 발생한다고 들었습니다. 2019년 연말까지 8800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요. 인기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방에 사는 주민들은 그동안 영화라는 문화를 누릴 인프라가 전혀 없었던 겁니다. 그만큼 문화적 향유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거죠. 우리는 보통 어르신들이 영화를 보지 않을 거라고 쉽게 단정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역 어르신들이 영화관을 정말 많이 오시거든요.

이런 생각의 밑바탕에는 어쩌면 시골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외진 곳에서는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지적 수준이 되어야 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소도시에는 영화관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들을 위해 영화관을 지어줘야겠다고 나서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실상은 반대였죠. 어느 지역이든 작은영화관이 개관하면 주민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Q. 2010년 전라북도 장수군 작은영화관 1호점 이래 작은영화관들이 꾸준히 운영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전라북도 장수군에 작은영화관 1호점을 냈을 때였습니다. 근처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어르신들이 계시더군요. ‘그 영화 개봉했는데 봤어? 우리가 영화를 다 보고 사네식사를 하면서 영화 얘기를 하시는 걸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사실 저조차도 주민들이 영화를 보러 올까 긴가민가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주민들이 영화를 보러 오는구나를 실감했죠.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은 강원도 영월 작은영화관이 개관할 때입니다. 개관 소식에 이미 영화관의 모든 영화예매가 매진되었어요. 거기에서 한 꼬마가 저한테 아저씨, 오늘 영화 못 봐요?’라고 묻더군요. 오늘은 매진이라서 어렵다고 그랬어요. 그리고는 내일은 볼 수 있다고 말해 줬어요. 그런데 그 꼬마가 놀라서 되묻는 거예요. “내일도 볼 수 있어요? 정말로 내일도 해요?” 전 그 말이 지금도 생생해요. 어느 누구도 영화관에서 와서 내일도 해요?’라고 질문하지 않잖아요. 그 꼬마한테 영화란 마을의 이벤트였던 거예요. 한 달 한 번 상영하고 끝나는 거였죠. 작은영화관을 운영하면서 그런 순간들을 많이 접했어요. 그러면서 확신했습니다. ‘내가 이걸 계속 해야겠다, 힘들어도 버텨야겠다라고요.                              (계속)

·사진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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