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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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2)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23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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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멘토 / 김선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Q. 작은영화관을 만들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현실에 부딪히고,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실패를 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4년 간 다닌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고 사회로 뛰쳐나왔을 때는 열정이 가득했죠. 당시는 이메일이 없던 시대였는데 인터넷이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과감히 건축에서 IT로 전직을 했죠. 인터넷 결제시스템을 개발해보자고 당찬 포부를 내걸고 벤처기업을 시작했는데 제대로 실패했어요(웃음). 2년 가까이 백수로 지냈습니다. 세상의 쓴맛을 톡톡히 봤죠. 그때 열정도 멈출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던 계기가 바로 디지털시네마였습니다. 우연히 신문에서 디지털시네마라는 단어를 봤어요. 이제 영화관에 필름이 없어지고 디지털로 전환된다는 내용이었죠. IT 분야 사업을 했던 저는 의문이 들더군요. 그때는 모든 산업이 디지털로 전환되던 때여서 저는 당연히 영화도 디지털 기술로 바뀌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영화관에서는 아직 아날로그 필름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여기에 뭔가 기회가 있겠다고 직감했어요. 디지털시네마를 연구해보기로 했죠. 그렇게 시작한 게 2005년 디지털시네마 관련 장비를 만드는 벤처기업 글로벌미디어테크였습니다.

 

Q. 아이디어 발상은 어디에서 출발했나요?

영화산업에 발을 들이면서 영화관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뉴스를 봤어요. 지방 소도시에 세워진 공공시설 활용도가 낮다는 내용이었어요. 그걸 보는데 저 규모라면 작은 극장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골드클래스로 영화를 봤던 경험이 떠올랐죠. 프라이빗한 영화 관람 경험을 누릴 수 있는 프리미엄 영화상영관인 골드클래스는 규모가 작거든요. 제가 건축을 전공하고 디지털시네마 기술이 있으니 이 정도 규모라면 영화관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Q. 전국 군청 100개에 사업계획서를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지자체 지원을 받는다면 영화관이라는 인프라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2010년에 개봉 영화관을 만들어보자는 사업계획서를 전국 100개 군청에 보냈습니다. 그 중 단 한 곳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곳이 바로 작은영화관 1호점이 있는 전라북도 장수군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 연락을 외면했어요. 장수군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작은 지역이에요. 인구가 23천 명에 불과하거든요. 제가 사업제안서를 냈지만 엄두가 안 났어요. 그런데 또 전화가 왔어요. ‘제안서를 보냈으면 와봐야지. 장수가 작다고 무시하는 거냐라는 공무원의 전화였죠. 바람이나 쐬자는 생각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1호점이 탄생했습니다.

사진 출처: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사진 출처: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홈페이지

Q. 2014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3년 간 적자가 났지만 관람객은 꾸준히 증가했어요. 적자는 대출을 받고 벤처기업에서 번 수익으로 충당했습니다. 힘들었지만 지역 주민과 아이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면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부터는 비즈니스를 떠나서 이 일은 누군가는 해야 했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편으로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작은 장수에서 성공하기만 하면,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있었습니다.

물론 장담할 수는 없었습니다. 1년 단위로 그만둬야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래도 버텼습니다. 이미 전북도청에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장수에 영화관을 지었다고요. 작은영화관이 언제 망할지 내기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 소문을 듣고 도지사님이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2주 후 전라북도 모든 군수들이 장수로 모였습니다. 거기에서 도지사님이 도비 지원을 약속하고 각 지역에 작은영화관을 지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2012년 말에 전북에 9개 작은영화관이 생기게 됐습니다. 이 얘기가 문체부까지 흘러 들어갔어요. 문체부에서는 지자체가 5억 원을 들여 작은 영화관을 만들면 정부가 5억 원의 국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후 2014년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했어요. 영화관을 세금으로 만드는 데 그걸 위탁 운영하는 우리가 시민들의 돈으로 배를 불릴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기존 벤처기업을 분할했고 영화관 운영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통합했습니다. 결국 지금은 벤처기업은 문을 닫았고 사회적협동조합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이사장님의 삶의 모토가 궁금합니다.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에는 길을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제가 제 인생의 모토처럼 생각하는 구절입니다. 저는 늘 길을 찾는 사람이 되고자 했습니다. 사회가 정한 기준, 잣대에 길들여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사실 길을 만들면서 가는 건 피곤하고 힘듭니다. 이 길이 낭떠러지는 아닐지 판단해야 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그 선택을 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믿는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제가 만약 외부에 귀를 기울이고 남들이 가는 길을 선택했다면 작은 영화관을 절대 탄생할 수 없었을 겁니다. 남들이 다 반대할 때 자기의 선택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은 결국 자기 믿음입니다. 그 믿음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주변을 의심하고, 방법을 궁리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잡고 계시는지요?

2020년과 2021년에는 사회적가치영화제를 열 계획이에요. 지금까지 협동조합이란 그릇을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콘텐츠를 활성화시키고 싶어요. 우리 주변에 있는 사회적 가치, 사회적 기업의 활동 등을 담은 영상공모전을 하는 거죠.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영화관이라는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더 확산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환경, 청년, 인권, 주거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있어요. 이런 내용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면 세상이 지금보다 좀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러한 일은 어떤 조직이나 기업보다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알겠어요. 사회적가치영화제가 부산영화제, 전주영화제처럼 대한민국 대표 영화제로 자리매김 할지요. 그러니 끝까지 우리 활동을 지켜봐주고 기대해 주세요!

·사진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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