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어요
상태바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어요
  • 한경리크루트
  • 승인 2020.01.29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청년잡지 'VAR!ETY'

201812월 전주 각 지역의 독립서점에 독특한 독립잡지가 나왔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봉투에 담긴 매거진이었다. 그 안에는 12인의 전주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이런 느낌을 가졌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김진경 디렉터. 안정적인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남다른 선택을 한 전주 청년들이 만든 잡지, ‘버라이어티를 소개한다.

우리 잡지 이름에는 느낌표가 있어요. 그 느낌표에는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하는 감탄을 담았어요. 흔히 표준이라고 여겨지는 삶의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삶이 있다는 걸 매거진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전주에도 이렇게나 다양한 삶의 모습, 태도,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거든요.”

김진경 디렉터는 버라이어티를 만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2018년 세상에 나온 버라이어티는 전주 청년들로 구성된 클로저라는 팀에서 만든 독립 잡지다. 클로저는 이미 정해진 길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 있는 이들이나, 그러한 단계를 지나 고단한 인생 여정을 시작한 사회초년생들을 위해 의기투합한 김진경, 신지혜 씨로 구성된 팀이다. 이 둘은 이러한 청년을 독립워커라고 정의하고 이들의 성장을 돕는 네트워크 모임, 교육 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시행하고 있다. 버라이어티는 클로저가 사회에 내딛은 첫 발걸음인 셈이다.

사실 이 두 청년 또한 진로에 고민 많은 청년이었다. 고민 끝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안정적인 길을 도모했다. 그런데 의문이 생겼다.

김진경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친구들 모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해서 나도 그 흐름에 따를 필요가 있는 걸까. 그냥 이렇게 공무원이 되어도 괜찮을 걸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다른 길을 찾던 중 문화기획자를 알게 되었고 그 후로 인생이 달라졌다. 주변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원했던 삶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것.

하지만 불안했다.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던 중 그렇게 사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기로 한다.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청년을 모아 클로저라는 팀을 만들었고, 전주에서 남과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지역에서 자기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수많은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매거진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창간준비호 일부
창간준비호 일부

12인의 전주 사람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그렇게 탄생한 버라이어티에는 총 12명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실렸다. 예술가, 독립서점 책방지기, 문화기획자, 교직원, 회사원, 상담교사, 작가 등 다양하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개성이 뚜렷하고 선택한 삶의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그 일을 선택한 이유, 가치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등 깊이 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의 경로가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꼭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김진경 디렉터의 설명이다.

신지혜 디렉터는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 중 하나로 언니들의 병원놀이 박슬기이야기를 꼽는다. 박슬기 씨는 정치학에 무력감을 느끼고 의대에 진학, 사회에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현재 산부인과 진료를 하며 몸에 대한 억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연과 외부 활동에도 열심인 인물이다. 사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보고, 내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기사의 요지.

잡지를 제작함에 있어 지역이라는 제한을 두는 것에 고민이 있었는데 우리의 삶은 생각보다 작은 범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주변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내가 몸담고 있는 지역에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와 닿았어요. 저와 저희 매거진이 나아갈 방향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힌트를 얻었죠.”

 

이런 방식도 괜찮지 않나요?

버라이어티는 콘텐츠만큼이나 그 형태도 남다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각 잡고 읽어야 하는 책이 아니라 가볍게 읽히는 책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 책을 펼치고 책장을 넘기는 기존 책의 방식을 바꾸되 사람들이 집어 들기 쉬운 형태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낱장 엽서 형태의 매거진이다. 형태도, 무게도, 책자 형식의 전통적인 매거진 모습에서 벗어난 톡톡 튀는 매거진이다.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도 남달랐다. 손편지처럼 봉투에 담아 전주시 각지에 있는 작은 서점과 카페에 배포했다.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를 뜯어보는 순간 만큼 설레는 기분은 없다. 버라이어티를 만나는 독자들도 꼭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남다른 길을 선택하는 청년을 응원하는 활동을 해나갈 거고, 버라이어티도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요. 그러니 매거진 자체도 뭔가 새롭길 바랐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고요. 창간준비호는 이런 형식이지만 앞으로 또 달라질 수도 있어요. 우리가 생각한 주제에 맞춰 그때그때 형태를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김진경 디렉터의 설명이다.

2018년 창간준비호를 발행한 클로저는 현재 청년을 위한 공간 운영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일명 일과 삶을 함께 나누고픈 독립워커의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곳에서 독립워커들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공간, 자력강생을 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는 게 목표다. 김진경 디렉터는 청년이 느끼는 지역문제를 유쾌한 방식으로 공론화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싶고, 행사 참가자의 담화를 매거진에도 싣고 싶어요라고 설명한다.

버라이어티 창간호는 2020년 상반기에 만나볼 수 있다. 창간준비호를 제작하면서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에 내실을 다지고 더욱 알찬 내용으로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담을지,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 여러 논의를 하고 있는데, 주제를 더 좁히면서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어요.”

어떤 방법이든 창간준비호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날 것이라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 권민정 객원기자 withgmj1@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